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아직도,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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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아직도, 여전히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9.04.04 19:24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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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관문, 법학적성시험. 입시 공정성 논란 이후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일까. 법학적성시험 전국 순회 설명회가 열린 지난 2일 연세대 광복관의 대형 강의실은 로스쿨 진학에 관심이 있는 수험생들로 가득했다.

법학적성시험 전국 순회 설명회는 로스쿨에 진학하려고 하는 수험생들의 법학적성시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준비를 돕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기자도 매년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지만 사실 지난해까지의 설명회는 수험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자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설명회 시간의 상당 부분을 로스쿨 제도에 관해 세간에 알려진 오해에 대한 해명과 로스쿨의 우수성에 대한 자랑(?)으로 채우고 정작 법학적성시험 준비에 대해서는 피상적인 이야기와 기출 문제 몇 개를 풀어보는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달랐다. 이번 설명회에서는 로스쿨 제도 전반에 대한 소개를 잠시 한 후에는 오로지 법학적성시험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법학적성시험 연구사업단 연구위원이 직접 전달한, 꽤나 솔직한 이야기는 당면의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는 무용한 정보이자 불편한 진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평소에는 빛도 들지 않는 지하에서 오로지 법학적성시험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데 수백 명의 수험생들에게 법학적성시험 공부방법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양지에 나와 당황스럽다는 농담으로 말문을 연 그는 “법학적성시험은 요령이 통하지 않는 시험”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법학적성시험은 다분히 타고난 재능의 영향을 크게 받는 시험이다. 어떤 이들은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쉽게 고득점을 얻지만 또 다른 이들은 학원에도 다니고 많은 문제들을 풀고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을 올리지 못하는 시험이라는 것.

그렇지만 ‘노력’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란다. 다만 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문제만 잔뜩 풀면서 단기간 공부한다고 성과를 볼 수는 없고, 오직 수년에 걸쳐 다방면의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체화하는 정공법만이 법학적성시험 성적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심지어 지금 법학적성시험 성적이 좋지 못한 수험생은 올해 시험은 안 되니 내년이나 내후년 시험을 생각하라는 직설적인 조언을 할 정도로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그가 “법학적성시험은 요령이 통하지 않는 시험”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던 것은 법학적성시험이 ‘종합적 사고력’이라는 법학적성을 측정하기에 충분히 적합한 시험이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두에서 다수의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이 실무를 접하면서 법학적성시험에서 요구하는 능력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는 이야기를 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정말 법학적성시험이 법학 공부를 하고 법조인으로서 활동하는데 필요한 능력과 소양을 측정하는 데 적합한 시험이고, 수년간 다방면의 깊이 있는 공부를 해야 성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학구열과 성실성까지 검증할 수 있는 시험이라면 왜 로스쿨 입시에서 논란이 많은 다른 요소들을 배제하고 법학적성시험 성적만으로 선발을 진행할 수 없을까.

시험 성적은 다른 입시 요소들에 비해 불공정성이 개입될 소지가 적다. 만약 법학적성시험 성적만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고 면접은 누가 봐도 부적절한 지원자를 배제하는 정도로만 활용한다면 적어도 공정성 논란은 해소될 것이다. 그 결과 나이가 어린 지원자들이, SKY 학부 출신들이 큰 비중으로 선발된다고 해도 이를 차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차피 지금도 소위 명문 로스쿨 입학생의 대부분은 나이가 어린 SKY 학부 출신이고 말이다.

로스쿨이 도입된 지 10년. 아직도, 여전히 로스쿨을 둘러싼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로스쿨이 진정한 정착을 이루기를 바란다면 여기 조금 저기 조금 고치는 미봉책으로는 안 된다. 보다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보다 혁신적인 개혁만이 로스쿨의 취지를 살리고 진정한 의미의 정착을 이룰 수 있다. 지금, 모든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로스쿨의 이데아에 다가가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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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주장 2019-04-06 07:20:42
촌철살인이십니다. 로스쿨은 폐지가 정답입니다.

ㅇㅇ 2019-04-06 07:17:15
지금이라도 다시 사시로 복귀해야합니다
그게 안된다면 변호사시험 합격자수를 300명 이하로 줄여야 합니다

고형 2019-04-06 01:10:15
근본적으로 지적해준 기사도 있으니 아직 기자정신은 죽지 않았습니다

정말이지 2019-04-05 18:40:26
정말 옳게 적은듯 하다. 어느누가 5급 사무관 전원 스카이출신이라고 욕을 하던가 어느누가 법행합격자 전원이 20세 서울대생이라고 학벌차별 나이차별이라 하던가 그렇게 가는게 맞다고 본다.

기회균등 2019-04-05 11:05:37
앞으로도,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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