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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07)-베네수엘라, 대한민국
강신업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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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2  11: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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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베네수엘라가 무너지고 있다. 정전이 일상이 되고 국민들이 식수를 구하기 위해 수백 미터 줄

을 서는 것도 예사다. 국가 기능이 마비되고 국가 전체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빵을 찾아 국경을 넘고 있고 일부 여성들은 심지어 국경을 넘는 매춘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왜 그렇게 되었는가. 간단하다. 위정자들이 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는 법치주의가 제대로 구현될 때 유지되고 발전한다. 그런데 베네수엘라는 법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닌 사람이 지배하는 사회가 됐다. 베네수엘라 집권세력은 원유를 팔아서 얻은 돈을 표와 맞바꾸며 법위에 군림하며 흥청망청했다. 인기를 얻기 위해, 표를 얻기 위해 편의적 인치행정을 편 것이다. 국민들도 우선 먹는 곶감이 달다고 그런 정부를 선택했다.

대한민국도 법치주의 정신이 쇠퇴하고 있다. 법을 대놓고 어기는 자들이 판을 치고 있다. 어떤 자들은 심지어 법을 어기는 것이 정의로운 것처럼 행동한다. 집권 세력은 손바닥 뒤집듯 원칙을 뒤엎고 있다. 그들에게 적어도 계승이라는 말은 사전에 없다. 일부 노조 세력은 법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대놓고 법을 조롱하는 행태를 벌인다. 그러나 그 누구든 사회를 붕괴시킬 목적이 아니라면, 사회를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의 장으로 만들 작정이 아니라면 법이 정의가 아니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법에 복종하는 이유는 법이 정의라고 믿기 때문이다. 법이 정의가 아니라고 말하는 자들이 많아지면, 법을 어기는 자들이 많아지면 법치가 무너지고 정의가 무너진다.

그런데 도통 헷갈리는 것은 법과 원칙을 밥 먹듯 어기는 자들이 정의를 입에 담고 산다는 것이다. 그들이 도대체 정의의 개념을 알고 정의를 운운하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저서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설파한 정의란 ‘법을 지키며 이득과 손실에 있어서 마땅한 것 이상이나 이하를 가지지 않으려는 탁월한 품성상태’를 말한다. 올바름은 법을 지키는 것이고 또 공정한 것이며, 올바르지 않음은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고 또 공정하지 않은 것이다. 롤스가 말하는 정의 역시 사회의 모든 가치, 즉 자유와 기회, 소득과 부, 인간적 존엄성 등이 기본적으로 평등하게 배분되는 것을 말한다. 롤스는 가치의 불평등한 배분은 그것이 사회의 최소 수혜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만 정의롭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이 병들어 가는 신호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정의와 공정의 개념이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다.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도, 불공정을 행하면서도 자신들은 올바르다고, 정의롭다고 말하는 것이 예사가 되어 버렸다. 이런 자들은 가치의 전도를 교묘하게 획책하고 그것에 편승하여 최소 수혜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주머니에 챙겨 넣는다. 소득과 부의 평등한 배분이 공염불에 그치는 사이 일부 부유층 특권계급이 생겨나고 이 특권계급이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버닝썬 사태는 특권계급으로 부상한 일부 연예권력이 공권력과 결탁하여 법을 유린한 경우다. ‘경찰총장’으로 상징되는 경찰권력이 버닝썬의 뒷배를 봐준 사실은 이미 드러났다. 남양유업 외손녀 황하나가 법망을 빠져나간 것도 마찬가지다. 황하나는 공공연히 외삼촌과 아빠가 경찰청장과 베프라고 말하고 다녔다. 아마도 그런 까닭에 공범이 재판을 받아 중형을 받는데도 황하나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경찰과 검찰 등 비호세력의 준동이 없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명제는 대한민국에서 이미 먼 나라 얘기다. 법에 의해 처벌받는 것은 힘없는 시민들뿐이다. 이런 저런 힘을 가진 자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부정과 부패를 일삼으며 자기 배를 불린다. 더 가관인 것은 법을 집행해야 할 중차대한 임무를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공권력이 이들과 결탁하여 법을 헌신짝 취급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파국의 전주곡이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강 건너 남의 일이 아니다. 배네수엘라는 법을 지키지 않는, 원칙을 지키지 않는 나라의 미래다. 마땅히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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