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97)-권력과 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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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97)-권력과 선의
  • 강신업
  • 승인 2019.01.2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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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무서운 이들은 ‘확신하는 자들’이다. 니체는 정의를 "확신의 반대자"라 칭했다. 확신만큼 정의로부터 먼 것도 없다는 뜻이다. 확신은 대개 신중과 거리가 멀고 사려와도 관계가 멀다. 따라서 진정 정의로운 사람은 자기 확신을 경계한다. 확신에 거리를 두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거리를 둔다는 뜻이고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한다는 뜻이다. 말과 행동을 경계함은 곧 지나친 자기 확신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다.

더 무서운 이들은 ‘자신의 선의를 확신하는 이들’이다. 선의에 대한 확신은 대개 주관적이고 일방적이다. 객관과는 거리가 멀고 위험과는 관계가 가깝다. 자신은 올바른 사람이고, 자신은 도덕적이며, 자신은 정의롭다고 주장하는 자들, 그래서 자신의 행동은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항변하는 자들은 사회에 큰 폐해를 끼칠 수 있다. 이 자들이 특히 위험한 것은 반성 없는 질주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무서운 이들은 ‘자신의 선의를 확신하는 정치인들’이다. 권력을 가진 자가 자신의 권력행사를 선의로 포장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치인들이 선의를 내세우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려들면 호랑이보다 무섭다. 권력행사의 정당성 문제는 권력자의 선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때문에 정치인은 그 어떤 경우에도 선의를 내세워 행동을 합리화할 수 없다. 권력자가 도덕적 판단의 영역에 선하는 선의를 내세워 권력행사의 정당성 시비를 피해가려 할 경우 권력의 감시와 견제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삼권분립이나 권력 견제는 바로 권력자의 선의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생긴 제도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자신이 부동산을 산 것은 목포 구도심을 살리기 위한 것이고, 조카들 명의로 산 것은 어렵게 사는 조카들을 도와주기 위한 것일 뿐 부동산 투기를 해서 돈을 벌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은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목포 문화재 거리에 부동산을 여러 채 구입한 것이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그건 본질을 벗어난 해명이다. 손 의원 의혹의 핵심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 신분으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서 목포 근대역사문화 지역 부동산을 사들였는가 하는 것이다. 즉 문제는 투기여부가 아니라 공직자의 이해충돌행위 여부다.

권력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해도 되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구별해야 한다. 나는 선의에서 부동산을 산 것인데 그게 왜 문제되느냐는 식의 생각은 그야말로 자의적이다. 국회 문체위 소속 상임위원이 국가 예산이 수백억 내지 수천억 투입되는 문화재 사업 예정지에 미리 대거 부동산을 구입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손혜원 의원이 목포 구도심을 살리고 싶었다면 직접 부동산을 구입하는 방법이 아니라 공청회 개최나 입법안 제출 등 투명한 절차와 방법을 썼어야 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손혜원 의원은 자신이 단순한 사인이 아닌 공인이라는 사실을 망각했다. 더구나 손혜원 의원은 국립중앙박물관 까지 찾아가 자신이 아는 지인을 채용하라고 종용까지 했다는 것인데, 이것 또한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한 행동이다.

손 의원은 자신이 정치인이라는 사실, 집권 여당의 문체위 간사라는 사실을 망각했다. 아니 오히려 그런 지위를 십분 이용했는지도 모른다. 과연 손 의원에게 범법행위가 있었는지는 앞으로 검찰을 통해 밝힐 부분이지만 손 의원의 인정여부와 관계없이 손 의원이 권력놀음을 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권력은 인간을 타락시키는 악마적 속성이 자리 잡고 있어서 절제하고 경계하지 않으면 그것을 쥔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마키아벨리는 누구든 권력의 맛을 보면 그에 취해 결국 타락하여 국가를 망친다고 하였다. 권력을 잡고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왕은 폭군으로, 귀족은 배타적 특권집단으로, 평민은 제멋대로의 군중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아니 권력의 맛을 보고 있는 모든 자들은 이 번 손혜원 의원 사태를 계기로 자기 확신에 취해 자신의 모든 행동을 선의로 포장하며 권력을 휘두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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