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로스쿨 우회로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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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로스쿨 우회로를 생각한다
  • 김영철
  • 승인 2019.03.22 10:46
  • 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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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변호사(법무법인 대종)·법학박사 / 전 건국대 로스쿨 교수

법조인 양성기관으로 로스쿨(정식명칭 법학전문대학원)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되었다. 과도기에 함께 운영되던 사법시험제도가 2017년에 막을 내림으로써 이제 법조인이 되는 통로는 로스쿨을 졸업하여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로스쿨제도는 바람 잘 날 없이 시끄럽다. 로스쿨에 들어가도 문제고 못 들어가도 문제다. 변호사시험에 합격해도 문제고, 불합격해도 문제다. 우리나라 로스쿨 응시자수는 이웃 일본과는 달리 꾸준히 상승세에 있고 평균 5% 내외의 경쟁률을 유지하고 있다. 지원자 5명 중 1명 정도만 로스쿨입학이 허용된다. 로스쿨졸업자 중 변시 합격자수는 정원 2000명 대비 75~80% 수준인 1500명~1600명 정도에 그치고, 불합격자는 해마다 누적되는데도 합격자수는 큰 변동이 없어 현재 응시자대비 합격률은 50%에도 못 미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시낭인’ 대신 ‘변시낭인’이 양산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로스쿨 재학생과 변시 불합격자들은 변시의 자격시험화를 부르짖으며 합격자수를 늘려달라고 한다. 반면, 변시에 합격하여 변호사가 된 사람들은 법률시장이 포화되고 불경기여서 취업하기도 어렵고 취업하면 저임금, 개업하면 경영난에 시달리니 로스쿨 정원을 줄이고 합격자수를 줄이라고 요구한다.

이 가운데 정규로스쿨 졸업자에게만 변시 응시자격을 주는 것은 부당하니 로스쿨 우회로를 개설하라는 요구를 하는 그룹도 있다. 아쉽지만 지면관계로 정규 로스쿨제도권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거론은 논외로 하고, 로스쿨 우회로 개설에 관한 몇 가지 생각을 밝히고자 한다.

로스쿨 우회로 개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제1 그룹은 주로 과거에 사시를 준비하던 사람들로 일정한 직업을 갖지 않고 오로지 법조인 자격취득에 풀타임 올인 하는 전업적(專業的) 시험준비 그룹이다. 이들은 대개 학력이나 전공에 관계없이 단 1회의 시험통과로 3년 과정의 로스쿨 졸업자와 동등한 변시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예비시험제도의 도입을 요구한다.

제2 그룹은 공무원, 회사원(공인회계사·세무사·법무사 등 유사법조인 포함) 등 직업인들로서, 정규로스쿨 최소한의 수업연한인 3년 동안의 휴직이 허용되지 않거나 다른 사정으로 정규로스쿨에 입학할 수는 없으나 전공이나 관련경력을 살려 법조인이 되고 싶어 하는 그룹이다. 이들은 직장생활과 로스쿨 유사 교육기관의 교육이수를 병행하면서 응시자격을 부여받기를 원한다.

제3 그룹은 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였으나, 국내의 변호사자격 취득을 원하는 그룹이다. 현재 외국에서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는 국내에서 ‘변호사’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고 외국법자문사로서의 역할밖에 할 수 없다. 이들은 미국의 1년제 LLM제도와 같은 단축된 로스쿨 프로그램을 통하여 국내의 변시 응시자격취득의 길이 열리길 바란다.

제1 그룹의 주장인 예비시험제의 도입문제다. 이 제도는 우리 로스쿨 제도 도입초기부터 줄기차게 논의되어 온 문제이기도 하다. 예비시험제도는 ‘교육을 통한 법조인의 양성’이라는 기본정책에 부합되지 않는 점이 첫째 난관(難關)이다. 앞서 시행하고 있는 일본의 예를 보면, 사회경제적 약자 등을 구제한다는 제도의 취지에서 벗어나 시험에 유리한 20대의 학생·특권층·부유층 등 여건이 좋은 우수인재들이 단기간 내 법조인이 되고자하는 욕망에서 정규 로스쿨을 패싱(passing)하고 예비시험에 매달리는 바람에 예비시험 응시자수가 로스쿨 응시자수의 배를 넘길 정도로 과열되고, 예비시험출신 변시 합격률은 전체 평균 20%대를 월등히 뛰어넘는 70%대에 이름으로써 로스쿨시스템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마련되기 이전에는 예비시험제도가 도입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2 그룹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안으로, 미국 일부 주에서 실시하는 baby bar 시스템을 벤치마킹(bench-marking)할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비시험제 도입을 주장하는 그룹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정규로스쿨 1년정도 수준의 학업 성취도 시험을 치르고(예비시험 유사) 이를 통과한 사람들에게 2년 정도의 방송통신 교육과정을 거치게 한 후 이 과정을 수료한 사람에게 변시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이다.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정책과도 어느 정도 부합하고, 2년의 교육과정 중에 법률 심화교육과 실무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정규로스쿨 출신과 거의 유사한 학식과 법적 소양을 갖추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로스쿨 정원의 7~10% 범위에서 운용하고 이에 연결된 합격자 수도 150명 내외로 늘리면 무리없이 시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제3 그룹에 대한 배려이다. 국제화·선진화를 지향하는 입장에서 이 그룹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 수용할 필요가 있다. 상호주의를 적용하여 우리나라에 LLM과정을 통한 변호사자격 부여의 길을 열어 놓고 있는 미국의 변호사들을 우선대상으로 하면 어떨까? 물론 정원 및 업무영역의 제한과 일정의 거주기간 충족, 한국어시험 통과 등 응시자격의 제한은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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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df 2019-03-27 22:02:33
외국 변호사에게 변호사 자격증 취득 기회를 준다면 그들보다 더 한국 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유관 자격증 소지자들, 즉 변리사, 법무사, 노무사, 세무사 등에게도 변호사 자격증 취득 기회를 주는 것이 형평에 맞다고 본다..즉, 이들에게 자격증 취득후 3년 이상 되었다면 실무에 대해 어느정도 파악 하였을것이므로 그들에 한해 변시 응시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ㅋㅋ 2019-03-26 20:05:20
기형적 한국 로스쿨 폐지하라

칼럼 요약 2019-03-26 17:37:58
일단 내 밥그릇은 지키고

샛별 2019-03-25 21:28:13
기존 법학과 졸업한 국민을 어떻게 할지 궁금하네요.
위에 대안은 맞추기가여려운 아주 공허한 말로 들리네요.
로스쿨 운영상 장래에 재원이 없어 망하니 그 부족한 부분을 로스쿨 우회로 해서 예비시험을 로스쿨 산하에 둬서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발로이다.안된다.로스쿨은 로스쿨 독립해서 운영하고 망해도 혼자 망해야지 예비시험을 우회로 두어 재원을 빈약한 로스쿨운영에 충당해서 쓰겠다는 사기식 대안이네....

획기적 의견 2019-03-25 16:35:30
교수님 정말 합리적인 대안인것 같습니다. 적극 지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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