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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의 기소독점권은 호주머니 속 공깃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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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07  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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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지난 5일 전·현직 판사 10명을 불구속기소 하는 것으로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사법 농단 의혹으로 재판받는 전·현직 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포함해 14명으로 늘었다. 현직인 권순일 대법관과 차한성·이인복 등 전직 대법관은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사법부가 정권과 결탁해 민감한 재판에 사법행정권을 동원해 개입했고, 여기에는 최고 수장인 전직 대법원장부터 일선 판사까지 무더기로 연루됐다는 수사 결과다.

특히 김경수 경남지사를 법정구속한 성창호 판사도 영장전담 판사 시절 ‘정운호 게이트’ 관련 수사기록 및 영장청구서 등 수사기밀을 윗선에 보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정치권 논란도 예상된다. 성 판사의 기소를 두고 “검찰 기소가 지나치게 작위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성 판사 문제는 검찰 수사 본질과는 상관없는 사안이고 곁가지에 해당하는 정도다. 그런데도 검찰은 “혐의가 중대하다”며 성 판사를 기꺼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의 기소 잣대가 공정한지, 다른 배경이 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성 판사는 현 정권의 ‘적폐판사’로 낙인 찍혔다. 지난 1월 성창호 부장판사가 김경수 경남지사를 구속하자 여권과 친문 지지자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성 판사를 “양승태 적폐 사단의 조직적 저항”이라며 ‘사법 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맘에 들지 않는 판결을 했다고 판사를 쫓아내겠다고 했다. 성 판사는 지나친 공격에 법원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때마침 검찰은 그를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누가 봐도 검찰이 정치적 잣대나 조직의 필요에 따라 기소권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정치권에서도 “성 부장판사 기소는 누가 봐도 명백한 보복”, “권 대법관이 기소 명단에서 빠진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는 비판이 동시에 나왔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는 두 사람을 공범으로 적시한 뒤 기소를 하지 않은 것은 자기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 기소된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은 통합진보당 관련 소송 한 건 배당에 개입해 기소됐지만 심 전 법원장의 혐의가 두 대법관의 혐의보다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검사에게 기소 여부에 관한 재량을 인정하는 기소편의주의를 택하고 있다. 검사는 형법이 규정한 양형 조건의 여러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 검사의 소추 재량은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로 하여금 객관적 입장에서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 형사소추의 적정성 및 합리성을 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그 스스로 내재적인 한계를 가진다. 기소유예의 재량은 스스로 합리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의 기소권 행사는 어디까지나 합리적인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 자의적인 고무줄 잣대에 따라 기소권이 이루어진다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가함으로써 소추 재량을 현저히 일탈한다면 이는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기소 대상에 성 부장판사를 넣은 것은 검찰의 자의적인 잣대로 볼 여지가 크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공소장에 거명된 전·현직 판사들 가운데 ‘수사기록 등을 복사해 형사수석부장에게 보고한’ 영장전담판사 혐의의 죄질이 유독 나빴는지는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영장 전담 판사를 했던 성 부장판사를 기소함으로써 영장 전담 판사들에 대한 검찰의 경고 메시지로 활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사례가 쌓이고 쌓여 수사 불신, 검찰 불신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검찰의 기소편의주의는 기소, 불기소가 검사의 편향된 자의에 따라 이루어지거나 정치적 영향에 따라 행사할 수 있는 호주머니 속 공깃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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