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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00)-언론 독재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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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00)-언론 독재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 강신업
  • 승인 2019.02.2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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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라고 말한다면, 그 이유 중 하나는 누가 뭐래도 인터넷을 통한 여론의 왜곡과 조작이 가능하고 또 그런 일이 실제로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사실에 있다. 특히 누군가에 의해, 불순한 정치 집단에 의해 의도적으로 왜곡된 여론이 ‘사실과 진실의 포장’을 두르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일이 가능해졌고 또 버젓이 행해진다는 점에서 한국 민주주의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봉착한 진짜 이유는 기성 언론의 능력의 한계와 도덕적 타락이다. 언론이 이러 저런 이유로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할 때 정권은 ‘언론 독재’라고 하는 새로운 유형의 독재 정치를 할 수 있게 된다. 특히나 한국 언론이 취한 취약성, 가령 방송의 재인가 제도, 그리고 일부 언론에 대한 정부의 지원금 등은 한국 언론을 친정부 매체로 만들기에 족하다. 게다가 한층 악화되어 가는 언론의 취재 경쟁은 언론사로 하여금 현실의 ‘과정’이 아닌 외부적으로 드러난 ‘결과’에만 집중하여 뉴스를 선별하게 하고 있다. 많은 한국 언론은 이미 극단적인 황색 저널리즘에 노출된 나머지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라면 범죄, 희한한 사건, 성적 추문 등에만 집중하여 보도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언론에게 ‘언론의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명제는 이미 빛바랜 사전에나 나오는 얘기가 되어 버렸다.

이틈을 타고 문재인 정권은 일명 국민공론화라고 하는 근거 없는 방법과 기구를 통해 사실상 ‘국회 패싱’을 획책하며 우리 헌법이 상정한 대의민주제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정부는 심지어 가짜뉴스를 통제한다는 구실로, 음란물인 야동을 통제한다는 구실로 사실상의 인터넷 검열을 획책하고 있고, 여성가족부는 방송에 나오는 아이돌의 외모와 복장에 대한 통제발언까지 내놓았다. 이것이 위험한 것은 지구 역사상 독재정권은 모두 국민의 이름을 빌려, 직접 민주주의 형식을 취해 독재를 획책하고 정당화 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언론의 사명과 역할은 일차적으로는 국민들의 눈과 귀가 미처 미치지 못하는 곳에 카메라의 눈을 들이대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현장’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준다는 데에 있고, 2차적으로는 그 ‘사실과 현장의 의미’를 국민들에게 알려줌으로써 국민들 사이에서 자연적이고 자율적인 여론 형성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데 있다. 특히 언론은 대중의 눈 너머에 있는 외적 환경과 대중 간 상호 접촉을 실현시키는 핵심 수단이자 제도라는 점에서 오늘날 여론형성은 언론에 의하지 않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터넷상의 소문이나 가짜 뉴스조차 궁극적으로는 언론의 공론화라고 하는 과정을 거칠 때만 비로소 여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 보면 오늘날 대중의 여론형성에 있어 언론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는 가히 짐작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오늘날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외부 세계가 복잡다단하고 이에 대한 정보가 드물고 파편적인 상황에서는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고 이를 국정에 반영시킬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언론이 유일하다. 이를 위해 언론은 리프만(Walter Lippman 1889~1974, 미국의 저널리스트· 작가)이 말한 것처럼 뉴스(news)와 진실(truth)은 서로 다른 것으로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뉴스의 역할이 단지 어떤 사건을 지목하여 알려주는 것에 불과한 것이라면, 진실의 기능은 숨겨진 이면의 사실에 불빛을 비춤으로써 이들 사이의 관계를 설정해 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언론이 때로는 의도적으로 때로는 능력상의 한계 때문에 ‘뉴스’와 ‘진실’을 구별하지 않거나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런 일이다.

오늘날 여당이 정권의 비판자이자 감시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회의 대정부 견제 기능은 매우 제한적이고, 야당만으로 대통령 권력을 제어하는 것은 어렵다. 한국 언론은 이 시점에서 현대 민주주의는 보루는 사실상 언론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맡겨진 사명을 다해야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극심한 편향성을 보이는 한국 언론이 여전히 대중의 여론을 창조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자체가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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