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적극행정’을 적극 환영한다
상태바
[기자의 눈] ‘적극행정’을 적극 환영한다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9.03.22 11:32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흔히 공직사회를 소극주의와 철밥통으로 비유하곤 한다. 소극주의란 행위를 하지 않으려는, 그래서 어떠한 불이익이나 원하지 않는 결과를 피하려는, 자신의 직무는 대충하면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의 지위 따위를 지키는 일에만 급급한 태도를 일컫는 보신주의에 가까운 의미다. 이에 반해 적극주의는 일을 스스로 찾아 결과를 얻고자 하는 긍정적인 태도를 말한다. 철밥통은 반대어가 없을 정도로 신조어에 가깝다. 밥그릇은 밥그릇인데 깨어지지 않는 밥통을 말한다. 굳이 반대어를 만들라면 쉽게 깨어지는 질그릇 정도라고나 할까.

기자는 지난 9일 실시된 금년도 5급 공채 제1차시험인 공직적격성평가(PSAT) 고사장을 들렀다. 매 교시가 끝난 직후 여러 수험생들을 상대로 체감 난이도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종료 신호가 울리고 고사실을 나서는 수험생들은 피곤함보다는 자신감과 여유로움에 찬 표정들이 더 많았다. 초급 관리자급인 5급 사무관이 되기 위한 열정은 똘망한 눈빛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이른 아침부터 자녀와 함께 고사장을 찾아 온종일 고사장 한편에서 기도하는 부모들도 일부 있었고 오후 6시 시험이 종료될 쯤 고사장은 응원을 하러 온 부모, 친지들로 북적였다. 멀리 보이는 자녀를 향해 뛰어가 포옹을 하기도 하고 어깨를 두드리며 무언의 격려를 전하는 부모도 있었다. 내로라는 우수 인재들이 소수점으로 당락을 가르는 곳이지만 모든 시험이 끝난 후에는 서로가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듯, 최선을 다한 모습들이었다.

비단 5급 공채뿐만 아니라 직급을 가리지 않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그토록 원하는 공무원만 되면 ‘소극적인 인간형’이 된다는, 즉 공직에만 입문하면 조직의 안위와 개인의 보신에만 열중한다는 우스갯소리를 자주 듣곤한다. 정년까지 신분이 보장되니 굳이 적극적일 필요가 없고, 그렇다고 튀는 행동으로 조직에 누를 끼칠 필요 또한 더더욱 없어서다. 그래서 “그토록 활발하고 영특하던 이가 공무원이 되더니 저렇게 소극적으로 바뀔 줄이야”라며 지인들이 종종 놀라곤 하는 것이 이같은 공직 문화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론이다.

그래서 적극이고 책임감 있게 일하는 공직사회를 구현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주목된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14일, 2019년 업무계획 발표를 통해 “정부 출범 3년차를 맞아, 국민의 높아진 기대와 새로운 사회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국민을 위한 더 좋은 행정을 구현하기 위해 공직사회에 적극행정을 확산하고 우대하는 기반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적극행정 운영규정(대통령령)」을 제정해 적극행정의 개념·기준 등을 구체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적극행정 교육을 의무화하며 우수사례를 발굴·확산한다는 청사진이다. 적극행정 우수 공무원에 대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적극행정은 문책하지 않고 장려한다는 원칙하에 징계 면책 기준을 확대·적용한다는 점도 돋보인다.

구체적으로는 당사자에게 적극행정 면책 소명기회를 부여하고 면책 요건에 해당하는 실무직 공무원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한다. 한편으로는 소극행정을 근절하기 위해 소극행정 비위 중에서 법령을 위반하거나 비위 내용이 악성이고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중징계 이상으로 엄중 문책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부처 특성에 적합한 유연한 인사 운영을 통해 각 부처의 성과 창출을 지원할 수 있도록 인사관리의 자율성을 높여 나가기로 했다.

이날 법제처 또한 업무계획을 통해 공무원의 적극적인 행정서비스를 유도해 일 잘하는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 효율적이고 탄력적인 법제기준을 마련하고 국민의 시각에서 적극적으로 법령해석을 하는, 적극행정 법제 추진을 표방했다. 인사혁신처, 법제처, 감사원이 함께 힘을 모으기로 했다는 것이 이날 두 기관장은 기자브리핑에서 밝혔다.

연초가 되면 숱한 업무계획들이 각 부처를 통해 쏟아지지만 이번 인사혁신처와 법제처의 적극행정 로드맵은 제법 솔깃한 이슈임에 틀림없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부터라도 ‘적극행정’을 통해 공직사회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더욱 활기를 찾기를 기대한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정연희 2019-03-23 20:34:07
답답한 행정처리에 오랫만에 속이 뻥 뚫리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에 가재는 게편이 되는 행정처리는 안되겠죠

인사혁신처 소극행정 2019-03-22 12:09:25
공무원시험 과목개편을 보자면
대표적 소극행정 공무원 집단이
인사혁신처 자신임. 감사 대상.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