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94)-정치인과 침팬지, 그리고 DNA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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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94)-정치인과 침팬지, 그리고 DNA 1%
  • 강신업
  • 승인 2019.01.0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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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우리의 시간과 공간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인간은 어떻게 이 지구상에 나타났는가. 비글호를 타고 남반구를 여행하면서 얻은 자료와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이 하등동물에서 진화했다고 주장한 다윈의 견해는 오늘도 여전히 유효한가. 과연 인간이 특별한 운명을 타고난 선택된 존재가 아니라 여러 동물 중 하나로 우연히 일어난 진화의 산물이라는 말은 타당한 것인가. 침팬지와 인간은 유전자의 99% 이상을 공유한다는데 어느 날 침팬지가 1%만 달라지면 인간이 되는 것인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의 본질이 무엇이든,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 사이의 심원한 관계가 무엇이든 일단 여기서 그 논의를 하려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이란 거대담론을 먼저 시작한 것은 오늘날 인간의 군거 현상과 인간 원형의 삶의 모습을 대비시켜 부각하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오늘날 인간이 무한히 비밀스런 시간과 공간을 살면서도 보다 차원 높은 삶을 살지 못하고 피상적이고 잡다한 문제에 골몰하는 이유를 들여다보기 위함이다. 범위를 보다 좁혀 말한다면 비이성적이며 비합리적인 삶을 살면서도 마치 가장 합리적인 것처럼 가장을 하고, 가장 위선적인 삶을 살면서도 선의로 포장하고, 이기적인 삶을 이타적인 것으로 포장하며 사는 어떤 인간 군상들의 한심한 삶을 드러내 비판하기 위함이다.

지금 2019년이라는 시간, 여기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에서의 인간 삶은 한마디로 피폐(疲弊)다. 밖으로는 고층 빌딩과 즐비한 아파트, 그 속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자동차들, 백화점에 넘쳐나는 상품들, 거리를 거니는 많은 사람들, 입만 열만 국민을 위하겠다는 정치인들,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속을 들여다보면 국민들의 삶은 지칠 대로 지치고 해질 대로 해져버렸다. 곪아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관용 대신 아집과 편견, 정의 대신 부정과 불의가 판치고 공동의 이익대신 개인의 이익을 위한 몸짓이 넘쳐난다. 젊은이가 노인을 업신여기고, 남자와 여자가 편을 갈라 서로를 비난하고, 더 가진 자와 덜 가진 자가 죽일 듯이 싸운다. 미풍양속(美風良俗), 상부상조(相扶相助), 덕업상권(德業相勸)의 정신은 온데 간 데 없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소위 아수라장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는가.

잘못된 정치와 염치없는 정치인들 때문이다. 정치인이라고 하는 자들은 서로 자신들이 국민을 더 위한다면서 사실상 자기 잘 되는 것에만 골몰한다. 그들이 편을 갈라 싸우는 것은 오로지 자기들이 정권을 잡아 고관대작의 지위를 누리며 국민의 세금을 맘대로 써보겠다는 일념에서다.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는 국민을 팔아 지위를 얻고 명예를 얻고 돈을 얻었거나 얻으려 하는 자들로 넘쳐난다. 오늘 대한민국의 정치는 이미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까닭에 정치권에서 쓸 만한 사람을 찾기란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의 악행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가장 나쁜 것은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국민들을 이간질하고 네 편 내편으로 갈라져 싸우게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정치는 희망이 없는가. 대답 대신 다만 여기서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한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이치를 들어 이상적인 정치란 무엇인가를 말해보기로 하자.

최고의 선은 물과 같은 것이니 최고의 정치 역시 물과 같은 것이어야 한다. 물은 자신을 낮추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며 둑이 앞을 막으면 그 자리에 멈추고 큰 바위가 앞을 막으면 돌아 흐른다. 정치는 무엇보다 이와 같은 부쟁(不爭)의 덕목을 지녀야 한다. 물은 원통에 들어가면 원이 되고 네모진 통 속에서는 네모가 된다. 물은 깨끗한 곳과 더러운 곳을 가려 흐르지 않으며 물은 서로 앞서 나가고자 다투지 않는다. 정치는 이와 같이 겸양(謙讓)의 미덕을 갖추어야 한다.

적어도 진정한 의미의 민주정치라면 정치는 물과 같은 미덕을 갖춘 자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 가능할까?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는 단 1%만 다르다.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 정치인과 오늘 대한민국의 정치인도 아마 1%쯤 DNA가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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