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01)-기레기와 정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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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01)-기레기와 정레기
  • 강신업
  • 승인 2019.03.0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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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대한민국에서는 기자답지 못한 기자, 또 언론사답지 못한 언론사를 속칭 ‘기레기’라고 부른다.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다. 대한민국에서는 또 정치인답지 못한 정치인이나 그런 자들의 집단을 ‘정레기’라고 칭한다. ‘정치인’과 ‘쓰레기’의 합성어다. 언론의 특권을 이용해 악의적 기사로 진실을 왜곡하면 기레기고, 정치인의 지위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고 국정과 민생을 어지럽히면 정레기다.

기자가 기레기로 추락하는 것은 아주 쉽다. 청와대나 정당에 출입하며 대통령이나 당 대표에 잘 보여 공천을 받으려 들면 바로 기레기가 된다. 말로는 공정한 보도를 운운하며 의도적으로 사실보도를 외면하거나 교묘하게 편파보도를 하면 기레기가 된다. 팩트 체크를 하지 않거나 과장되고 왜곡된 기사로 저널리즘의 수준을 떨어뜨리면 기레기가 된다. 미디어를 비평한다는 구실로 다른 미디어의 보도와 논평을 왜곡하여 비난하면 기레기가 된다. 편향된 사고와 인식을 가진 자를 앵커로 쓰거나 사회자로 쓰면 기레기가 된다. 한 쪽 편만 드는 자를 패널로 쓰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사람의 출연을 막으면 바로 기레기가 된다.

정치인이 정레기로 추락하는 것 역시 매우 쉽다. 국민을 무시하고 오만하게 굴면 정레기가 된다. 나를 지지하거나 우리편을 지지하는 국민은 ‘깬 시민’이고 지지하지 않는 국민은 ‘우매한 대중’이라고 폄훼하면 바로 정레기가 된다. 공천을 받기 위해, 당선되기 위해 당의 권력자나 극성 당원의 눈치를 보면 정레기가 된다. 대통령을 위해 날이면 날마다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자는 정레기다. 능력도 없으면서, 뚜렷한 목표의식이나 소명의식도 없으면서 누리고 군림하는 것이 좋아서 정치를 하는 자는 정레기다. 국민을 속이고, 여론을 조작하는 정치인은 최악의 정레기다.

언론은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해야 하고 정직성을 목숨처럼 귀하게 여겨야 한다. 국민들을 대신해 당당히 권력에 질문하고 비판하는 것이 기자고 언론이다. 대통령에게 용비어천가 불러주는 게 언론이 아니다.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국가적·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안들을 국리민복의 차원에서 국민에 알려 여론의 방향을 건전하게 이끌어가는 데 존재 의의가 있다. 언론의 정론직필이란 사명은 시대의 권력과 숙명적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는 데, 이 때 과감히 권력을 비판하고 징치하는 것이 언론이다. 언론이 정권의 입맛에 맞춰 의도적으로 정권의 홍보대사를 자처함으로써 생명을 연장하고 그 대가로 권력을 나누려 할 경우 이미 언론이 아니라 쓰레기고 쓰레기 창고다.

정치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을 존중하고 국민의 뜻에 따르는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인은 오로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까를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세종대왕이 위대한 이유는 그가 백성들을 긍휼히 여겼기 때문이다. 그가 밤을 낮 삼아 불철주야 한글을 만든 것도 오로지 글을 몰라 고통을 겪는 백성을 위한 것이었다. 정치인은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 그 어떤 이념도, 그 어떤 정파도 국민의 이익 위에 자리할 수 없다. 정치인은 국민이 불편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지 살피고 또 살펴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어야 한다. 정치인의 눈은 24시간 국민을 향해 있어야 한다.

정치인이든 기자든 정레기, 기레기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소명의식이 있어야 한다. 기자는 어떠한 외압에도 굴하지 않아야 하고 공정하고 신속한 정론보도를 사명으로 해야 한다. 개인적인 감정이입 없이 객관적이고 진실된 사실만을 보도하는 것이 철칙이다. 정치인은 간신 소리 듣지 말고 충신 소리를 들어야 한다. 물론 정권의 충신 아닌 국민의 충신이 되어야 한다. 정치인은 그야말로 국민의 민복(民僕)이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에는 오늘도 일부 기레기와 정레기들이 판을 치지만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이들 정레기와 기레기들은 결국 이리 저리 이용만 당하다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 내쳐지는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그 때 그들에게 남는 것은 치욕뿐이다. 기자와 정치인은 늦기 전에 빨리 깨달아야 한다. 그들이 서야 할 줄은 오로지 국민의 줄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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