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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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9.01.25 11:2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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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일부이어라.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은 그만큼 작아지며, 만일 모래톱이 그리 되어도 마찬가지,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 자신의 영지가 그리 되어도 마찬가지. 어느 사람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 가운데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알고자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해 울린다.”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등과 함께 널리 알려진 헤밍웨이의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도입부를 장식하는 존 던의 기도문이다. 기자는 이 기도문이 세상 모든 존재들의 필연적인 연계를 표현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읽어본 적은 없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고전의 제목을 감히 이번 기자의 눈의 제목으로 쓴 것은 최근 취재했던 온라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에 관한 토론회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사실 기도문이 담고 있는 의미와 헤밍웨이가 자신의 소설에 이 기도문을 실었던 취지와는 좀 거리가 있다. 기자는 말 그대로 ‘누구를 위한 토론회인가, 누구를 위한 온라인·야간 로스쿨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주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온라인 로스쿨을 도입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2인의 발제자 중 한 사람으로 참여한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가 시간제, 즉 야간대 로스쿨을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날 제안된 온라인과 야간대 로스쿨 도입·운영방안은 ‘로스쿨을 통한 교육’을 전제로 하면서 주간 전일제 로스쿨에 진학할 수 없는 직장인과 사회·경제적 취약계층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공통점으로 토론 참가자 대부분이 발제자들의 주장에 공감하는 가운데 세부적인 시행 방안 등에 관한 의문을 제시하는 정도로 토론이 진행됐다.

그런데 기자에게는 그 모든 논의들이 굉장히 공허하게 느껴졌다. 먼저 발제자를 비롯한 참가자들 대부분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계속 언급한 부분이 안타까웠다. 로스쿨 제도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문제를 둘러싼 이해관계의 대립이 얼마나 극명한지는 주지의 사실이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만으로 공허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어떤 제도를 더 좋게 개선해보겠다고 국회 토론회까지 열어서 논의에 참가한 이들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이야기를 수차례나 언급하는 게 진짜로 개선해 보겠다는 의지는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을 들게 했다. 특히 정부측 토론 참가자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신중론과 현행 제도 내 개선론을 반복하며 토론회를 공허하게 만드는 데 한 몫을 제대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수요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토론 내용이 실망스러웠다. 현행 로스쿨 제도가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의 수요를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학벌 및 나이 차별, 고비용 문제 등은 현존하는 거대한 장벽이다. 조금의 일탈도 허용하지 않고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논스톱으로 로스쿨 입시를 목표로 달려가야만 합격할 수 있는 구조는 분명히 개선돼야 한다. 그런데 그 개선책이 로스쿨 진학이나 사법시험에 도전했다가 불합격한 이들은 배제하고 경력자만을 대상으로 한정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사나 돌봄 노동도 경력사항에 포함한다고 하는데 고작 200~250명 선발을 고려하는 상황에서(그 정도 인원을 확보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은데) 가사, 돌봄 노동의 가치는 얼마나 인정될 수 있을까.

요약하자면 의견을 내는 이들도 실현 가능성을 미심쩍어 하고 진정한 수요자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이상론’의 ‘탁상공론’이 이번 토론회를 취재한 소감이다. 대체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려고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리고 좀 억지스럽지만 한 마디 덧붙이자면 누군가의 꿈과 희망, 좌절과 고통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세계와 그리고 나와 연계될 수 있다는 생각들을 한 번쯤은 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적어도 이상론의 탁상공론을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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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이들이지 2019-01-26 23:47:39
국민이 원하는건 막말로 방통로 입학시험으로 헌민형 각 과목 80점 이하 탈락이라는 조건이라도 좋으니 5천만 국민에게 전부 변호사시험이라는걸 볼 기회를 달라는 것인데, 자기들 밥그릇 사라질까봐 그게 겁이나서 정원이 있어야한다 이건 안된다 하는 짓을하는게 참 국민들이보면 웃긴거다. 차라리 오신환의원이 발의한 예비변호사시험이나 통과시키거나, 차후 홍준표의원이 대통령이되서 사시나 부활시켰으면 좋겠다.

1111 2019-01-25 18:42:37
기자는 서울대 로스쿨을 중도에 삐끗한 사람도 입학가능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아니면 지방의 로스쿨도 삐끗한 사람도 입학가능해야 한다는 뜻일까요? 지방대로스쿨은 삐끗한 사람도 잘가서 잘만 변호사 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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