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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북한은 베트남처럼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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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북한은 베트남처럼 될 수 있을까?
  • 신희섭
  • 승인 2019.03.1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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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2월 28일 노딜(no deal) 이후 2차 북미정상회담 복기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노딜로 끝이 났지만 아직 대화의 희망은 있다. 북한 경제 사정이 계속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 같으면 미국제국주의 운운하면서 모욕을 주었을 북한이 조용하다. 그저 일본을 맹비난할 뿐이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에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고 있다. S.O.S!

2020년 재선을 감안하면 트럼프대통령도 북한이 필요하다. 그러니 북미간의 협상과정은 좀 더 긴 호흡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대신 북미 협력 이후의 그림을 예상해보자. 일이 잘 풀려간다는 전제하에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지 차원에서.

핵심적 질문은 한반도 비핵화 이후 북한이 어떤 경제 모델로 재활할 수 있는가이다. 특히 미국이 강조하는 베트남 식 개방정책이 가능할 것인지에 있다. 최근 북한의 미래로 중국 대신 베트남이 뜨고 있다. 실제 2월 27일 하노이에 방문했던 북한 협상 팀조차 관광단지 하롱베이와 산업단지 하이퐁을 시찰했다. 그렇다면 향후 북미 대화가 재개되고 북한이 경제발전을 추진한다면 북한은 베트남처럼 될 수 있을까? 아니 베트남 모델을 차용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북한은 베트남처럼 될 수 없다. 또한 베트남 모델을 차용하기도 어렵다. 북한이 베트남으로부터 관광과 제조업유치방법을 배울 수는 있다. 그래서 북한 협상 팀도 하롱베이를 거쳐 하이퐁을 방문했던 것이다. 이처럼 ‘관광산업 + 제조업개발’이란 북한의 의도는 다른 곳에서도 읽을 수 있다. 9.19평양선언의 2조 2항(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을 보라.

북한에겐 돈이 절실하다. 지금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고 정권의 명운이 걸린 경제 활성화를 대충할 수도 없다. 북한의 고민은 깊지만 해결책은 난망하다. 왜 그런지 베트남과 비교해 보자.

첫째, 정치체제 운영방식이 다르다. 우선 베트남 발전의 본질은 미국에 있다. 흔히 말하듯이 베트남 발전이 도이모이 정책 때문이라고? 아니다. 도이모이는 1986년 채택되었지만 그 효과는 1993년이나 되어야 나타난다. 1993년 7월 미국은 국제금융기구들의 대(對)베트남 융자재개를 허용했다. 그러자 1993년 11월 1차 베트남 원조국회의가 개최된다. 이어서 1994년 2월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한다. 이 시기부터 거대한 공적개발원조자금들(ODA)이 베트남에 들어가고 막대한 해외직접투자(FDI)가 베트남을 찾게 된 것이다. 일종의 영양제 집중투하.

이후 베트남은 지속적으로 개발원조자금과 해외직접투자를 받았는가? 그렇지 않다. 오랜 사회주의의 관성이 발목을 잡았다. 관료들의 부패가 너무나 심각했던 것이다. 열 받은 해외기업들이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위협을 하자 그제야 베트남 정부는 충격을 받았다. 다급해진 베트남 정부는 부패를 줄이고 법치주의를 실천했다. 혹독한 부패 다이어트가 지금의 경제성장을 만든 것이다.

북한과 중요한 차이점이 여기에 있다. 1980년대 경제가 후퇴하던 시기 베트남에는 개혁을 주장한 개혁파들이 있었다. 베트남도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였지만 기존 보수파들의 정책실패를 비판하고 새로운 노선인 도이모이를 만들어낸 당내 ‘반대파’들이 있었던 것이다. 당내 분파간의 경쟁. 이는 호치민의 유산이다. 그는 1969년 사망하면서 베트남을 ‘일인’독재가 아닌 집단지도체제로 운영하라고 유언을 남겼다.

다시 북한을 보자. 북한의 경제발전에는 외부 자본이 필수적이다. 최근 성장한 북한의 장마당 경제는 주로 외국산 제품들을 사고파는 물물교환시장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북한은 2016년 3.9%의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이유는 워낙 북한 경제가 작고 저발전 되었기 때문이다. UN을 중심으로 한 11개의 국제제재가 풀리면 장마당경제는 더 활성화될 것이다. 일정 수준까지 국민소득도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한계는 명확하다. 제조업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무엇을 보고 경제 강국이 될 수 있다고 한 것일까? 그는 북한에 해외자본이 들어가면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커다란 제약이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과연 북한이 개방되자마자 부나방처럼 뛰어들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투자이익뿐 아니라 투자 위험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베트남 공산당은 일당독재체제이나 집단지도체제이다. 즉 지도자 한 사람이 과한 욕심으로 국유화를 시도하거나 공단폐쇄를 결정할 수 없다.

북한은 다르다. 북한은 ‘위대한 수령 영도체제’이다. 일인독재체제인 이 체제는 종교체제와 같다. 북한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오로지 김정은이라는 교주 한 사람만을 믿고 가야 한다. 그는 권좌에는 오래 있겠지만 언제 수가 틀릴지 모르는 인물이다. 과연 이런 국가에 자본을 투자할 모험가 혹은 자선 사업가들이 얼마나 될까! 투자자의 모국이 보증을 하는 것도 북한에는 큰 의미가 없다. 금강산관광사업과 개성공단을 보라.

과연 해외 투자자들을 위해 김정은은 정치체제를 개편할 수 있을까!

법치주의라는 두 번째 조건도 있다. 베트남이나 중국도 해외투자를 받았던 초기에는 낮은 법치주의와 투자 철수로 고통을 받았다. 독재국가에서 법치주의는 큰 의미가 없다. 그런데 법치주의가 없으면 예측가능성이 없다. 법치주의는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그러니 투자를 하려는 자본주의국가들은 망설일 수밖에 없다. 개혁 개방 선언만으로 법치주의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투자법과 같은 체계적인 법들이 촘촘히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데 북한에서 법치주의는 요원하다. 북한은 주체사상아래 지도자의 포고령이 가장 중요하다. 지도자의 말씀이 노동당 강령과 국가헌법의 상위에 있다. 이런 국가에서 소유권 보장을 기대할 수는 없다.

세 번째는 인구요인이다. 북한에는 베트남(생산가능 인구 6천만명이상)처럼 일 할 수 있는 노동력이 부족하다. 북한도 2004년부터 고령화 사회(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7%이상인 사회)가 되었다. 게다가 ‘고난의 행군’의 영향으로 합계출산율도 2.0명(2010년 기준)으로 줄었다. 2,200만에서 2,300만이라는 전체 인구 수 자체도 1억에 가까운 베트남과 차이가 있다. 소비시장으로 부상하는 베트남과 달리 장래 북한은 소비시장이 되기에 인구가 너무 적다.

네 번째 지향하는 개방방식도 다르다. 경제 체제의 내구성이 약한 북한은 베트남처럼 전면개방으로 가지 못할 것이다. 현재 북한은 중국모델처럼 특구(5대 경제특구와 19개 경제개발구)를 만들어 부분적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모기장이론’으로 점진적 개방화를 꾀하고 있는 북한 장마당경제에 대한 전면 시장 개방은 자본주의에 의한 체제 압사를 의미한다.

그래서 북한은 점진화로 가닥을 잡은 듯 보인다. 관광을 통한 수익창출과 함께 점진적 산업화추진이 그것이다. 그러나 도로와 숙박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관광산업이 될 리가 없다. 전기가 부족해 불이 안 켜지는 호텔을 상상해보라. 여름 공포 체험 Ok! 가족 여행 No!

마지막 차이. 베트남은 비엣큐(Viet Kieu, 越僑 :해외거주 베트남인)가 있다. 비엣큐는 보트피플 혹은 망명으로 본국을 떠난 이들이다. 이들은 각 국가들에서 자리를 잡았고 지금은 본국으로 자금을 보낸다. 1999년 베트남 정부는 비엣큐의 투자를 허용하였다. 현재 비엣큐의 송금액은 베트남 GDP의 8%정도에 달한다. 또한 교육열이 강한 베트남 부모들은 3만 명 이상의 유학생들을 해외로 내보냈다. 이들은 향후 외국인들의 투자에서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제반조건이 없다. 조총련? 글쎄...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북한이 폐쇄된 체제로 고립되어 점차 몰락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런 상황은 대한민국에게도 엄청난 부담이자 재앙이다. 북한은 변화해야만 한다. 정권이든 체제든 이를 유지하려면 붕괴된 경제를 재가동해야만 한다. 과거와 달리 북한 주민들은 외부 노출이 많아졌고 정보가 많다. 2017년부터 시작된 민간 부분의 경제 붕괴(-3.5%성장)가 몇 해 지속될 경우 체제 이반을 넘어 체제붕괴를 가져올 것이다. 만약 북한이 ‘위대한 영도자’의 일인 독재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를 잘 돌리고 싶다면 중국이나 베트남 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즉 경제발전을 위한 개방을 원하면 그만큼 포기도 따라야 한다. 자본이냐 일인 독재냐. 이것이 문제로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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