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석 교수 “정신질환 자살, 보험금 지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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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석 교수 “정신질환 자살, 보험금 지급해야”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9.02.1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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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자사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면책약관’ 유효”
상사판례연구 논문 등재 통해 보험사면책 판결 비판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손해보험약관에서 ‘심신상실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이하 자사)에 대해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금하지 않는 것은 상법 규정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임에도 대법원이 이같은 보험약관을 유효하다고 판결한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K씨는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수차례 자살을 시도하다 2013년 10월 술,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당시 K씨가 가입한 M화재해상보험의 보장보험 약관에는 피보험자의 자살과 정신질환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면책조항이 있었다.

K씨의 어머니 C씨가 M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1, 2심은 K씨가 우울증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까지 면책조항을 마련해 둔 약관은 무효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2015년 9월 24일 대법원 민사2부는 원심을 깨고 사건(2015다217546)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K씨가 가입한 보험의 일반상해사망·후유장해보장 특별약관은 피보험자의 정신질환 등을 원인으로 한 손해를 보상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고 K씨가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약물 중독으로 사망했기 때문에 약관상 면책사유에 따라 보험사의 보험금지급의무가 면제된다는 것이었다.
 

 

특히 재판부는 “정신질환을 자살과 별도의 면책사유로 둔 취지는 피보험자의 정신질환으로 인식능력이나 판단능력이 약화되어 상해의 위험이 현저히 증대된 경우 그로인해 발생한 손해를 보험 보호의 대상으로부터 배제하려는데 있다”며 “피보험자의 정신질환을 자살과 별도의 독립된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다고 해서 이를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공정성을 잃은 조항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앞선 2006년 3월, 정신질환을 앓던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일어난 사고로 봐야 한다며 보험금 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2005다49713) 이후 자살한 사람에게도 보험금 지급을 판결한 사례가 줄을 잇자 보험사들은 ‘정신질환 또는 심심상실’ 면책약관을 마련했다.

금융감독원이 2010년 이같은 약관 내용을 삭제하고 ‘심신상실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은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해보험 표준약관’으로 변경했지만 문제는 면책약관 시행과 변경시점 사이에 보험계약이 이뤄진 경우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에 대한 보험금 청구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는 배경이다.

정신질환 면책약관이 유효하다고 한 2015년 대법원 판결은 민법상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된 것이라는 지배적 해석 속에서, 이는 특별법으로서의 상법의 근간을 흔드는 판결이라는 비판논문이 나와 주목된다.

▲ 서완석 가천대 법과대 교수

서완석 가천대학교 법과대학 교수(사진)가 ‘정신질환자의 자살에 대한 보험회사의 면·부책 법리’라는 주제로 한국상사판례학회 학회지인 『상사판례연구』 2018년도 제31권 제4호(2018년 12월)에 등재한 논문에서다.

보험계약은 크게 손해보험과 인보험으로 구별된다. 이 중 인보험은 사람의 신체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상법(제732조의2)에서는 ‘고의’만을 제외하고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손해보험회사에서 판매하는 상해보험 상품은 손해보험이지만 인보험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 인보험의 상법 규정을 준용해 적용하는데 상해보험의 사망 보장 역시 인보험과 마찬가지로 고의만을 면책해야 한다(상법 제739조).

또 상법(제663조)은 보험계약 당사간의 임의적 합의를 통해 보험계약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면 안 되고 이는 보험자에 비해 절대적 열위의 입장에 있는 보험계약자를 강하게 보호하려는 취지에서다.

독일과 일본의 상법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서완석 교수의 해석이다. 이를 두고 지금까지 학자들은 보험자와 보험계약자간 상대적 강행규정이라며 보험회사에 유리한 해석을 내리고 있었으나 서 교수는 상대적 강행규정이 아닌 편면적 강행규정으로 보는 것이 입법취지에 부합하고 이러한 해석이 정당하다고 이 논문을 통해 피력한다.

특히 2015년 대법원 판결(2015다217546)과 관련, 당시의 상해보험약관의 면책조항 제6호에서 ‘정신질환 또는 심신상실’의 경우 보험자의 면책사항으로 규정(상해보험약관에서만 이렇게 규정하고 있고 인보험약관은 동 규정이 없음)하고 있었다.

서 교수는 “대법원은 계약 체결의 자유가 있고 약관의 내용은 당사자간에 얼마든지 정할 수 있으므로 불공정한 약관이 아니어서 보험자의 면책은 정당하다고 했다”며 “그러나 상법 규정은 열위적 입장의 보험계약자를 위해 절대적으로 불이익하게 변경하면 안 되는 것으로, 편면적 강행규정이라는 의미에서 살피면 대법원의 판결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법에서 사망을 보장하는 계약은 고의가 아닌 경우 절대적으로 면책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과 심신상실을 면책규정으로 삽입한 것은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자에게 불이익 한 것이므로 상법 제663조에 따라 해당 약관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

서 교수는 “이 대법원의 판결은 적절하지 못한 것이므로 시정되어야 한다”면서 “2010년 금감원이 상해보험 표준약관을 변경한 것 역시 같은 취지”라고 밝힌다.

그는 “보험계약은 강자의 위치에 있는 보험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보험약관을 토대로 보험가입 여부를 결정하게 되고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자가 임의적으로 또는 협의를 통해 전혀 변경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일 뿐만 아니라 “고도의 전문가인 보험자에 비해 보험계약자는 법률적으로나 보험실무적으로 문외한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현실을 직시한다.

즉 약자인 보험계약자를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하고 이런 취지가 상법 보험편에 녹아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그는 “열위적 입장의 보험계약자가 보험자와 동등한 위치에서의 보험계약을 체결했을 것인데, 면책약관 내용이라면 정당하다고 하는 대법원의 태도는 그 이전에 판결했던 수많은 내용과 모순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꼴”이라고 비판한다.

‘자살’과 ‘자사’는 명확히 구별돼야 한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자사는 보험자의 보험금 책임이 인정되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약관에서 ‘정신질환 또는 심신상실’ 면책규정이 정당하다고 하면 자살이 아님에도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는 논리다.

변경전 가입한 계약과 관련해 아직도 많은 하급심에서 면책약관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지만 보험자는 2015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고, 하급심에서는 대법원 판결을 기초로 보험자의 주장을 인용하고 현실.

서 교수는 “하급심에서 당시의 대법원 논리가 문제가 있다는 소수의 판결도 존재하고 결국 재차 대법원의 판단이 있을 것”이라며 “본 논문이 대법원의 전향적 판결변경을 이끌어 선량한 보험계약자의 피해를 없애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고 논문작성의 배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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