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른바 ‘합헌적 법률해석’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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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른바 ‘합헌적 법률해석’에 대해
  • 송기춘
  • 승인 2019.01.2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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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은 최고규범이다. 그러기에 법률은 헌법에 합치해야 한다.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이나 명령 등은 효력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법률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 해도 이를 이유로 법률 또는 법률조항 전부를 무효로 하는 것은 법률의 공백을 초래하므로 위헌성을 가진 법률조항 전부의 효력을 상실시키기보다는 위헌적 부분만 배제하자는, 즉 법률조항을 합헌적으로 해석하여 입법권을 존중하고 법률의 공백상태를 피하자는 법률해석의 방법이 등장한다. 합헌적 법률해석이다. 타당하고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합헌적 법률해석이 널리 채택되는 것은 조심스럽다. 본래 법률은 국회에서 만든 그대로 해석되고 적용되고 집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법률에서 사용하는 단어나 문구는 이를 해석하는 법관 등이 보기에 마땅치 않아도 그 의미 그대로 해석되어야 한다. 그것이 권력분립주의가 말하는 바다. 물론 누가 봐도 위헌적 내용을 가진 법률조항이라고 할 수 있는 경우 법원이 합헌적 법률해석을 통하여 법률의 위헌성을 제거하는 것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법원도 일정한 헌법적 판단을 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를 거치는 것보다 위헌성을 빨리 그리고 적절하게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관이 편협하게 자의적으로 위헌성을 인정하는 경우 이른바 합헌적 법률해석이라는 이름의 행위는 법률의 왜곡과 자의적 개폐까지 초래하게 된다. 특히 헌법적으로 다양한 결론이 가능한 사안에 대해 특정한 결론만이 합헌적이라는 견해를 가지는 법관이 합헌적 법률해석이라는 걸 하는 경우 매우 위험하다.

임시이사로 구성된 학교법인의 임시이사회가 정이사를 선임할 권한이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헌적 법률해석이라고 하고 임시이사가 정이사를 선임한 것이 위헌적 상태를 초래했다고 한 판결(대법원 2007.5.17. 선고 2006다19054 전원합의체 판결)은 합헌적 법률해석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특히 한 대법관은 기상천외의 얘길 한다. “학교법인에는 적지 않은, 때로는 막대한 기본재산이 있게 마련인데, 임시이사가 정식이사를 선임함으로써 사학의 운영 주체가 변경되는 것은 그 재산의 귀속 주체에 실질적인 변경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로서 재산권 침해의 문제도 야기된다. 물론 그 기본재산은 개인의 재산이 아니라 학교법인의 소유로서 공적인 성격의 재산임에 다언을 요하지 아니하지만, ... 비록 그 재산의 소유자가 형식상 동일한 학교법인이라 하여도 실질적으로는 귀속주체가 달라진 것에 다름없다 할 것이니, 이러한 결과는 결국 헌법 제23조가 보장하는 재산권에 관한 침해로서 허용되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그의 이름은 양승태다. 이 판결의 결과 사학비리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김문기 일당이 학교법인을 다시 장악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을 다시 몰아내는 데 10년이 더 걸렸다.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 본문을 둘러싼 합헌적 법률해석의 실상도 기가 찬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으니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라는 표현은 매우 포괄적이고 광범위하여 위헌성을 가진 것이다. 이 구절을 법원은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로서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라고 해석한다. 그것이 헌법 제21조 제1항, 공무원 및 교원에게 요구되는 헌법상의 의무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법원도 위 법률조항을 해석·적용함에 있어”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라고 한정하여 해석하고 있는 터이므로 우리 재판소도 ...이러한 사정을 되도록 존중하여야 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법원이 그렇게 해석하고 있으니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조항은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해석을 통해서만 축소될 뿐 문언은 그대로 존속하게 된다. 공무원은 징계와 수사를 받고 법원까지 가야 비로소 구제된다. 합헌적 법률해석이라는 게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방치하는 교묘한 구실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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