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22)-법정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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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22)-법정구속
  • 신종범
  • 승인 2019.02.15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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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가천대 겸임교수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변호사들에게 가장 당황스럽고 몸둘 바를 모르게 되는 때는 언제일까? 아마 변호하던 피고인이 법정구속되는 때이지 않을까 싶다. 불구속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기소되어 재판 받던 피고인에게 실형이 선고되면서 법정구속이 되면 피고인을 변호한 변호사는 그야말로 ‘멘붕’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아직까지 그런 경험은 없지만, 피고인을 볼 면목도 없을 뿐만 아니라 변호사로서 한 일이 무엇인지, 오히려 변호를 잘못하여 피고인이 구속된 것은 아닌지 심한 자책감에 빠질 것 같다.

설 명절을 앞두고 전, 현직 도지사 2명이 법정구속되었다. 현 경상남도지사인 김경수 지사와 전 충청남도지사 안희정씨 말이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으로 불리운 사람과 공모하여 댓글을 조작함으로써 인터넷포털사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 등으로 특검에 의해 기소되었다. 김 지사는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었고 기소 전 특검의 구속영장청구는 기각되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 김 지사를 법정구속했다.

안희정 전 충청남도지사는 업무상위력을 이용하여 수 차례 수행비서를 간음, 추행하였다는 ‘업무상위력에 의한 간음죄’ 등으로 기소되었다. 그 역시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였고,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기각되어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최근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안 전 충남지사를 법정구속했다.

‘법정구속’ 말 그대로 법정에서 피고인이 구속되었을 때 쓰는 말이다. 우리는 수사기관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여 구속영장을 발부 받아 피의자를 구속하여 수사한 후 기소하는 것에 익숙해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을 법원이 구속하는 것은 낯설다. 하지만, 구속과 관련하여서 우리 형사소송법은 법원에서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는 근거 조문(형사소송법 제70조)을 먼저 마련해놓고 이를 수사기관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경우에 인용(형사소송법 제201조)하고 있다. 어느 경우이건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경우를 구속의 사유로 하고 있다. 법원이 불구속으로 재판 받던 피고인에게 구속사유가 생겨 구속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적법한 처분이다. 불구속으로 기소된 피고인이 소환에 응하지 않는 경우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구속하는 것은 당연하다. 주거가 일정하지 않거나, 도망하였거나, 도망의 우려가 있으니 말이다.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던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구속하는 경우(대개 이러한 경우를 법정구속이라고 하는 것 같다)에는 어떤가? 이 경우 구속사유는 도망의 염려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법정구속은 판사가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행하는 것인데, 2명의 전, 현직 도지사에 대한 법정구속에 대하여는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물론 법원이 유죄 판단을 내린 것에 대하여도 논란이 있지만 말이다. 유, 무죄를 판단한 부분은 담당 재판부가 증거조사를 거쳐 판단한 것으로 존중되어야 하고, 앞으로 상소심 절차를 통해 확정되겠지만, 구속까지 한 것에 대해서는 필자 또한 의아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김 지사, 안 전 지사 모두 수사초기부터 사실관계를 다투어왔고, 두 사건 모두 증거가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존하고 있어 상소심에서도 다툼의 여지가 있으며, 두 사람 모두 여러 차례 수사기관의 소환 및 재판에 성실히 응하였고, 기소 전 신청된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되었다. 김 지사는 국민들이 선거로 뽑은 현직 도지사 신분이고, 안 전 지사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특히, 그동안 정치인들 형사사건 하급심에서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한 적이 많았고, 김경수 지사 전임 경남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1심에서도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였지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유력 정치인이라고 하더라도 구속사유가 있다면 당연히 구속을 하는 것이 사법정의를 실현하는 것이겠지만, 김 지사와 안 전 지사의 경우 비록 죄가 인정된다고 판단되어 실형을 선고하더라도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이들을 구속할 사유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담당 재판부는 김 지사, 안 전 지사에게 실형이 선고되면 이들이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일까?

이번에 하급심의 판단으로 구속된 전, 현직 도지사들에 대하여 상소심에서 그 판단이 뒤집힌다고 하더라고 이들의 구속에 대한 원상회복은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특히, 현직 도지사에 대한 구속은 더욱 그렇다. 우리 헌법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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