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06)-김의겸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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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06)-김의겸論
  • 강신업
  • 승인 2019.04.04 19: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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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인간의 속성 중 하나는 남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모두 위선적이다. 문제는 정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악을 감추고 싶어 할지언정 거짓과 변명으로 선을 포장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우리는 의도적으로 그렇게 포장하는 자들을 위선자라 칭하고 특별히 경멸한다.

그런데 이번에 대단한 위선자가 나타났다. 겉으론 정색을 하며 정의를 외치고 선을 외치던 자가 뒤에선 구린내 나는 짓을 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2019년 3월 29일 사퇴한 청와대 전 대변인 김의겸은 10억 원 가량 재산을 갖고 흑석동 재개발지역에 25억 원 가액의 상가를 구입하기 위해 고교 후배 은행에서 10억 원을 넘게 대출받고, 처제 등 친인척에게 3억 6천만 원을 빌리고, 청와대 관사로 입주하면서 뺀 전세금 4억6천만 원까지 몽땅 쓸어 넣었다. 빚을 왕창 얻어 재개발투자에 올인 한 것이다.

김의겸은 처음 30년 동안 전세를 살았는데 노모를 모시기 위해 큰 집이 필요했다며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30년 무주택자에 효자 코스프레까지 하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노모 핑계가 통하지 않자 그는 아내를 들고 나왔다. 그는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고, 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 라고 하면서 ‘이 또한 제 탓’이라고 덧붙였다. 자기가 알면 말렸을 것인데, 알지 못해서 그러지 못했고, 그렇게 막지 못한 것도 자기 탓이라는 말이다. 언뜻 들으면 자기 책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들린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신의 책임을 교묘히 회피하는 말이다.

그의 의도와 달리 김의겸의 이런 태도는 대단한 역풍을 몰고 왔다. 한국 사람이 남의 탓 하는 거야 워낙 유명해서 ‘잘 되면 제 탓 안 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도 있지만 어떻게 자기 아내를 남편과 상의도 한마디 없이 25억 원이나 나가는 재개발 상가를 덜컥 구입하는 배짱 좋은 투기꾼으로 만드느냐는 책망이다. 탈무드에는 ‘남편의 집은 아내다’라는 말이 있다. 아내는 남편에게 주택이나 상가보다 중요하다. 그런 아내에게 투기꾼 독박을 씌운 것은 김의겸의 앞날에 두고두고 회한이 될 것이다. 더구나 그는 끝까지 보수언론을 탓하고 애국자 코스프레까지 하며 언론계 후배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장 훈계를 늘어놓았는데 이건 오히려 그를 뻔뻔하고 반성할 줄 모르는 인사로 자리매김 시켰다. 청와대가 오죽 답답했으면 후임자를 언론인 중에서 찾고 있지 않다는 말까지 했겠는가. 언론인 얼굴에까지 먹칠을 한 것이다.

그런데 김의겸은 왜 끝까지 남 탓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김의겸은 불안장애를 가진 인물로 보인다. 그가 욕구불만족에 기초한 불안이 없었다면 퇴임 후를 걱정하는 일 따위는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10억 원 이상의 재산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그가 청와대 대변인을 물러난다고 하여 밥을 굶는 것도 아닐 터, 그렇게 안달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그 낡은 건물을 산 건 일확천금을 꿈꾼 것이거나 혹 향후 정치에 투신했을 때를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은 피해의식장애를 가진 인물로 보인다. 그는 피해의식에 기초한 자기 방어가 너무 심하다. 때문에 자기말대로 까칠하고 강퍅한 대변인이 되고 말았다. 대변인 시절에 DNA 운운한 것이나 물러나면서까지 보수언론에 대해 적개심을 드러낸 것은 그가 소통 창구로서의 대변인 역할에 젬병이라는 것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김의겸은 자기 말처럼 결정장애를 가진 인물로 보인다. 무책임의 극치는 대통령이 ‘어디서 살 건가’라고 물었을 때 ‘모르겠다’고 답한 데에서 잘 드러난다. 도대체 모르겠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서지 않았다 하더라도 적어도 ‘모르겠다’는 말은 적절한 답이 아니다. 자기 인생을 자기도 모르면 누가 책임을 지는가.

세상사 허물없는 사람은 없다. 일순간 사특한 생각이 생겨 행동이 잘못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때 그가 취하는 태도다. 반성하고 사과하는 말과 행동, 그 유무가 그의 향후 인생을 좌우한다. 탈무드에는 이런 말이 있다. “반성하는 자가 서 있는 땅은 가장 훌륭한 성자가 서 있는 땅보다 거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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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ㄴㄷㄹ 2019-04-05 02:30:04
고럼요.. 매우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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