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개구리의 떼창,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에 대한 단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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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개구리의 떼창,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에 대한 단죄
  • 오시영
  • 승인 2019.02.1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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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어리석은 자는 자기 심장에 바늘을 찌른다. 자기가 앉을 의자에 깨진 유리 조각을 올려놓는다. 자기 심장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서야, 자기 엉덩이가 찢어지고 심한 통증이 몰아칠 때야 “아차, 잘못했구나!” 싶어 자신을 되돌아본다. 어리석은 자는 어리석은 군중 속에서 강하다. 어리석음이 배가된 어둠을 낳고, 어둠 속 어리석은 행동이 자신의 눈을 멀게 만든다. 사자의 포효처럼 들렸던 울림이 자신의 뇌리를 까부수는 철추가 되고, 그 순간 비로소 자신의 행위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문제는 그 깨달음이 지혜의 길로 들어서는 문을 열려는 몸부림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자신의 위기를 모면할까 하는 꼼수를 부리다 더 큰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가리로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우물 안 개구리는 우물 안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우물 안 개구리들은 떼창을 하게 되어 있다. 우물로 쳐들어오는 외적이 없어, 외부와 단절된 채 한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떼창을 외치는 무리 중 누군가는 솔로나 데스칸트 소리를 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자신을 우물 안에서 돋보이게 하려면 떼창 중 솔로를 하거나 데스칸트를 통해 높은 음을 내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물 안 떼창은 스스로 공명되어 소리가 커진다. 그 공명 속 떼창을 휘집고 나오는 소리는 그래서 바늘이 되어 소리 지르는 자의 심장을 찌르고, 깨진 유리 조각이 되어 의자에 앉는 스스로의 엉덩이를 찢어 놓는다. 우물 밖 모두는 우물 안으로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우물 안으로 떨어지는 순간 죽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밖에서 누가 구해주지 않는 한 우물 안에 빠지면 생명이 위태로워진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우물 밖에서 조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물 안에만 상주하는 개구리들은 세상 넓은 줄 모른 채 우물 안에 갇혀 산다. 문제는 그들이 어느 순간,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새의 욕망을 품을 때 발생한다. 새가 되어 하늘을 날겠다고 하는 순간, 떼창의 허망함이 발목을 잡게 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김순례, 김진태, 이종명 의원의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망언”으로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김순례는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 칭하며 그 피해유공자들을 괴물집단이라고 폄훼하였고, 김진태는 영상메시지를 통해 5ㆍ18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된다며 지만원 박사가 연사로 참석하는 “공청회가 성황리에 끝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출하였다. 이종명은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을 80년 광주폭동이었다며 역사를 왜곡하였다. 이에 대해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보수당의 다양한 의견 중의 하나로 이해해야 한다고 본질을 흐리는 발언을 하였다가 후폭풍을 유발하였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 중의 하나라고 발언하여 사실과 해석을 구별하지 못하는 무개념 정치인이라는 비난 앞에 직면하게 되었다.

위 공청회에서 지만원은 이미 대법원 판결을 통해 부존재한 사실로 확정된 “600명 북한군 광주 침투설”을 또 다시 주장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분명한 사실은 현재의 자유한국당은 “전두환의 민주정의당(민정당)”이라는 점이다. 최순실이 최서원으로 개명을 하여도 최순실은 최순실이다. 그냥 최서원으로 불릴 뿐인 것처럼 자유한국당이라 불릴 뿐 전두환의 민정당이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개명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사람의 동일성이 바뀌는 것이 아닌 것처럼, 법인이나 정당 역시 당명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당명만 바뀔 뿐 그 정당이 바뀌지 않는다. 동일성의 원칙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만원이 주장하는 북한군 침입설은 “자유한국당”을 스스로 괴롭히는 주장이 되고 만다.

물론 북한군침입설이 자유한국당에 유리한 점이 한 가지 있기는 하다. 그것은 1980년 광주에 600명의 북한군이 침투해 왔기 때문에 이를 토벌하기 위하여 “전두환의 반란군”이 군사적 작전을 개시하여 국가를 위기에서 구했다, 따라서 전두환이 최규하 대통령을 하야시키고 정권을 찬탈할 것이 정당하다는 자기변명이 가능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창당된 민정당이 덩달아 정당하고, 그 민정당 이름을 바꾼 현재의 자유한국당 역시 정당하다는 순환논리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반대로 뒤집으면 북한군 600명이 침투해 들어올 때까지 당시 보안사령관이던 전두환 장군은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따라서 군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경계에 실패하였고(이런 비난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두환은 지금까지 북한군이 남침하였다는 사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고, 미국도 이를 부정하고 있으며, 대법원 판결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박근혜 정권에서도 국방부가 이를 정식으로 부인하였다), 따라서 그 책임을 물어 군에서 징계를 받거나 군형법에 의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반대논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모든 게 역지사지고, 정반합이다.

필자도 광주민주화운동과정을 간접적으로 겪었기 때문에 그 당시 상황에 대해 나름 잘 알고 있다. 가족 중 한 분이 광주에 볼 일이 있어 올라갔다가 5ㆍ18 사태가 발생하여 발이 묶이는 바람에 열흘 정도 본의 아니게 광주에 머물다 내려와 자신이 목도한 광주 상황을 아주 생생하게 설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을 왜 80년 광주폭동이라 폄훼하고, 피해유공자들을 세금을 축내는 괴물집단이라 매도하고, 우파는 광주민주화운동에서 결코 물러서서는 안 된다(민주화운동으로 이해해서는 안 되며 좌파의 폭동을 보아야 한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표현이다)는 망언을 전국에 생중계될지도 모르는 국회에서, 그것도 기자들이 현장을 촬영하기 위하여 몰려들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데도 지껄일 수 있는 호기가 어디에서 생겨나는 것일까?

그것은 그들이 우물 안 개구리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물 안에서 수없이 위와 같은 내용의 대화를 떼창으로 나누며, 우물 안에서 공명된 소리에 고무되어 더 큰 솔로음을 내거나 데스칸트로 노래하고픈 자체폭발고음지르기 충동을 참지 못한 때문이다. 두 시간이나 되는 긴 시간 동안 청문회장에서 내질렀을 떼창이 얼마나 국민들에게 청천벽력같은 소리이고, 국민의 심장을 도려내는 황당한 칼질이었는지 미처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 참석한 수많은 개구리 합창단이 함께 환호하고 연호하며 우물 안에서 배웠던 떼창을 나누는 희열(?)을 맛보았을 것이다. 필자의 오래 전 발표된 시 중에 “법열(法悅)의 합창”이라는 시가 있다. 개구리의 떼창을 표현한 시였다. 개구리들이 초여름 논 등에서 그렇게 밤새 떼창을 하는 까닭을 인간의 어리석음에 빗대어 표현한 시였다.

세 의원의 망언은 한번쯤 수습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나 나경원 원내대표의 자유한국당 공식논평을 통한 해명기회였는데, 그들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또 다른 어리석음을 노정하고 말았다. 보수당의 본질이 당내 다양한 의견의 개진을 전제로 하므로 그러한 의견 중의 하나일 뿐 당의 공식입장이 아니라거나,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 중 하나로써 그러한 해석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횡당하고 해괴한 변명이 타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되고 만 것이다. 특히 나경원 원내대표의 해명은 사실과 해석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하는 법조인의 기본적 상식마저 결여되어 있는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자기고백이어서 더욱 황당하다. 해석은 “확정된 사실”을 전제로 할 때만 가능하다. 사실이 확정되지 않으면 해석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침투한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팩트이다. 북한군이 광주에 내려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의원과 지만원의 망언을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 중의 하나라며 변명하기에 급급한 인식에 머물러 있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무개념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여당을 비롯한 자유한국당을 뺀 나머지 야당들이 세 명의 의원들에 대하여 국회 제명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론조사결과도 65% 가까이 그들을 제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을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헌법질서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 민주화과정을 통해 1987년체제가 만들어졌고, 현행 헌법이 제정되어 시행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물 안 떼창에 고무되어 할 말 못 할 말 구별할 줄 모르는 어리석음을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도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닫고서 세 의원에 대한 당내 징계절차를 통해 이종명 의원을 제명하기로 당 윤리위원회 및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결의하였고, 김진태, 김순례 의원에 대하여는 징계절차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종명 의원에 대한 징계결의가 의원총회에서 통과될지는 여전히 의문이고, 나머지 두 의원에 대한 징계 유보 결정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공산이 크다.

자유한국당은 보수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우물 안에서 떼창을 내지르며 자아도취에 사로잡혀 세상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감응지수제로”의 몰개념상태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한다. 보수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는 새의 양 날개이다. 따라서 건전한 보수와 진보는 함께 존재해야 한다. 싸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날아오르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오른 쪽 날개가 창공을 날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자꾸 왼쪽 날개를 물어뜯고 쥐어뜯고 하는데 올인하면 스스로 대한민국이라는 커다란 새를 상처내어 추락하게 만들 뿐이다. 국민의 마음은 하루아침에 얻어낼 수 없는 신비한 영역이다. 꾸준하게 진심을 보여주고, 잘못한 것을 스스로 고치며, 올바른 길로 나아갈 때 국민들은 저절로 감동하게 되고, 그 길을 함께 걷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앞장서 내지르는 떼창에 어리석은 소수는 동조할지 몰라도, 합리적 지성을 지닌 “다수 국민의 자유의지”는 결코 이를 추종하지 않는다. 제발 국민을 어리석은 선동의 대상으로 보지 말기 바란다. 오히려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그들의 어리석음을 질타한다. 그게 가능한 세상이다. 선동되지 않고 나무라는 국민의 수준을 제발 하루라도 빨리 인식하고, 스스로를 고쳐나가는 지혜를 발휘하기 바란다. 이러한 가치는 자유한국당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이고 나머지 야당들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이번 2월 27일의 전당대회를 통해 자유한국당에 선출될 새로운 당대표가 그러한 보수정화에 앞장섰으면 좋겠는데 과연 이를 기대해도 될는지 지금으로서는 심히 불안하고 의심스럽다. 당내에 형성된 여론에 의하면 황교안 후보자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임명직에 익숙한 그가 최초로 선출직으로 당선될 경우 그의 당권 장악력을 의심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그가 당대표로 당선되면 공안검사와 법무부장관 등으로 재직하면서 체득된 통제력으로 사법연수원 후배기수인 나경원 원내대표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얼마 남지 않은 내년 총선 후보자 선출 과정에 당대표로서 높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에 현역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지역구위원장 등을 쉽게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걱정스러운 점은 그의 정견 발표 내용 중에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가 내세우는 추상적 구호에 구체적 비전이 제시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과연 그가 새로운 시대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가치관을 가진 정치인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가 장악한 당이 외연을 확장하여 나갈 것인지, 아니면 당을 더 쪼그라뜨릴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제발 그가 당의 외연을 확장하여 진정한 보수가 추구하고자 하는 “더불어 사는 세상의 참 맛”을 실현시키는 데 일조하는 정치인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1등을 제거함으로써 자신이 1등이 되려는 수법을 많이 쓴다. 하지만 진정한 1등은 현재의 1등을 뛰어넘는 우수한 실력을 겸비하는 것이다. 그러면 현재의 1등을 무너뜨리지 않고서도 1등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2등들은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키려 노력하는 대신 현재의 1등을 꼬꾸라뜨리려 혈안이 되는 경우가 많다. 황교안 전 총리의 차가운 냉정함이 떼창에 녹아들지 않기를 바라지만, 현재로서는 본인이 먼저 떼창 속으로 들어가려 하는 몸짓을 보이고 있어 심히 안타깝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47개 범죄사실에 대한 구속기소는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우리에게는 지금 떼창이 아닌 홀로 고독함 속에서 은밀한 진실의 소리를 듣는 자기성찰에 잠길 때라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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