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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도입 66년만에 ‘헌법불합치’
안혜성 기자  |  elvy99@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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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1  1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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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결정권 침해 인정…7년전 합헌 결정 뒤집혀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낙태죄가 도입 66년만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의사, 한의사, 조산사 등이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동법 제270조 제1항의 ‘의사’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는 지난 2012년 자기낙태죄 조항과 촉탁·승낙 낙태죄의 ‘조산사’ 부분에 대해 합헌 4인, 위헌 4인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내려진 선례를 뒤집은 판단이다.

이번 사건에서는 입법공백을 우려한 헌법불합치 의견 4인, 단순위헌 의견 3인, 합헌 의견 2인으로 의견이 나뉘었으나 위헌 취지의 의견이 심판정족수를 충족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먼저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유남석, 서기서, 이선애, 이영진 헌법재판관은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낙태를 방지하기 위해 임시한 여성의 낙태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적합한 수단”이라고 봤다.
 

   


하지만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전면적·일률적으로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고 있다는 점에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함으로써 법익균형성 원칙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모자보건법의 경우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장애 또는 질환의 우려,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등에 의한 임신, 법률상 혼인이 불가능한 혈족 또는 인척간의 임신 등의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해 그것도 임신 24주 이내인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헌법재판관들은 태아가 모체를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까지를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히 시간이 보장되는 ‘결정가능기간’으로 보고 이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결정가능기간 중에 다양한 사회적·경제적 이유로 낙태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 예외 없이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하는 것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것.

의사낙태죄의 경우도 자기낙태죄와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헌으로 판단했다.

다만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낙태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것 자체가 모든 경우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고, 낙태죄에 대해 단순위헌 결정을 할 경우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는 법적공백이 발생한다는 점, 결정가능기간의 결정 등에 대한 입법재량 등을 이유로 헌법불합치 의견을 제시했다.

단순위헌의견을 제시한 이석태, 이은애, 김기영 헌법재판관은 결정가능기간 내의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하는 것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데에는 헌법불합치 의견과 뜻을 같이 했다.

하지만 낙태죄 조항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폐기한다고 해서 극심한 법적 혼란이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기 어렵고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일단 기소를 허용한 후 사후입법으로 해결하는 것은 형법규절에 대해 위헌결정의 효력이 소급하도록 한 입법자의 취지에 반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헌법불합치가 아닌 단순위헌결정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견 차이를 보였다.

아울러 ‘마지막 생리기간의 첫날부터 14주 무렵까지’에 해당하는 ‘임신 제1삼분기(first trimester)’까지는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에 따라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신 제1삼분기’는 태아가 덜 발달하고, 안전한 낙태 수술이 가능하며, 여성이 낙태 여부를 숙고해 결정하기에 필요한 기간으로 이 시기에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해 낙태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이들 헌법재판관의 생각이다.

동시에 임신한 여성이 스스로 낙태의 의미, 과정, 결과 및 위험성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할 수 있도록 하거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덜 제한하면서도 그와 동등 또는 그 이상의 공익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반해 합헌 의견을 낸 조용호, 이종석 재판관은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 초기의 낙태나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않은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는 기존 합헌 의견을 고수했다. 7년전 합헌 결정 당시의 판단을 바꿀 만큼의 사정변경이 없다는 점도 언급했다.

자기낙태죄가 합헌이라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현실에서 임신한 여성이 모성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에 대해 미혼부 등 남성의 책임을 강화하는 ‘양육책임법’의 제정,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의 구축, 여성이 부담 없이 임신·출산·양육할 수 있는 모성보호정책 등 낙태를 선택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자기낙태죄 및 의사낙태죄 조항은 2020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개선입법을 할 때까지 계속 적용되며, 개선입법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2021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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