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6-05 18:37 (금)
[칼럼] 학생의 정신적 미성숙 주장에 대해
상태바
[칼럼] 학생의 정신적 미성숙 주장에 대해
  • 송기춘
  • 승인 2019.03.29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학생이나 청소년이 정신적으로 미성숙하여 보호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널리 퍼져 있다. 헌법재판소 판례에서도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고 사물에 대한 변별력이나 의지력이 미약한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이용에 대해서는 보다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게임산업법과 청소년보호법의 입법목적을 인정하고 있고, “자율적 판단능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은 친권자 등의 개입이나 교육 여하에 따라 인터넷게임중독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도 한다(헌재 2015. 3. 26. 2013헌마517). 이러한 관점은 학교폭력 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문제에 대한 판단에서도 다르지 않다(헌재 2106. 4. 28. 2012헌마630). 학생이나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 보는 관점은, 그것이 이들에 대한 필요한 보호를 제공하고 교육의 내용이나 방법을 달리 할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부당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정신적으로 미성숙하다고 하면서도 이 논리가 충실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학생을 ‘아직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 있다고 한다면 미성숙한 존재로 대우하여야 한다. 미성숙하기에 실수도 하면서 성장하는 것이고, 바꿔 말하면 학생은 실수할 권리도 있는데, 학생이 실수를 하면 가차 없이 엄한 처벌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학생이 미성숙하다면 이들의 감수성이 매우 예민하고 가르치는 대로 받아들일 것이므로 행여 잘못 가르치고 잘못 행동하면 이들이 잘못 될까봐 가르치는 사람들이 두려워해야 하고 가르치는 내용과 방법을 매우 신중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도 왜 교육 내용과 방법은 왜 그렇게 획일적이고 때로는 독단적인가?

학생이 정신적으로 미성숙하다는 논리는 교사들의 정치적 행동에 대해 부정적인 판단을 하는 구실이 되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후 교원들의 시국선언과 시위에 대해 검사는 이렇게 주장한다. “교사들의 정치적 의사표현행위로 인하여 아직 정치적, 사회적 판단력이 미성숙한 학생들이 교사들의 정치적 주장 등을 여과 없이 수용할 가능성이 크므로 시국선언행위가 공익에 반한다.” 그러나 그토록 미성숙하다고 여겨지는 학생들이 교사의 정치적 행동을 ‘여과 없이 수용할 가능성’이라는 게 얼마나 될까? 그토록 학생들을 미성숙하다고 하면서 잘못된 정책이나 수사와 기소 그리고 재판이나 얼토당토않은 판결내용이 학생들에게 ‘여과 없이 수용될 가능성’은 왜 고려하지 않는 것인가?

하급심 판결이지만, 교사의 시국선언과 미신고집회 주최에 관한 대전지방법원 판결(2010. 2. 25. 2009고단2786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앞의 검사의 주장은 “획일적 교육을 받고, 정보부재의 환경에서 성장한 기성세대가 가지는 경험의 한계에 기인하는 낡은 시각”이며, 오늘날의 학생들은 “인터넷 등을 통하여 무한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을 것이고, 지속적으로 사물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논술교육을 받고 자라난 터”이므로 교사의 시각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일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한다. 또한 학생들이 교사의 주장을 접하는 것은 언론과 인터넷 등의 간접적 경로에 의하므로 이들 정보원에는 이들의 주장과 이들 주장을 비판하는 내용이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으므로 교사의 시국선언 내용을 그대로 진리인 것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의사표현을 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이 형사처벌을 받고 만다면, 이를 지켜보는 학생들은 힘 있는 자에 대한 비판은 손해만을 불러온다는 교훈을 얻게 될 것”이고 “비판과 견제를 통하여 권력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현대민주주의는 그 건강성을 잃게 될 위험이 크”므로 교사들의 이와 같은 시국선언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이야말로 반교육적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학생들을 판단력이 미숙한 존재로만 보는 주장은 경직되고 획일화된 교육을 받고 정보부재의 환경에서 성장한 자신들의 과거경험만을 기억하는 기성세대의 낡은 시각에서 오는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학생이 미성숙하다는 주장에 대한 적절한 비판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