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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조바심 : 나는 왜 그럴까?
신희섭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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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2  11: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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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몇 일전이다. 운전 때문에 시비가 붙을 뻔 했다. 빨리 가려고 경적을 울린 것이 화근이 되었다. 잠깐을 못 기다리게 만든 조바심이 문제였다. 생각해보니 급하다고 가끔 난폭하게 운전하기도 했다. 난 왜 이렇게 조바심을 낼까?

조바심은 마음상태인데 좀 복잡하다. 조바심이란 마음을 졸이며 애태우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조마조마하여 안달복달하는 것이다. 영어 표현으로는 uneasiness(마음이 편하지 않은 상태)나 nervousness(신경이 쓰이는 상태)가 조바심에 가까울 듯하다. 조바심의 어원이 재미있다. ‘조바심’에서 ‘조’는 우리가 먹는 5곡 중 하나로 아주 작은 곡식인 ‘조’를 의미한다. 바심은 우리말로 ‘곡식의 이삭을 털어내고 낱알을 거두는 일’을 뜻한다. 그런데 조는 이삭을 털기 까다롭고 알곡도 한 곳으로 모으기가 어렵다. 게다가 바람이라도 불면 작은 알곡들이 날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조를 털 때 쉽게 되지 않아 초조해진다는 것이다.

어원이 보여주듯이 조바심이란 마음이 급하여 자신을 들들 볶는 것이다. 다른 심리상태들처럼 조바심도 양가(ambivalence)적이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조바심은 사람을 조심하고 주의집중하게 만든다. 부정적인 측면에서 조바심은 자신의 애를 태우고 자신을 과하게 괴롭힌다. 그래서 결론. 조바심 때문에 어떤 일의 결과를 좋게 만들 확률은 높지 않다.

타고난 기질 때문에 조바심을 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되는데도 불구하고 조바심을 내는 사람들도 많다. 그럼 이들은 별로 유용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데도 왜 조바심을 낼까?

천성인 기질을 넘어서면 조건에 집중할 수 있다. 조바심의 조건을 찾아보자. ‘마음을 졸인다는 점’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단순화해보면 ‘마음을 졸이는 것’ 즉 ‘애간장이 타는 것’은 현재 진행되는 일(현실)과 자신이 진행되기 바라는 일(기대)사이의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현실과 기대사이에 극단적 차이가 커서 전혀 기대를 이룰 수 없다면 사람은 체념한다. 반대로 기대가 쉽게 현실화될 수 있다면 사람은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조바심은 바로 그 중간에 있다. 즉 불확실한 상황인 것이다. 포기도 안 되고 그렇다고 무신경해질 수도 없다. 그러니 죽을 맛이다.

그렇다면 이 불확실성은 무엇에 기인할까? 세 가지 원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시한(time-horizon)’이다. 자신이 설정한 시간 내에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가 불안한 것이다. 좀 더 장기적으로 보면 문제가 없지만 주어진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다.

두 번째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역량’이 원하는 대로 안 따라주는 것이다. 목표달성에 자신의 역량이 “좀” 부족한 것이다. 아주 부족하면 포기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왠지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렇다고 확실히 잘할 수 있다는 확신도 없다.

세 번째는 ‘비교’다.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람의 ‘업적’이 평가기준으로 끼어든다. 다른 사례가 개입될 때 불확실성이 증대한다.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기준이 생긴 것이다. 이때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첫째, 저 정도 하고 싶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잘 모르는 경우다. 둘째, 저것보다 우월하게 잘하고 싶은데 잘 모르겠는 경우다. 둘째 경우에는 명예욕구, 경쟁심, 질투 등이 끼어든다.

불확실성이 조바심을 만든다. 그래서 항상 마음을 졸인다. 마음을 졸이고 안달복달하는 것은 내 마음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구속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시한, 역량, 비교라는 기준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럼 조바심을 줄이고 마음의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불확실성을 만드는 시한, 역량, 비교 세 가지 요인들 모두 우리의 ‘판단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시한’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인생 100세 시대’는 환갑잔치를 당연시 하던 시대와 다르다. 육체적 정신적 ‘역량’은 확실히 불확실하다. 노력만으로 안 되는 것도 있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것도 있다. 이럴 때는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기다리면 그만이다.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마음. 누군가에게 나를 꼭 드러내겠다는 마음. 이런 마음들을 줄이면 ‘비교’하는 고통에서 좀 편해진다.

조바심을 줄일 필요가 있다. ‘시한’을 길게 보거나, 자신의 ‘역량’을 정확히 판단하거나, ‘비교’로 자신을 불행하게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는 현실적으로 조바심을 줄일 수 있을까? 게다가 임기가 정해진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 기업의 경영자, 기관의 기관장들에게 이런 이야기는 현실적인 도움이 될까? 지식이 바로 지혜가 되어 실천으로 옮겨지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2019년 4월 11일 오늘은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날이다. 최근 하노이회담의 노딜(no deal) 상황과 남북관계의 교착이라는 조건이 ‘중재자’ 한국정부에게는 자칫 조바심을 강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중재자를 자임한 문재인대통령께서 조바심내지 않고 현 상황을 풀어나가시기를 바라며 노파심에서 한 자 적어본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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