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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베네수엘라, 북한, 두바이 : 자원과 리더십의 명암
신희섭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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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01  11: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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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자원은 ‘우연’이지만 정치는 ‘선택’이다. 그래서 선택을 하는 지도자가 중요하다. 최근 베네수엘라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무슨 이야기인지 설명해본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한국 내 관심이 뜨겁다. 국내정치 때문이다. 뉴스도 두 종류가 생산된다. 보수의 ‘베네수엘라 포퓰리즘=문재인 정부의 미래’프레임과 진보의 ‘식민지종속=미국의 경제제재’프레임이 재생산된다. 한국정치에 대한 '내인론 vs 외인론'의 데자뷰.

양 진영의 국내정치적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류 ‘근대’ 역사상 최악의 비극이 진행 중이다. 우선 대탈출(exodus)이 심각하다. 2018년 8월 UN은 베네수엘라 인구의 7%가 이탈한다고 발표했다. 한 보고서는 2014년부터 4년간 230만 이탈자를 제시한다. 더 극적인 수치는 국제이주기구(IOM)에서 나왔다. IOM은 2019년 1월 현재 해외로 떠난 인원이 330만에 육박하며 2019년 말까지 530만 명을 예상했다. 베트남전쟁이후 베트남 보트피플 수는 100만이었다. 2015년 기준 전체베네수엘라 전체 인구수가 2,900만이고 수도 카라카스 인구가 300만이다. 기가 막힌 일이다.

초인플레이션-식량부족-의약품 부족의 고리도 심각하다. 2017년 인플레이션은 2,400%였다. 2018년 초 IMF는 2018년 한 해 13,000%인상을 예측하였다. 그러다 2018년 10월 IMF는 2019년 1천 만%로 예상하였다. 1920년대 독일과 2010년 짐바브웨의 데자뷰.

인플레이션은 식량부족으로 이어진다. 독일의 일간지 도이치 벨레(Deutsche Welle)가 소개한 ‘마두로 다이어트(The Maduro Diet)’는 상황의 비극성을 잠깐 잊게 한다. 베네수엘라 국민 75%가 2018년 한 해 10kg 이상 감량했다는 것이다. 기아사태가 온 것이다. 이는 의약품 부족사태로 이어졌다. 현재 베네수엘라에서는 아프면 죽어야 한다.

베네수엘라의 경제 재앙은 1994년 이후 북한을 떠오르게 한다. 고난의 행군-아사자- 탈북의 또 다른 데자뷰.

그러나 북한과 조건이 다르다. 베네수엘라는 석유대국이고 민주주의국가이다. 베네수엘라는 석유매장량(3000억 배럴)에 있어 사우디아라비아(2600억 배럴)를 넘어서는 세계 1위이고 생산량은 세계 6위(2003년 기준)에 달한다. 또한 1958년 이후 군부세력을 몰아내고 민주주의가 되었다.

자원이 많지만 마이너스 경제성장이란 점에서 1990년대 북한과 유사하다. 베네수엘라는 국토면적이 90만 제곱킬로미터로 남한의 9배에 해당하며 천연가스는 세계 매장량 3%에 달하며 철(102억 톤), 보그사이트(52억 톤), 철광석(42억 톤), 금(1만 톤)의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자원 대국이 다시 가난해지고 있다. 한때 1인당 GNP가 15,000불 이상으로 남미 최대 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는 2018년 -18%의 경제성장율을 보이고 있다. 2013년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누적으로 50%의 성장률을 까먹었다. CIA의 factbook에 따르면 2017년의 1인당 국민소득은 12,100$이며 세계 131위로 주저 않았다.

베네수엘라가 경험하고 있는 기근(famine)은 정치문제다. 경제학의 ‘마더 테레사’로 평가받는 아마르티아 센(Armartya Sen)교수가 밝혀낸 것처럼 기근과 빈곤은 생산의 경제문제가 아니라 자원배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과 베네수엘라가 이를 정확히 입증한다.

베네수엘라는 흔히 자원의 저주로 평가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막대한 자원보유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선택들에 의해 만들어진 재앙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포퓰리즘만의 문제도 아니다. 자원이라는 우연과 선택이란 리더십 중 후자가 더 문제라서.

자원은 우연에 영향을 받는다. 공급과 수요 모든 면에서. 태어나 보니 자원이 많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베네수엘라도 우연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석유분야에서. 1차 대전시기 영국이 군함연료를 석탄에서 석유로 바꾸면서 석유시대가 열렸다.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검은 원유는 새로운 황금이 되었다. 이 시기 베네수엘라에서 발견된 원유는 이 가난한 농업 국가를 변화시켰다. 중동전쟁과 이라크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오른 1970년대와 2000년대 베네수엘라는 석유판매로 높은 이익을 보았다. 양 시기 차이는 차베스가 ‘있고 없고’에 있다. 1998년 선거에서 승리한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의 본질적인 문제인 빈곤에 손을 댔다. 운 좋게 높아진 석유가격이 집권 초중반 복지정책을 위한 재정지출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차베스 리더십의 문제는 미래 그림을 잘 못 그렸다는 것이다. 핵심은 운에 영향을 받는 원유의존적인 정책개편 실패이다.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원유는 778억 배럴의 상대적으로 개끗한 원유와 나머지 2300억 배럴의 더러운 초중질유로 구성되어 있다. 초중질유는 불순물이 많다. 따라서 정유를 위해서는 해외의 높은 기술과 막대한 해외자본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대외적으로 의존적인 취약 구조다. 그런데 석유는 베네수엘라 수출액의 95%를 차지하고 전체 GDP에서 30%를 차지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60불일 때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2014년 이후 유가전쟁으로 원유가가 3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그럼 답이 없다. 그런데 베네수엘라의 재정정책은 원유가가 200달러일 때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빛(debt)말고는 답이 없다.

여기에 한 가지 운이 가세했다. 셰일혁명. 원유가는 하락했고 최대 수출 국가였던 미국은 더 이상 베네수엘라 기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출구마저 없다.

차베스는 나쁜 ‘선택’을 더했다. 석유산업을 국유화한 것이다. 당황한 해외기업들은 기술과 자본을 들고 나갔다. 정치적 숙청을 피해 베네수엘라 기술자들도 해외로 나갔다. 그래서 질 나쁜 초중질유를 탐사, 채굴, 정유하는 기간 시설도 없고 투자도 없었다. 결론은 “답 없음.”

석유로 돈을 잘 버니 베네수엘라는 식량과 생필품과 의약품을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귀찮은 일은 안했다. 따라서 석유 외에 산업이 없다. 농업도 경공업도 없다. 이런 기형적인 해외의존 경제에서 차베스는 반미정책을 ‘선택’했다. 내수경제가 없는 상황에서 그는 미국에 대항하는 투사로서 국유화와 고정환율제와 가격 통제정책을 사용했다. 높은 대외의존도 국가에서 대외단절. 이제 예견된 재앙은 실현될 일만 남았다. 해외자본은 빠져나갔고 고정환율제는 공격받았다. 그런 와중에 2014년 세일혁명과 함께 석유시장마저 죽어버렸다.

차베스는 유가 인하로 줄어든 외환을 메우기 위해 외환유출 금지를 선택했다. 어떤 해외 기업도 불안한 베네수엘라 경제 상황에서 거래를 하지 않는다. 물자부족과 초인플레이션 그리고 대탈주가 이어졌다.

그렇다. 차베스의 가장 큰 실책은 미래를 잘못 선택했다는 것이다. 운에 영향을 받는 자원산업 말고 다른 먹거리를 준비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자원부국들처럼 국부펀드를 만들어 위험을 관리하지도 않았다. 빈곤이란 현재를 위해 미래를 포기한 것이다.

‘자원’과 ‘선택’이라는 차원에서 현재 두바이는 대조적이다. 지금의 두바이를 만든 세이크 라시드는 자신의 국가가 석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두바이를 변화시키고자 했고 이 아이디어를 아들인 세이크 모하메드가 이어 받아 탈석유화정책을 폈다. 이런 노력으로 두바이는 2007년 이미 국가 GDP의 93%를 비석유 부문에서 만들어냈다. 지금 두바이하면 무엇이 떠오는지 생각해보라!

베네수엘라, 북한, 두바이는 자원을 많이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현재 삶의 양태는 다르다. 고통스러운 베네수엘라를 보면서 미래를 ‘선택’해야 하는 지도자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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