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2차 북미정상회담을 넘어서 미국 예측 : 지정학 차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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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2차 북미정상회담을 넘어서 미국 예측 : 지정학 차원에서
  • 신희섭
  • 승인 2019.02.1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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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정해졌다. 미국 트럼프대통령은 2월 5일(현지시각) 상하원 합동 국정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베트남에서 “2월 27일과 28일에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해 중간선거 때부터 지속된 일정에 대한 예측들이 일단락되었다.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예측은 이제 구체적인 성과로 쏠리고 있다. 북한의 양보범위와 미국의 제재해제 범위로.

2차 정상회담을 만들어낸 과정이 어떻든 북한 외교는 성공한 셈이다. 미국을 평양까지 불러들인 것을 보면 말이다. 대통령과 즉각적인 연락도 어렵고 도청의 위험마저 있는 평양까지 특별대표가 간 것을 보면 제재로 마음이 바쁜 북한과 선거로 마음이 바쁜 미국 중에서 미국이 더 애가 닳은 듯하다.

2차 정상회담까지 앞으로 3주 동안 수많은 예측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비핵화 수준과 제재해제수준, 종전선언과 북미관계정상화여부, 남북철도와 도로사업 개시 여부, 중국의 역할 등등. 단기적 예측과 그 예측의 재생산.

확실히 단기적 예측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평가가 가능한 빠른 결과도출은 예측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그래서 단기적일수록 호기심은 더욱 증폭되는 법이다. 예측 자체가 얼마나 유용한가와 별개로.

반면에 장기적인 추세 예측은 그다지 사람들의 관심을 못 받는다. 만약 누군가 2256년을 예측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때까지 살아있지 못하는 데 예측 자체가 얼마나 의미 있겠는가! 설사 그 예측이 대한민국의 ‘국가소멸’과 관련되어도 말이다. 실제로 2256년 이란 해는 국회입법조사처가 현재 합계 출산율 1.19명(2014년 통계)이 지속되는 것을 가정하고 인구 변동을 조사한 2015년 보고서에서 한국인구가 100만 명으로 축소되는 해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인구 감소와 국가 소멸을 걱정하고 있지만 240년 뒤의 일 때문에 밤잠을 설치지는 않는다.

학자들은 단기적인 변화 외에 중장기적인 추세에도 관심이 있다. 그렇다고 ‘천년 이후 국가 구조’와 같은 초장기적인 추세를 연구하지는 않는다. 그다지 대중들의 흥미를 끌지는 못하지만 장기 분석과 연구는 ‘구조’를 찾기 위한 것이다. 즉 인간과 세상이 움직이고 돌아가는 ‘법칙’을 발견하고 이를 입증하고 싶은 것이다. 이렇게 발견된 법칙 즉 구조라는 것은 대중적인 흥미는 적지만 인간과 사회에는 제법 유용하다.

그래서 북미정상회담의 단기적 결과 예측 말고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좀 더 긴 이야기. 흥미는 적지만 좀 더 유용할지 모를.

북미정상회담에서 고개를 들어 조금만 큰 틀에서 미국을 보면 재미있지만 모순된 현상이 보인다. 하나는 미국의 국제문제에 대한 개입들이다. 현 북한 문제 뿐 아니라 시리아문제와 베네수엘라가 눈에 들어온다. 시리아에는 미국이 2017년과 2018년 토마호크로 군사개입을 했다. 최근 두 명의 대통령을 두고 있는 베네수엘라에는 미국이 외교개입을 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미국이 국제문제에서 발을 빼는 모습들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군. 대중국 통상전쟁과 자유무역 이탈. TPP탈퇴와 파리체제에서의 이탈. 2018년 북대서양조약기구국가들에 대한 군사경비부담금 1,000억 달러 증액까지. ‘관여(engagement)정책과 탈관여(disengagement)정책의 공존’이 보이는 것이다.

여기서 어려운 질문하나. 만약 미국 외교가 갈림길에 서있다면 국제관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만약 미국이 국제문제에 대해 간섭과 발 빼기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말이다.

미국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가 향후 몇 십 년에서 한 세기 이상 국제정치의 본질을 결정할 것이다. 왜? 미국이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미국의 과잉개입을 걱정했지만 우리는 미국의 과소개입도 걱정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중장기적인 예측은 두 가지 방향사이에서 충돌하고 있다. 먼저 지정학은 미국의 탈관여정책 즉 과소개입을 예상케 한다. ‘3가지 자유’가 미국을 과소 개입을 용인한다. 셰일혁명으로 인한 ‘에너지 자유’, 농업혁명으로 인한 ‘식량 자유’, 2개의 대양과 주변 강대국 부재로 인한 ‘안보자유’. 이들 자유들은 미국의 다른 나라에 대한 필요성을 축소시킬 것이다.

반면 정치학은 미국의 개입정책 지속을 예측케 한다. 정치적으로 3가지 구속 장치가 작동한다. 권력과 명예추구라는 지도자 본능의 구속, 미국 국내정치의 구속, 동맹과 자유무역협정과 같은 기존 제도와 관성의 구속. 이들 구속들은 미국이 쉽게 발 빼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의 단기적 결과를 넘어 한국이 중장기적으로 우려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1980년대처럼 미국의 과잉개입에 따른 식민지적 지배와 종속인가 아니면 2차 대전까지 이어지게 만든 미국의 무관심인가.

향후에도 지정학이 미국의 미래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국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볼 필요가 있다. 정작 미국이 발을 빼고 한미동맹이 해체되면 한국은 엄청나게 바빠질 것이다. 아니 사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우선 한반도차원. 한국은 핵무기를 가진 북한을 1대 1로 직접 상대해야 한다. 동북아차원. 한국은 한미동맹이 없는 상태에서 중국과 일본의 군사적 도발과 충돌에도 대비해야 한다. 유라시아차원. 한국은 대양해군을 만들어 멀게는 중동까지 우리 유조선과 화물선들을 보호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의 바짓가랑이라도 잡아야 하냐고? 미국을 큰 형님으로 떠받들어야 하냐고? 그런 주장이 아니다. 지정학 차원에서 예상해 볼 때 미국의 과소 개입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말이다. 따라서 한국도 중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미국이 없는 세상. 그 세상은 원초적인 무정부상태로의 회귀가 될 것이다. 특히 동북아시아는 19세기 약육강식의 지역질서가 재림할 것이다. 우리가 북한에 대한 단기적인 계산을 넘어서야 하는 이유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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