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급한데 천천히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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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급한데 천천히 가라고?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9.01.21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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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김민수 기자] 공무원시험은 제한된 시간 안에 누가 더 정확성 있게 푸는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시간이 촉박할수록 여유를 가지고 문제를 풀어야 실수를 덜 할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많은 이들이 그동안 급하게 달려왔기 때문에 당연한 것을 깜빡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

기자가 근무하는 곳은 관악산 근처다. 퇴근 시간 때 버스가 심하게 막힐 때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역까지 걸어서 가곤 한다. 지하철까지 가는 길은 2개인데 A 루트는 악 소리 나올 정도로 경사가 높지만, 도착지까지 거리가 짧다.

B 루트는 대체로 평탄한 편이나 거리가 A보다 길다. 공부에 비유하자면 하루 10시간씩 매일 한 달간 공부하기 대비 5시간씩 두 달 공부하기 정도랄까. 여러분이라면 두 길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하지만, 기자는 서울(합격)보다 어떻게 가는지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지하철까지 갈 때 급경사가 심하면 걷는 것이 부담스럽다. 목표에 도달하는 가장 빠른 길 일지라도 고행을 자처하지 않는 이상 매일 고난을 원하는 이가 몇이나 있겠는가.

B 길은 목표 도달까지 시간이 더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난코스가 A보다 덜하다. 꾸준히 걷기 위해서는 부담이 적어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다. 덜 부담돼야 걸음이 가벼운 법인데 공부를 할 때는 왜 무거운 걸음을 걷게 되는 걸까.

공부는 혼자 한다지만, 기대하고 있는 부모님, 주위의 시선 등의 외부적 요인이 수험생의 머릿속에 짐을 지운다. 또한 스스로도 시험일이 가까워질수록 느껴지는 압박감, 좀처럼 오르지 않는 시험성적 등의 내부요인들도 외부요인과 결합해 수험생의 발걸음에 보이지 않는 족쇄를 채우고 있다.

걸음은 가벼워야 한다. 자기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 있다면 적어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풀고 가야 한다. 알렉산더는 풀리지 않는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과감히 잘랐고 김유신은 향락을 근절하기 위해 그 길을 기억하고 있는 아끼던 말의 목을 쳤다.

저마다 살아온 인생이 다르듯 수험생도 개인별 겪고 있는 상황이 다를 것이다. 만약 공부를 가로막고 있는 문제요인이 있다면 과거 인물들처럼 풀고 가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번 문제에 맞닥뜨릴 때마다 자기 자신을 억누르는 짐을 추가하고 무거운 걸음을 걷게 될 확률이 높다.

수험생이 합격이라는 목표를 위해 걸음을 재촉하지만, 합격 이후가 꽃길이 아닐 수도 있다.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자신을 옭아매는 짐을 하나씩 내려두고 여행 전 설레는 기분으로 길을 걸어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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