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공기업 취업성공기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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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공기업 취업성공기 ⑤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9.02.01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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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주최한 ‘2019년 공공기관 박람회’가 지난 9일부터 이틀간 aT센터서 개최됐다. 이날 주관을 맡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5개 부문(청년인턴, 고졸채용, 지역인재, 블라인드채용/직무능력중심 채용, 유연근무제)에 걸쳐 공공기관 최우수 수기 양식을 공개했다. 공공기관을 준비하는 많은 수험생이 자기소개서 작성 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인천항만공사 ▲한국임업진흥원 부문 올해 채용 수기 최우수작에 관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 ⓒ아이클릭아트

 

[블라인드채용/직무능력중심 채용] 내 안의 ‘나’를 찾는 과정, 직무능력중심 채용을 말하다

황ㅇㅇ/ 인천항만공사

내가 누군지,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 한창 혼란스러웠던 때로부터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도서관과 스터디 카페를 밤낮으로 다니며 희망과 절망을 오갔던 때도, 이제는 덤덤히 추억할 수 있는 그저 하나의 경험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러나 얼마 전 2년 동안 누구보다 치열하게 취업을 준비해왔던 친구에게서 이젠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으면서, 추억으로 묻혀놨던 나의 경험을 하나씩 되새기게 되었다. 그간 NCS 채용을 준비하면서 ‘나를 찾게 되었던’ 내 경험이, 혼란에 빠진 누군가에게 취업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는 지표가 되었으면 한다.

더불어 지금 이 순간에도 문자나 메일 하나에 가슴을 졸이는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가 용기를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번 공공기관 수기를 작성한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실패했던 첫 취업

대학교 4학년이 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 중 하나가 ‘지금까지 스펙 얼마만큼 쌓았어?’였던 것 같다. 졸업반에 가까워지면서 취업준비생들은 스스로를 숫자로 표현하게 된다. 토익점수, 인턴경험횟수, 보유 자격증 개수 등 숫자로 등급이 매겨지는 취업시장에서, 나는 조금이라도 높은 숫자를 가지려고 참 애썼던 것 같다.

일렬로 나열된 수많은 ‘나와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앞에 서고자 쉴 틈 없는 대학생활을 해왔다. 2학년 때부터 인턴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진로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도 생각했고, 영어점수를 최고점으로 만들면서 많은 이들을 제쳤다고도 생각했다. 이것저것 대외활동도 하고 교내 동아리 활동도 하면서 나를 ‘정량적’으로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막상 마지막 학기가 되어 취업지원서를 작성할 때 즈음엔 난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남들이 말하는 ‘취업스펙’칸은 거침없이 써내려갈 수 있었지만 정작 ‘나의 직무능력’ 기술하는 칸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마냥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보다 ‘몇 살이 되기 전에 취업해야 한다’라는 강박감에, 무작정 확률이 높은 기업과 직무를 선택하여 첫 직장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난 퇴사했다. 나는 취업 성공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했고 그것이 나를 회사로 보내주었지만, 그 모든 것은 나의 직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NCS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확실한 나’를 준비하는 과정

첫 직장을 퇴사하고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고, 어떤 곳에서 내 능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 때 내가 마주한 건 NCS 였다. 그리고 NCS가 무엇인지 찾아보고 가장 먼저 했던 행동은 하얀 종이에 무작정 마인드맵을 그리는 것이었다.

공공기관 NCS(국가직무능력표준)는 말 그대로 실제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역량을 국가가 산업별, 수준별로 구분한 체계를 말한다. 그리고 지원자는 이를 위해 자신이 원하는 직무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필요한 역량을 제시해야 한다. 다시 말해, NCS는 지원자에게 ‘정량적인 고스펙’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 ‘본인이 보유한 능력 중’ 특정 직무에 가장 적합한 것을 지원자 스스로 제시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나는 마인드맵 중앙에 ‘나’를 작성하고 내가 그동안 해왔던 활동, 회사경험, 장점을 계속해서 연결해나갔다. 작성하는 과정을 통해 내가 해왔던 경험 중 인상 깊었거나 좋았던 경험을 분류해나갈 수 있었고 그것을 토대로 내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과감히 쓸데없는 스펙을 지워버릴 수 있었다. 처음으로 해보는 공기업 준비에 처음엔 막막함도 느꼈지만 NCS 시스템을 하나씩 따라가면서 오히려 더 간단하고 분명하게 준비를 해나갈 수 있었다.

NCS 서류전형은 생각보다 관대하다. 채용시스템의 경중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항목의 유무에 대한 말이다. 잠깐의 회사생활을 통해 느낀 것 중 하나는 입사 후에는 토익점수 20점의 높고·낮음이 업무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지원자가 겪어온 경험과 그 경험을 통해 발현할 수 있는 잠재적인 직무능력이 더 중요하다. 인천항만공사 역시 나에게 불필요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 공사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업무수행역량 등 최소한의, 하지만 핵심적인 질문들로만 자기소개서가 제시되었고 난 어렵지 않게 작성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 자기소개서는 지원자 본인이 겪어온 경험에서 직무능력을 도출할 수 있는 질문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이 지원하는 각 기관별 직무기술서를 정독하고 자신의 경험과 관심사를 매칭해보는 것이다. 직무기술서의 내용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면 직접 공공기관의 홈페이지를 찾아보거나 찾아가는 것도 정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뉴스 기사를 찾아보면서 내가 지원하는 기관의 특성을 찾아보고 해당 직무가 어떻게 녹아들지 상상도 해봤고 그것에 맞춰 지원준비를 하고자 노력했었다.

공공기관 재직자로 빙의 되는 것도 방법 : 필기전형과 면접전형

공사의 서류전형을 넘어 내가 마주하게 된 관문은 필기전형과 면접전형이었다. 인천항만공사의 필기전형은 단순 계산 및 빠른 암산을 요구하는 문항보다 직무상황을 제시하고 판단을 할 수 있는 실무중심의 문제들이 대부분 출제되었다. 기관마다 문제출제 형식은 다르지만 사기업 인적성문제와 다르게 NCS는 ‘직업기초능력’에 기반을 둔 실무능력을 판가름하기 위한 문제가 많이 출제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스스로 공공기관 실무자가 되어 문제를 대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직업기초능력을 이론적으로 받아들이고 업무 메뉴얼을 공식처럼 외우기보다 ‘내가 실무자라면 어떻게 했을까’ 라는 태도로 문제에 다가갔던 것이 NCS 문제를 낯설지 않게 받아들였던 방법 중에 하나였다. 또한 표 해석 문제, 언어 및 수리문제 등 NCS 관련 다양한 문제에 노출되고 접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나 역시 스터디를 통해 최대한 다양한 형식의 문제를 접하고 빠른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그렇기에, 인천항만공사의 필기문제와 대면했을 때에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풀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필기전형에 합격하고 보게 된 블라인드 면접전형은 나의 모든 면접경험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가장 먼저, 자기소개가 없었기에 참 ‘공정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다. 보통 자기소개는 1분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을 어필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으로, 지원자가 스스로를 부풀려서 소개하거나 불필요한 미사여구를 잔뜩 붙여 면접관에게 전달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라인드 면접은 지원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한 기술을 과감히 생략한다. 면접의 초점이 지원자가 보유한 직무능력에 있기에, 지원자의 개인적인 경험은 능력을 뒷받침해주는 근거가 될 뿐이다.

실무진 면접과 임원진 면접 모두에서 나는 취업준비생 000이 아니라 인천항만공사 재직자 000가 되어 대답하고자 노력했다. 물류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입사한다면 어떤 부서에서 어떤 업무를 하고 싶은지 등 내가 공사 그리고 직무에 가지고 있는 관심과 그를 입증할 수 있는 경험을 말하는 것으로 면접은 진행되었다. 면접을 준비하면서 수없이 읽었던 직무기술서와 항만공사 최근의 뉴스들을 떠올리며 나의 경험과 덧붙여 대답했고, ‘나는 공사 재직자다’라고 되뇌면서 현실성 있는 답변을 하고자 노력했다. 공사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면접태도에 대한 노력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요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멈추지 않는 이상, 얼마나 천천히 가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자가 했던 명언 중의 하나이며, 취업 준비할 때 잊지 않으려고 했던 말이기도 하다. 스펙위주의 취업준비를 하다 보면 시간은 어느새 빠르게 흘러가 있다. 나 또한 적지 않은 시간을 빙빙 돌아서야 지금의 직장에 정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절망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놓지 않았던 건 꾸준함이었다. 내가 담당하게 될 직무가 무엇인지, 그것을 위해선 어떤 관점에서 나 스스로를 정립해 나가야 하는지 꾸준히 고민했다. 그리고 남들이 말하는 ‘타이밍’에 구애받지 않으려고 했다.

정말 가고 싶었던 인천항만공사에 입사해서 하루하루 바쁘게 업무를 배우게 된지 벌써 1년이 다되어간다. 아직도 항만·물류업계에 대해 배울 것 투성이지만 이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껴본 적은 없다. 직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했고 그 직무를 위한 능력을 물어보는 면접을 거쳤기에, 업무에 충실하면 지식은 언젠가 천천히 따라올 거라 믿기 때문이다.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어떤 길에서든 결국은 종착역에 도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취업난 속에 많은 고민과 불안을 안고 있을 지원자들이 멈추지 않고 한 걸음 더 내디딜 수 있길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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