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검사(檢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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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검사(檢事)
  • 김영철
  • 승인 2019.02.22 11:2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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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변호사(법무법인 대종)·법학박사 / 전 건국대 로스쿨 교수

얼마 전 지인이 사법시험 제17회 합격자 명단이라며 인터넷에 저장된 1975.3.37.자 한 메이저 신문의 기사를 보내왔다. 그 기사 속에 필자의 이름이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요즘은 변호사시험의 합격여부도 프라이버시 보호대상이라며 합격자 명단이 공표되지 않는데, 제1차 합격자 876명이 응시하여 60명이 최종 합격했다는 기사와 공표된 명단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40년여 전 일을 회상하게 되었다. 사법시험 제17회(사법연수원 제7기) 합격자 중에 대통령, 장관, 대법관, 헌법재판관, 국회의원 등 저명인사가 유독 많이 배출되어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그 시대에는 공무원 결격사유가 없는 한 본인의 지원에 따라 판사나 검사가 될 수 있었다. 필자가 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과 군복무를 마치고 판·검사 지원서를 낼 즈음에는 27세의 젊은이였다. 진로선택을 놓고 고민하다가 1948년도 크게 히트한 무성영화 “검사와 여선생”에 나온 검사의 스토리에 반하여, 이 영화의 검사처럼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의 한을 풀어주고 선량한 시민을 괴롭히는 사회악을 척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검사를 지원하였다.

경찰에서 수사하여 송치한 사건을 넘겨받아 마무리 수사를 하고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형사부 검사로 출발하여 기획업무를 담당하는 총무부,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공판부, 특수수사를 담당하는 특수부, 집회시위나 노사문제를 다루는 공안부, 국가소송을 다루는 송무부, 고소사건을 다루는 조사부, 조직폭력배를 다루는 강력부 등 거의 모든 영역의 검찰부서와 법무부과장, 헌법재판소 파견연구관, 스페인 국비유학 등 수사 외의 영역 근무까지 포함하여 24년여를 검사로 보냈다. 검사업무에 인생의 젊음을 다 바쳤고, 나름대로 보람도 느꼈다.

검사는 속으면서 큰다는 말이 있듯이 초임 검사시절 20대의 젊은 피의자로부터 사기를 당하여 쓴 웃음을 지은 적도 있었고, 피해자인 한 여성 사업가와 포장마차 할아버지가 자신들의 전 재산을 가로채고 피해회복도 안 한 가해자인 구속 사기피의자를 보고도 오히려 안타까워하며 처벌 불원하는 것을 보면서 피해자들의 정신세계를 철저히 지배하여 이렇게까지 만든 천재(?) 사기꾼에 혀를 내두른 적도 있다. 특수부 검사 때 대검의 5공비리 수사검사로 활동한 일, 송무부 검사 시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추징금 집행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했던 일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2명의 전직 대통령을 구속기소하고,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차장을 구속기소한 검찰의 위세는, 국민의 눈에, 어느 때보다 대단해 보인다. 반면에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검경 수사권조정안과 대통령의 인사권 앞에 기를 쓰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검찰의 모습이다. 검찰의 위상이 극과 극의 위치에 놓인 모습은 안타까운 일이다. 역대 어느 정권하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런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이것이 검찰의 숙명인가?

검찰제도는 왜 생겨났는가? 세계의 형사사법시스템에서 애초 검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중세 이전까지 만해도 서양의 선진국조차 경찰과 법원만으로 형사사법을 운용했으며 중세의 절대군주 치하나 종교재판 과정에서 “마녀사냥”과 같은 고문수사와 잔혹한 형집행이 자행된 시기가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이에 대한 반성과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1808년에 제정된 “치죄법”은 공화국의 대관으로서 검사제도를 창안하여 시행하였다. 치죄법이 “검사의 어머니”인 것이다. 이 제도가 독일,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도입되었다. 사법경찰과 법원사이에서, 경찰에 대하여는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수사지휘·감독을 하고, 법원에 대하여는 검사가 기소한 것에 대해서만 재판하되, 정당한 법령을 적용하여 재판하도록 하는 것이 검찰 본연의 임무이다. 그러므로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는 검찰제도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검찰이 원래의 설계대로 제 역할을 충실히 해 왔는지 자성할 부분은 없을까? 적법한 절차에 따른 수사와 공소권 행사로 수사대상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없어야 함은 물론, 철저한 공정성 유지와 객관의무의 준수로 편파수사라는 평가를 받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절제된 권한 행사로 “검찰이 너무 나간다. 과도하다”는 평을 들어서도 안 된다. 과도하면 견제심리가 생기게 마련이다.

정부는 검경 수사권조정이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바로세우는 시대적 과제라며 검찰이든 경찰이든 일제시대 “칼 찬 순사”처럼 국민의 생사여탈권을 쥔 공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수사권조정을 추진하는 데에 말 그대로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대통령이 갖고 있는 검경에 대한 인사권을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 이 권한을 계속 갖고 있는 한 검경 수사권조정안 자체도 검경에 대한 군기를 잡기 위한 공포감 조성용에 불과하다거나 검경 수사권이 어떻게 조정되든 결국 검경의 수사권은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으로 행사될 것이라는 국민의 의구심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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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자 2019-02-24 10:13:23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입니까? 누구든 임명은 해야하지 않습니까?

마르티노 2019-02-23 01:17:48
검사놈들끼리 저기 다른나라가서 검찰공화국 만들어 살어라 미친소리네!!!!

로검은 검사가 아닙니다. 2019-02-22 12:15:10
이용식 서울대 로스쿨 교수저 형법총론 2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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