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나경원 의원의 독설은 독약, 정다운 시인의 “고소당하지 않는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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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나경원 의원의 독설은 독약, 정다운 시인의 “고소당하지 않는 연애”
  • 오시영
  • 승인 2019.03.15 11:2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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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바치는 자는 무릎을 꿇는다. 존경이 되었든 굴종이 되었든 바치는 자의 무릎은 낡고 닳는다. 열에 아홉, 아니 백에 아흔아홉의 무릎은 바치는 경건(?)의 삶에 충실하다가 닳아 있다. 무릎 꿇고 또 꿇고, 바치고 또 바쳐도 아직 꿇어야 할 무릎이 남아 있음을 감사(?)하며, 내일은, 아니 오늘 저녁에는, 아니 지금 당장 또 무엇을 바쳐야 하나 노심초사하는 이들이 많은 세상, 더럽지만 그 세상은 너와 내가 사는 세상이다. 그 세상에서 바람에 쓰러지지 않는 갈대가 되겠다고, 오늘도 그 약한 뿌리를 푸석한 땅에 박고 “나는 경건한 거야!”라고 중얼거려보지만, 열에 하나, 아니 백에 하나는 “웃기고 있네! 안 바치면 네가 죽어!”라고 비웃고 있을지 모른다. 그대가 신인가? 역사의 강자인가? 그대는 하나인가 아홉인가, 하나인가 아흔 아홉인가?

사립유치원 파동이 조금 진정기미에 들어섰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중심이 되어 교육부가 전국 유치원에 시행하려던 회계처리시스템 에듀파인 도입에 저항하며 유치원 폐원이라는 초강경수를 내세워 유치원 학부모와 어린 아이들, 아니 전국민을 겁박하던 조직적 저항이 국민 여론의 지지로 힘을 얻은 정부 당국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다. 설립허가기관인 서울교육청이 1995년에 설립된 한유총을 24년 만에 법인 설립 목적 외 활동을 이유로 허가를 취소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렇게 되면 청문회 등 일정 절차를 거친 후 한유총은 법인격을 상실하게 된다. 한유총 소속의 사립유치원들의 회계부정사실을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용기 있게 폭로한 후 한유총과 자유한국당이 유치원 설립자의 사유재산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설립 시 투자된 자본에 대한 시설사용료를 유치원 경비(설립자 수익)로 인정해 달라는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으며 유치원 폐원이라는 대국민겁박행위에 나섰지만, 정부의 단호한 대처로 결국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마침내 회계부정사실을 덮으려 에듀파인 시스템 도입을 반대하기 위한 명분이 사라지자 되지도 않을 시설사용료 보장하라고 주장하였지만, 이러한 주장은 전혀 법리적이지 않기에 황당할 뿐이다.

법인에는 사단법인과 재단법인이 있다. 이러한 법인이 성립하려면 사단법인의 경우에는 일정한 사람이 모여 단체를 조직한 후, 내부를 규율할 정관을 정작하고, 외부적으로 단체를 대표할 자를 선출하고, 내부적으로 의사를 결정할 기관을 선임하며, 회원의 탈퇴와 가입과 무관하게 단체의 동일성이 유지되어야 하고,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은 후 설립등기를 하여야 한다. 재단법인의 경우는 사단법인의 경우와 달리 재산가가 일정한 목적의 재산을 출연한 후, 그 돈을 재산 출연자로부터 분리하여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출연자가 정관을 작성한 후 외부적으로 단체의 대표자, 내부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자를 정한 후 역시 주무관청의 허가와 설립등기를 하여야 한다. 민법 및 공익법인설립에관한법률에 의하면 이러한 사단법인과 재단법인은 영리사업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영리사업이라 함은 그 법인이 외부적으로 영업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익금이 남더라도 이를 회원이나 재산출연자에게 배당해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재단법인의 대표적 사례가 사립대학교인데, 사립대학교의 경우 학생들로부터 등록금을 받아 일정한 이익(덜 쓰고 남은 돈)을 내지만, 학교 기금으로만 적립할 뿐 이를 학교설립자에게 배당하여 외부로 유출할 수 없도록 되어 있음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런데 민법이론으로 비법인사단과 비법인재단이라는 법적 개념이 있다. 우리 민법이 법인허가주의 및 설립등기주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이 되기 위해서는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야 하고, 허가일로부터 2주일 이내에 설립등기를 하여야 한다.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거나 또는 못 받거나, 받고서도 설립등기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법인격을 취득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러한 상태의 사람의 단체를 비법인사단, 출연된 재산을 비법인재단이라 한다. 우리 대법원 판례는 이러한 비법인단체에 대해 일부 사항을 제외하고는 “법인에 관한 민법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이해를 돕자면 비법인사단의 대표적 경우가 교회, 사찰, 동창회, 종중이나 문종, 상가번영회 등이고, 비법인재단의 대표적 경우가 유치원이나 양로원 또는 요양원 시설 등이다.

사립학교는 대표적인 재단법인인데, 사립학교법은 사립초등학교부터 사립대학교까지 모두 법인(재단법인)으로 설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인이 학교 소유자가 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설립자가 출연한 재산으로 재단을 만들어 재단이 학교를 독자적으로 운영케 하여, 재산 출연자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서이다. 즉 교육이라는 공공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실재 재산을 출연한 개인을 소유권자의 지위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출연된 재산은 출연자(出捐者) 개인 재산이 아니라 “비법인재단의 소유”로 그 소유 주체가 변경된다. 따라서 재산을 출연한 사람은 그 유치원의 소유권자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립학교법이 유치원에 대해 법인으로 설립할 수도 있고, 개인이 세울 수도 있다고 예외를 허용하고 있음으로써 한유총 소속의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이 유치원 재산을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고, 따라서 시설사용료를 받아야 되겠다는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런데 비법인재단의 경우 부동산등기법에 따라 재산 출연자가 비법인재단 명의로 등기할 수도 있지만(이때는 구청 등으로부터 유치원이 단체 등록 증명을 받아야 한다) 개인 명의로 등기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개인 명의로 등기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사립유치원에 출연된 재산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비법인재단의 재산”으로 이미 출연(출재)된 것이기 때문에 설립자의 개인 재산이 아니다. 따라서 설립자가 유치원 시설에 대한 시설사용료를 받을 수가 없다. 그러한 까닭에 사립유치원이 해산될 경우 주무관청 등의 허가를 득한 후 청산절차를 밟아야 하며, 청산 후 남은 재산은 정관에 정한 자에게 귀속되거나 청산 시 득한 주무관청의 처분결정 등에 따라 국고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그 정한 자에게 지급하게 되므로, 반드시 출연자에게 귀속되어지는 것도 아니다.

정다운 시인의 시 “고소당하지 않는 연애”라는 시 한 편을 본다. 사십을 넘겼지만 아직은 젊은 시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정다운 시인의 시에는 이글거리는 열정과 현실의 이면을 꿰뚫는 번뜩이는 통찰력이 엿보인다. 시인의 글길을 따라 걷다보면 “아, 이런 길이 있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된다. “들은 이야기다// 오랄 커뮤니케이션 수업을 듣는 아랍계 학생이/ ‘단순화한다’는 게 어떤 거냐고 물어보았다/ 강사는, 너 가방에 폭탄 있지?라고 물었다/ 시리아에서 태어났지만 두바이에서 자란/ 덩치 좋은 청년은 금방 알아들었다고 대답했다/ 수시로 한 동양인 여자에게 추근대던 애다/ 내가 첫사랑이랑 사고를 쳤으면 아들이 너 만할 거다, 했더니// 너네는 어려 보이고 거절도 조그맣게 한다고 했단다/ 더 바짝 붙어서 웃어 주더라고 한다/ 선을 요만큼 넘으면 어떨까 떠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선입견을 밝히고 그 단어를 골라 쓴다 흑인 아랍인 아시안/ 너희의 무례 너희의 폭력 너희의 작은 신체/ 나이를 까고 애가 있다고 명시하고/ 이런 농담 너는 괜찮을 수 있겠니 물어본다/ 대부분은 자신이 쿨하지 못할까 봐 두려우니까/ 그때 별말 못 했다면/ 다음에도 못한다/ 강사가 제발 여기선 가방 던지지 마, 라고 말하고/ 그들이 함께 웃었으니/ 기분 나쁜 사람은 없다/ 둘의 연애도 시작됐다고 한다/ 물담배도 피우고 초밥을 먹나 보다 했지만/ 주차장 차 안에서 하는 정도라고 한다/ 녹화하지 않기라고 한다/ 어느 쪽도 다치지 않을 거라고 한다/ 고소당하지 않는 대화법을 배우고/ 다들 무사하다/ 그리고 잊어버린다// 아 누군지 나도 모르고/ 그냥 건너건너 들은 얘기다” (전문, 파헤치기 쉬운 삶, 파란시선 32, 2019 간).

놀랍다, 저 시 한 편에 작금의 대한민국이 온통 들어 있다. 정다운 시인은 저 시의 시작과 끝에서 에둘러 “전해들은 이야기”임을 강조한다. 화자이면서 화자에서 벗어나 있다. 알지도 못하는 하도 많은 이들이 시비를 걸어오는 세상에서, 화자는 객관화된 자신을 바라보고자 한다. 집요한 스토커들이 넘쳐나는 세상, 옳고 그름이 없이, 가학과 피학만이 존재할 뿐이다. 너의 이야기이고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글을 쓰다 보면 “현상을 단순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할 때가 있다. 언어 체계가 다른 아랍계 유학생이 “단순화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자 가르치는 이는 “너, 가방에 폭탄 있지?”라고 질문을 던짐으로써 단순화에 대한 질문에 답한다. 우리 인식 속에 언제인지 박혀 있는 중동 분쟁지역의 테러범들이 “폭탄이 든 가방”을 메고 자살테러를 하거나 시설물 파괴나 인명 살상을 자행하는 현실을 연상시킴으로써 “아랍계 유학생을 테러범”이라고 지칭하는 단순화의 극단을 보여준다. 그 전까지 한 강의실에서 수업 듣던 모든 학생은 그 아랍계 학생에 대해 “테러범”이라는 인식을 전혀 갖지 않았겠지만, 누군가 단순하게 “너, 가방에 폭탄 있지?”라는 한 마디로 그가 테러범일 수도 있겠다라는 인식의 객체로 전환시켜 버린다. 지난 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국회대정부질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단순화함으로써 청와대 및 여당이 발끈 하고 비판하고 나섰다. 대통령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행위라며 그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였다. 뿐만 아니라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에 대해 “먹튀, 욜로, 막장 정권”이라거나 “기업 자유 뺏는 강탈, 착취 정권”이라며 “빅브러더 잇는 문브라더”라며 조지 오웰의 1984년을 되살려 냈다. 연설 끝마다 “좌파정권, 종북세력”이라는 말을 반복하였다. 국회를 정적에 대한 공격의 장으로 삼아 언어의 단순화를 통해 극적인 효과를 얻어내었다. 하지만 그의 독설은 언제가 자신에 대해 독약이 될 것이다. 세상은 단순화의 프레임에 익숙하지만, 단순함은 또 오래 기억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오래된 기억의 끝편에서 결국 자신을 향한 부메랑의 칼날이 되고 만다. 이 역시 단순화된 경험칙이다. 자기편에 대한 환호와 함께 상대편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단순화의 결과가 장차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볼 일이다.

정다운 시인은 말한다, 연애 조건이 맞지 않는데도 쿨하지 못할까 봐 노라고 거절하지 못하고 젊은 아랍계 청년에게 사랑이라는 단순화 논리에 끌려 다니다가 결국엔 물담배도 피우고 초밥을 먹으며, 주차장 차 안에서 서글픈 사랑의 행위를 나누며 연애를 시작했지만, 녹화하지 않는 한 증거가 남지 않는 까닭에 어느 쪽도 다치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억지로 사랑이라고 믿고 싶은 단순화된 몸연애를 하지만, 모두들 잊혀질 뿐이라는 결과를 예측하고 있다. 단순화되어 있다. 이미 단순화된 언어, 아랍계청년의 테러범 이미지, 연상녀의 조금은 낯선 연애의 서글픔 속에 “버닝썬”사태로 비롯된 연예인 정준영, 승리 등의 성매매 또는 단순성폭행 동영상의 단톡방 공유 등의 비린내 나는 사회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경찰 고위층까지 배후세력으로 언급되고, 의식을 잃거나 함께 동조한 십여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피해 여성들과의 성행위 동영상을 단톡방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히히덕덕거렸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피해 여성들이 2차 피해를 보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한유총 소속의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은 비재단법인 소유인 사립유치원 시설물을 자신들의 개인 사유재산이라며 시설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단순화 프레임을 주장하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단순화 프레임을 통해 각자의지지 세력을 결집시키려 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역시 전두환 독재자가 설립한 정당이고, 이회창 대표 시절 수백억 정치자금을 받은 차떼기정당이고, 이명박 대통령의 범죄혐의정당이고, 최순실과 결탁된 국정농단으로 탄핵당한 박근혜 대통령의 부역정당이고, 5ㆍ18민주화운동을 부정하는 반역사적 정당이라는 단순화 프레임으로 공격당할 수 있음을 조심해야 한다.

정다운 시인은 말한다, 단순화한다는 것은 강한 이미지 형성에 도움이 되지만, 건너들은 이야기일 뿐이므로 너무 믿지 말라고, 아니 건너들은 이야기이기에 정말 믿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함부로 단순화하지 말라, 그대의 단순화된 독설은 언젠가 그대에게 틀림없이 독약이 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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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법대 졸업생 2019-03-21 13:07:33
오랜만에 법률저널에 들어왔는데, 오시영 교수님이 연재중인 글을 발견하고 반가웠습니다. 뒤숭숭한 우리나라의 현재모습을 한 칼럼에 다 담아주셨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모쪼록 건강하세요 교수님!

도봉산 2019-03-20 06:56:54
나자위는 동작 그만
나베랑 후쿠시마 원자로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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