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25)-퍼블리시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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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25)-퍼블리시티권
  • 신종범
  • 승인 2019.03.29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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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가천대 겸임교수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10여년 전 흥행에 성공했던 '과속스캔들'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에서 깜찍한 아역을 맡았던 배우의 소식을 최근 접했다. 다른 배우들처럼 출연한 영화에 관한 소식이 아니라 송사에 관한 내용이었다. 자신의 사진을 홈페이지에 게시해 광고를 한 어느 연기학원을 상대로 수 억원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었다. 배우는 자신이 그 학원을 다닌 적도 없었는데 동의도 얻지 않고 자신의 사진을 이용해 광고를 함으로써 퍼블리시티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한다.

퍼블리시티권(The Right of Publicity)이란 이름, 초상, 서명, 목소리 등의 개인의 인격적인 요소가 파생하는 일련의 재산적 가치를 권리자가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허락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과속스캔들’에서 위 배우는 특유의 표정과 말투로 아역을 연기하여 큰 인기를 얻었고, 이를 통해 여러 광고를 찍기도 하였다. 이처럼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의 이름과 초상 등은 보통사람이 이름과 초상 등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권리(성명권, 초상권 등 인격권)를 넘어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함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권리가 바로 퍼블리시티권이다. 위 배우는 연기학원이 허락도 받지 않고 자신의 초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함으로써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퍼블리시티권이라는 용어는 1950년대 미국 연방법원 판결문에서 처음 사용되었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인정되던 프라이버시권(The Right of Privacy) 외에도 자신의 초상이 갖는 공개적 가치에 대한 또 다른 권리를 인정할 수 있는데 이를 퍼블리시티권(The Right of Publicity)이라고 판결문에 명명했던 것이다. 이 판결 이전까지는 프라이버시권만으로도 개인의 초상 보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보았던 것 같다. 그러나, 광고, 영화, 티비, 비디오 시장이 확대되면서 전통적으로 초상이 갖고 있었던 인격적 가치를 넘어 초상의 상업적 이익인 초상의 홍보가치(The publicity value)를 보호할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었고, 이러한 초상의 상업적 가치를 프라이버시권으로는 보호할 수 없게되자 퍼블리시티권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후 퍼블리시티권은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법적 권리로 승인된 후 여러 주에서 법률로써 인정되게 되었고, 초상 뿐만 아니라 이름, 성명, 동일성, 제스쳐, 특유의 외양과 말씨·행동까지 그 권리를 인정하는 주가 생기게 되었다.

퍼블리시티권에 대하여 우리나라 법률은 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다만, 위 배우처럼 퍼블시티권 침해를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사례들이 여럿 있었다. 배우 이영애씨가 광고 모델계약이 종료되었음에도 자신의 초상을 계속 사용한 화장품 회사를 상대로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건이 있었고, 프로야구선수들이 허락을 받지 않고 그 성명을 무단 사용한 게임업체를 상대로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주장한 사건도 있었다. 이러한 퍼블리시티권 관련 사례에 있어 우리 법원은 성문법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법률이나 확립된 관습법 등의 근거 없이 물권과 유사한 독점, 배타적 권리인 퍼블리시티권은 인정될 수 없다는 입장과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를 인정하고 있고, 사회 발달에 따라 이러한 권리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며, 유명인 스스로 노력에 의하여 획득한 명성 등으로부터 생기는 독립한 경제적 이익 그 자체를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하면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한 판례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엇갈리는 하급심 판례를 정리해주는 대법원 판례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미 1950년대 미국에서 그 필요성이 대두된 퍼블리시티권에 대하여 아직 우리나라는 법률의 규정도 대법원 판례도 존재하지 않은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 개념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권리의 존속기간은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 것인지, 침해가 인정될 경우 손해배상액은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지 등을 조속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 ‘과속스캔들’ 배우 사건은 대법원 판례까지 받아볼 수 있을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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