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0-23 17:09 (수)
기획 - 공기업 취업성공기 ④
상태바
기획 - 공기업 취업성공기 ④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9.01.30 1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획재정부가 주최한 ‘2019년 공공기관 박람회’가 지난 9일부터 이틀간 aT센터서 개최됐다. 이날 주관을 맡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5개 부문(청년인턴, 고졸채용, 지역인재, 블라인드채용/직무능력중심 채용, 유연근무제)에 걸쳐 공공기관 최우수 수기 양식을 공개했다. 공공기관을 준비하는 많은 수험생이 자기소개서 작성 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인천항만공사 ▲한국임업진흥원 부문 올해 채용 수기 최우수작에 관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 ⓒ아이클릭아트

 

[유연근무제] 전환형 시간선택제, 미래를 앞당기는 용기 
라ㅇㅇ / 한국국제협력단(KOIKA)

출산 2주 전까지 출근할 만큼 일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나에게, 시간선택제는 “이제 나는 아이 엄마”라고 공식적으로 선포하는 것과 같았다.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먼저 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앞당기는 용기있는 한 걸음을 내딛어보자. 어쩌면 지금이 가장 좋은 시점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한때는 꿈과 경력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있었지만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이자 직장인이 되어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야 한다는 현실과 마주하며, 나는 시간선택제를 향해 용기 있게 한 걸음을 내디뎠다.

#보낼 곳도 고를 곳도 없는, 난생 첫 어린이집 입소전쟁

시간선택제의 출발은 난생 첫 어린이집 입소전쟁이었다. 직장 어린이집은 그 해에 태어난 아이들이 많아 ‘정원 초과’ 통보를 받았다. 제비뽑기로 ‘대기 3번’을 받았지만 순번이 올 기미는 보이질 않았다. 종일 보육이 가능한 민간·국·공립어린이집은 이미 대기가 꽉 차서 2~3년 후에나 연락을 주겠다고 한다. 양가 부모님은 지방에 계시기에 손녀딸 양육을 대신할 상황도 아니었다. 연일 정부에서 저출산 대책에 몇백조 원을 쏟아 붓는다고 하는데, 정작 내 아이의 보육 현실이 이렇게 어려운 줄은 아이를 낳고서야 절감했다.

육아종합포털을 밤새 뒤적이며, 집과 가까운 민간어린이집 10곳을 추렸다. 좋은 어린이집은 고사하고, 맞벌이 자녀라고 거절만 당하지 않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저희 원은 9시 30분부터 등원하고 오후 3시 이후부터 하원 해요.” “아침 일찍은 저희 선생님들이 안 나오셔서 어려울 것 같아요” 이제 갓 12개월을 넘긴 아이를 일찍 맡기고 늦게 데리러 갈 수도 없고, 혼자 덩그러니 남아 엄마를 찾으며 울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찢어졌다.

#몸져누운 친정엄마, 응급실에 실려간 남편

결국 왕복 10시간 거리의 창원에 계시던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어린이집 등하원만 도와주셔도 사정이 나아지리라. 하지만 고향을 떠나온 지 두 달째 접어들면서 친정엄마의 건강은 급격히 나빠졌고, 두 발로 오셨지만 네 발로 실려 가듯 고향으로 다시 내려가셨다. 결국 남편과 내가 “우리 둘이 잘해보자!” 다짐했지만, 철인경기에 나갈 정도로 건장했던 남편은 일과 육아로 과로하다 응급실에 실려가 ‘돌발성 난청’ 진단을 받았다. 나는 예고 없이 아픈 아이를 위해 수시로 휴가를 써야 했고, 복직과 승진시험, 육아로 삼중고에 시달리며 건강이 악화하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내가 회사를 관두면 모두가 편안해질까?” 육아 때문에 그렇게 좋아하던 일을 그만두어야 할지, 이렇게 경력단절의 길로 들어서야 할지 진지하게 고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인사실을 통해 “최근 우리 회사에 전환형 시간선택제 제도가 도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가정 양립, 일자리 활성화 정부정책의 하나로 ‘시간선택제 근무’가 신설되었다는 것이다. 요건을 충족할 경우 100% 승인하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도 반영한다고 한다. 총 4가지의 운영방식(시간선택제, 시차출퇴근제, 근무시간 선택제, 스마트 워크 근무제)이 있고, 제도별 운영방식, 승인절차, 장점 등에 대해 매우 자세히 나와 있었다. 특히 신청과 승인절차 역시 간편했고, “근무평가, 전보, 승진 등 인사상 불이익 처분을 금지”하도록 하는 지침도 포함되어 있었기에 불이익에 대한 우려와 심리적 장벽이 사라졌다.

#‘전환형 시간선택제’, 용기있는 한 걸음

“라 대리, 지금 시기에는 아이가 먼저예요. 둘 다 잘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요” 좋은 부서장님의 열린 생각, 부서 동료의 응원에 힘입어 나는 다시 출발선에 섰다. 오전 10시 출근, 오후 4시 퇴근하며 물리적인 시간이 확보되니 저절로 에너지가 생겼다. 해가 떠 있는 오후 4시에 퇴근하여 정장에 구두를 신고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 있으면서, 이런 내 모습이 어색하기도 했다. 말로만 듣던 일 가정 양립이 가능한 삶이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시간선택제 근무를 하면서 좋은 성과도 거두었다. KOICA 세계연수 기획실에서 개발도상국 대상 공무원 국내초청 연수기획업무를 맡아 베트남, 콜롬비아 등 개발도상국 외국인 공무원들을 초청해 대국민 오픈 세션을 개최하였고, KBS 등 언론에도 보도되었다. 최근에는 세계 연수사업 참여희망 기관 대상 1:1 맞춤형 사업제안서 CS 컨설팅을 추진해 부서 CS 우수사례로 선정되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다.

“어떤 직장에 다니길래 이 시간에 퇴근하세요?”

시간선택제로 근무하면서 이 질문을 참 많이 받았다. 시간선택제가 있지만, 실제 쓸 수 있는 조직문화가 조성되지 않아 사표를 낸 이들, 아이 키우기 좋다는 학교 선생님으로 일하지만, 정작 온종일 수업하기 바빠서 내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다는 이들. 우수한 교육을 받고 사회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제도적 한계 앞에서는 선택의 제약이 분명한 이들의 상황은, 지금도 나의 일처럼 마음 아프게 느껴진다. 일 가정 양립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는지, 겪어보지 않은 이들은 모르는 삶의 이면이었다.

시간선택제 정착, 공공부문을 넘어 민간영역까지

시간선택제가 공공기관만의 혜택으로 끝난다면 반쪽자리 정책이고, 상대적 박탈감만을 일으킬 뿐이다. 공공부문을 넘어 민간영역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3가지가 필요함을 느낀다. 

첫째, 시간선택제 제도를 장려하는 기관에 고용예산지원, 세제혜택, 경영평가 가산점 등 성과보수를 적극 부여하여 자발적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사용자가 차별받지 않도록 근속연수 보장, 승진의 균등기회 제공 등 인사규정 상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아울러, 승인절차 간소화를 통해 시간선택제 수요자의 심리적 장애요인을 제거하고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제도를 장려하는 조직 내 문화 정착이다. 현재 근무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2015년 가정친화인증기관으로 지정된 이래, 일·가정 양립 문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매주 수요일 '가족사랑의 날'로 정해 정시에 퇴근하고, 격주단위로 ‘가족과 함께하는 날’을 시행해 오후 4시 퇴근을 장려하고 있다. 육아휴직 2년, 배우자 휴직확대, 유연근무제 시행 등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여 근로자들의 다양한 환경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정책과 이를 장려하는 문화를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러한 흐름에 맞춰 매년 시간선택제 근무자도 증가 추세에 있다.

셋째, 노동 생산성을 강화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이다. 내 경우, 오전 10시~오후 4시 근무를 하며 시간 내에 업무를 끝내야 한다는 목표가 생겼고, 오히려 업무효율이 더욱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업무에 집중하며 노력하는 모습에 오히려 주변 동료가 고맙게도 먼저 나서서 도움을 주기도 했다.

#유연근무제, 여성과 육아의 한계를 넘어

다만, 시간선택제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자 하는 ‘여성’이 주된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음을 느낀다. 이른바 ‘사내 눈치법’으로 남성들이 시간선택제를 쓰는 것은 현장에서 애로사항이 많다. 따라서 앞으로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시간선택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좋은 사례들을 적극 발굴하여 인식 전환의 계기로 삼고, 제도적으로 다양한 성과보수를 주는 뒷받침이 필요하다.

아울러, 현재 유연근무제는 “여성, 육아, 가족 친화적” 과제에 머물러있는 한계가 있고, 이에 따라 현재의 낮은 이용률 극복이 어려운 현실이다. 외국의 경우, 유연근무제는 새로운 인재를 확보하거나 기존 우수인력 유지를 위한 “인력 관리수단”으로 전략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유연근무제는 업무의 생산성, 효율성을 강화하고, 최종 성과를 강조하는 전략으로 확산하여야 하고, 투입시간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혁신 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 중심의 정책, 우리 사회 경쟁력 확보 지름길

근무형태 패러다임 전환이 근로 생산성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는 수없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모든 근로자의 생활여건이 다름을 이해한다면, 동료의 인식전환이 있다면,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와 좋은 사례들이 수반된다면, 다양한 근무형태가 우리 사회에 순조롭게 정착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이가 부모를 필요로 할 때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것,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 일하는 부모를 차별하지 않는 문화를 만드는 중심에 시간선택제 제도는 크나큰 이바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 중심의 정책’이 모였을 때 우리 사회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더욱 역동적인 사회로 만들어나가는 지름길이 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 자료: 한국조세재정연구원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