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집단심리, 용기 있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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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집단심리, 용기 있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
  • 오시영
  • 승인 2019.04.0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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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집단 심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번 형성된 집단 심리는 무겁고 오래 간다. 집단은 너와 나를 가르는 보이지 않는 선이다. 건널 수도 없고 건너서도 안 되는 심리적 압박을 가한다. 까닭에 집단에 속하지 못한 자들은 서러움을 겪고, 고초를 겪고 싶지 않기에 더욱 집단화에 동조하게 된다. 한국사회는 참으로 집단이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사회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은 개인화가 철저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다가도 어느 순간 집단으로 돌아가는 무서운 응집력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다시 개인화가 머리를 내미는 이율배반적 사회구조를 이루고 있다.

4.3보궐선거결과가 나왔다. 창원‧성산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후보단일화를 이룬 정의당의 여영국 후보가 당선되었고, 통영‧고성에서는 자유한국당의 정점식 후보가 당선되었다. 우선 당선된 분들의 국회 입성을 축하하면서, 국민의 심부름꾼으로서의 사명을 잘 감당해 주기를 당부한다. 노회찬 의원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치러진 창원‧성산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과 민주정의당이 후보단일화를 통해 자유한국당의 강기윤 후보를 45.8% 대 45.2%의 득표율로 불과 500여표의 차로 당락이 결정되었다. 개표 막판까지 지고 있던 여영국 후보가 마지막 개표 5% 정도를 남겨 놓고 역전이 되었다. 반면에 통영‧고성에서는 자유한국당의 정점식 후보가 59.1% 정도를 득표하여 36.7% 정도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의 양문석 후보를 여유 있게 누르고 당선되었다. 19대 총선 때는 더불어민주당이 18.2% 정도의 득표율밖에 얻지 못했고, 20대 총선 때는 아예 후보를 내지 못해 이군현 자유한국당 후보가 무투표 당선되었던 지역구인 통영ㆍ고성 지역이 그나마 양문석 후보가 36.7% 득표율을 올려 지역색이 많이 완화되었음은 그나마 다행이다.

여야는 금년 들어 거의 국회를 마비시킨 채 여야간에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공직선거법과 공수처설치에 관한 법이다. 물론 공정거래법 등 경제 관련 법들도 쟁점이 되고 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은 공직선거법과 공수처설치관련법이다. 이 두 법은 정치권의 발등에 떨어지는 불 같은 입법이라 서로의 생사에 관한 것이어서 양보가 쉽지 않다. 공직선거법의 쟁점은 연동형비례대표제의 도입을 둘러싼 여야간의 대립이다. 가장 전형적인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각 정당의 득표율에 맞춰 지역구 의원과 비례 의원을 조정하다 보면 실재 국회의원 정원보다 10% 정도 국회의원 수가 늘어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그런데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3 야당이 합의한 안에 따르면 득표율을 50%만 반영하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에 300명 국회의원 정원을 산술적으로 넘어설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지역구에서 225명을, 비례로 75명으로 하여 300명을 정원으로 하되 비례로 뽑는 의원은 득표율의 50%를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정당이 전국 득표율이 10%인데, 지역구에서 10명이 당선되었다면, 300명의 10%인 30명의 50%인 15명의 의원을 배정하게 되어 비례에서 5명을 배정하겠다는 것이다. B당의 경우 30%를 득표하였는데, 지역구에서 100명이 당선되었다면 90명을 가져갈 수 있는데, 이미 지역구에서 100명이 당선되었기 때문에 비례에서는 국회의원을 배정하지 않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배정하고 나면 75명의 의원 중 일부가 남게 되는데(50% 비율로 반영하기 때문) 그 인원을 다시 전국 득표율에 따라(지역구 당선 수를 고려하지 않고) 배정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의원 정수 300명 속에서 지역구와 비례 의원수를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국회의원 당선자가 적은 정당이 다수 발생하게 되어 군소정당이 난립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될 경우 여태까지 다수 정당이었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입지가 약화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실천하게 되면 적은 득표율로도 많은 당선자를 배출하는 사표(死票)의 모순을 혁파할 수가 있지만, 여태 두 거대 정당이 누려왔던 지역구도에 의한 다수당선자 배출이라는 이익을 누릴 수 없게 된다. 그리고 현재의 공직선거법으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당세가 약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민주정의당의 존립이 내년에 있게 될 21대 총선에서 위태롭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지역구에서 최고 득표율을 올린 후보만이 당선되기 때문에, 2등을 전국에서 골고루 하여 전국 득표율이 2등인 경우에도 국회의원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는 모순이 생기게 되는데, 이 경우 바른미래당 등 현재의 소수 정당이 그런 위기, 바틀넥(bottle neck)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공수처법은 또 어떠한가? 이번 김학의 사건에서 드러나듯, 검찰이 고위 공직자의 비리에 대해 정치권(청와대 등 권력기관)의 압력이나 회유에 의해 사건을 유야무야 처리해 버릴 경우 방법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고 몇 년의 세월이 흐른 뒤 공소시효가 문제될 때쯤 뒤늦게 썩은 내가 진동할 때쯤 사실이 밝혀져 오히려 진실 규명이 어려워지고 사회적 지탄이 높아져 수사기관이 국민의 불신을 사게 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고 있다. 이는 결국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데에서 나오는 폐해이기 때문에 검찰의 이러한 기소독점권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로서 공수처의 신설이 어느 때보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특히 야당에서는 공수처가 신설되면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야당을 탄압하는 사찰기관으로 기능하지 않겠느냐며 반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든지 야당은 여당이 될 수 있고, 여당 또한 야당이 될 수도 있다. 정치를 잘못하면 정권 교체는 언제든지 가능하므로 야당을 탄압한다는 논리는 정치적 주장일 뿐 현실적이지는 않다. 검찰이 공수처를 견제하고, 공수처가 검찰을 견제하면, 서로 깨끗하고 공정한 수사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공수처의 장을 국회 등에서 선출하도록 한다면 그 공정성과 중립성을 나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문제가 되는 사건 조작이나 진실 은폐 등 수사기관의 편파성과 정치성을 오히려 배제할 수 있어 국가 정의를 실현하는 기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초미니보궐선거로 국민의 민심을 읽어내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우선 지역적으로 자유한국당의 강세가 점쳐지는 지역적 편중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국민은 당선자를 1대 1로 배출함으로써 여야 모두에게 나름 경종을 울렸다고 판단된다. 유의미한 것은 후보를 내지 못해 무투표당선이라는 황당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었던 통영‧고성지역구에 더불어민주당이 후보를 내었고, 당당히 30대 중반의 득표율을 얻었다는 점이다. 지역색이 많이 옅어지고 있는 현상은 유의미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런 현상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호남지역에서 자유한국당 후보가, 영남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는, 후보의 능력 중심으로 그리고 정당의 정강정책에 대한 평가를 통해 심판하는 국민적 성숙성이 실현되었으면 한다.

1대 1 당선 결과를 놓고 두 거대 정당이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좀 더 겸손하게 국민에게 다가가고,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겸허한 자세를 견지하였으면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막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정치인들이 존경받는 시대가 되었으면 한다. 말도 되지 않은 폭언과 망언을 남발하여 국민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고, 그러면서도 국민의 관심을 받는 이 망언의 관음 시대를 끝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국은 여전히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강행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부적격자라며 박영선 장관 후보자 등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정치적 공세일 뿐이라며 일축하는 분위기이다. 서로 발목잡기일 뿐이라고 서로를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대한민국에 깨끗하고 능력 있는 인물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서글플 뿐이다. 필자는 코드인사를 비판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오래 전부터 오히려 코드인사가 맞는 것이라는 말을 계속해 왔다. 정권을 잡으면 정권과 사상과 가치를 같이 하는 이들로 내각과 정부를 구성하고, 각종 기관의 장을 임명하여, 정권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드인사를 취하는 것은 옳다고 본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력 있으면서 청렴한 도덕적 권위를 가진 이들을 모셔야 한다는 것이다. 정권 인사들과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인재풀에서 벗어나 유비가 제갈공명을 모시듯 삼고초려의 정신으로 재야에 숨어 있는 훌륭한 이들을 발굴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인사청문회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물론 위장 전입신고를 몇 번이나 하고, 세금을 얼마나 덜 내고, 부동산 투기를 얼마나 많이 하고 등 여태까지 집중 질문 대상의 경중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연 일을 제대로 할 능력이 있는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여전히 대한민국은 시끄럽다. 장자연 사건을 비롯하여 김학의 사건이 여전히 세상의 관심사가 되고 있고, 코앞으로 다가온 한미정상회담을 비롯하여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이 연속하여 개최될 수 있을 것인지, 그리하여 북한의 비핵화와 경제제재 해제를 통한 남북평화체제의 구축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지 등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호황의 경기 속에서도 소득 분배의 불균등으로 인해 소득격차는 벌어지고, 여전히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출산율은 급감하고 고령화는 초고속으로 진행되는 등, 우리가 여태 겪어보지 못한 전대미문의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 중요한 때에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치일 수밖에 없다. 정치가 방향을 제대로 잡아 주어야 관료가 움직이고, 경제가 움직이고, 국민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치는 제자리걸음이고, 서로가 서로를 향해 엄포를 놓고만 있다. 독설이 독설을 낳고, 말이 사람을 죽이고 있다. 독설 한 마디를 상대방에게 던지고서는 제 할 바를 다 했다는 듯이 홀로 미소 짓는 정치가 어디 그게 제대로 된 정치인가? 실재 몸으로 헌신하며 온 정열을 다해 바쳐야 진정한 정치가 아니겠는가? 세상은 참으로 어지럽고 부끄러운 일들로 가득하다. 재벌가 자식들이 마약을 상습 복용한 문제가 불거져 다시 세상을 혼돈으로 몰아넣는다. 남양유업 창업자의 외손녀 황하나의 마약 수사에 대한 미온적 사건처리가 수년이 지난 지금 다시 수면 위로 떠올라 재수사되고 있다. 도무지 수사기관인 경찰과 검찰이 얼마나 많은 사건들을 이처럼 자기들 마음대로 불공정하게 처리해 왔다는 것인지, 최소한의 신뢰마저 상실케 되어버린 현상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김학의 사건에서 피해 여성들을 생각한다면, 장자연 사건에서 장자연이 성상납에 시달리다 그렇게 고통스럽게 죽어간 사실을 생각한다면 어찌 사건을 덮어 버릴 수 있을 것인가? 대통령의 지시와 과거사진상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수사기관이 재수사에 착수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에는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을 밝혀내 일벌백계의 책임 추궁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지도층이라는 이들이 범죄행위를 함부로 저지르고, 이러한 범죄 사실들이 밝혀지면 다시 수사기관을 압박하여 사실을 은폐하는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 온 대한민국은 어찌 보면 참 웃기는 나라이기도 하다. 하나가 짤리면 두 번째가 나서고, 두 번째가 짤리면 세 번째가 나서는 집단적 정의감이 필요한 때다 어느 누구도 집단적 정의를 이겨낼 수가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세상이 점차 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존 권력과 질서를 무너뜨리는 거대한 신인류가 인공지능시대, 5G시대에 출현하고 있는 교육현장을 보며 그나마 희망을 갖는다. 집단심리가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대신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내었으면 한다. 우리 모두는 개체이자 집단이다. 결국 용기 있는 자가 세상을 바꾼다. 자녀들을 용기 있는 자로 기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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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ㄴㄷㄹ 2019-04-05 02: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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