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7년 12월 서울시 사회복지직 9급, 한국사 5번 ‘정답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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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17년 12월 서울시 사회복지직 9급, 한국사 5번 ‘정답없음’”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8.12.31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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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자는 논쟁여지 최소화 했어야” 수험생 승소
서울시 “인사혁신처와 논의 후 결정하겠다” 방침
판결확정 시 최종 합격여부 달라져…수험가 주목

[법률저널=김민수 기자] 지난해 12월 치러진 서울시 사회복지직 9급 공무원시험 한국사 5번 문제를 “정답없음”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함상훈)는 지난달 17일 수험생 A씨가 서울특별시 제1인사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불합격처분취소소송(2018구합61918)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7년 서울시공무원 추가시험 시행계획에 따라 사회복지 9급 직렬에 응시했다. 서울시는 당시 사회복지 9급 직렬 합격선을 336.67점으로 산정하고 필기시험 합격자 명단을 공고했는데 A씨는 합격자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A씨는 국어 80.5점, 영어 50.5점, 한국사 75.5점, 사회 64.03점, 행정학개론 64점을 획득해 합계 334.53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 서울시 사회복지직 시험을 마치고 교실을 나오는 응시자들 모습 / 법률저널 자료사진

서울시는 18년 1월 24일부터 3개월간 불합격자에 대한 성적을 안내하였는데 한국사 5번의 정답을 ①번으로 공개했고 A씨는 다른 답안을 골라 오답 처리됐다.

한국사 5번지문은 고구려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을 고르라는 문제로 ②, ③, ④는 고구려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선택지였다.

문제는 ①번 선택지다. A씨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집필한 6차 교육과정 국사 국정교과서에 의하면 부여의 풍속에는 소를 죽여 그 굽으로 길흉을 보는 점복을 했고 고구려에서도 부여와 같은 점복의 풍습이 있었다”며 “우제점과 같은 점복은 고구려‧삼한 등 동북아시아 일대에서 보편적 관습으로 행해졌다고 기술한 국사편찬위원회의 신간을 고려하더라도 ①번 또한 옳은 지문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①번 문제가 출제오류로 ‘정답 없음’으로 처리된다면 A씨의 한국사 점수가 재산정되고 사회복지 9급 직렬 합격선인 336.67점을 넘게 된다.
 

▲ 논란이 된 2017년도 서울특별시 지방공무원 임용 추가시험의 문제 / 출처: 사이버국가고시센터

반면 서울시는 “고구려에서 우제점을 쳤다는 내용은 ‘위략’을 인용한 한원과 태평어람에서 소개되지만, 위략은 원본이 소실돼 학계에서 사료적 가치가 떨어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최근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보더라도 부여에 대한 설명으로 ‘전쟁 시 소를 죽여 점을 치기도 했다’는 내용이 분명히 서술되어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추가시험으로 진행한 만큼, 굳이 구제방안 등의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양측의 다툼에 관해 법원은 서울시 지방공무원 추가 채용절차가 일회적으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추가 채용절차와 유사하다 볼 수 있는 공무원 임용시험 절차에 따라 원고의 공무원 임용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서울시의 항변을 기각했다.

다만 재판부는 “비상, 천재 등 많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부여에 대한 설명으로 ‘전쟁이 발생하면 소를 잡아 소의 발굽으로 길흉을 점치기도 하였다’는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며 “하지만 6차 국사 국정교과서에는 고구려에서도 부여와 같은 점복의 풍습이 있었다는 내용이 있는 등 관련 사료를 교차 검증하고 해석하는 연구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의 주장대로 위략을 인용한 한원이나 태평어람을 학계가 적극 수용하는 상황이 아니라고 해도 6차 국사교과서에는 고구려에서도 점복의 풍습이 있다는 취지로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수험생은 고구려에도 우제점의 풍습이 있다고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학계의 다툼이 있을 수 있다는 사정도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연구자들 사이에 견해가 엇갈릴 수는 있지만, 6차 국사 국정교과서에 명시된 것처럼 우제점 풍습이 다른 지역에서 발견할 수 없는 부여만의 독특한 풍습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특히 재판부는 “우제점 풍습이 고구려에도 있다는 사료가 존재하고 우제점 풍습이 동북아시아의 보편적 관습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면 출제자는 이 사건 문제에 특정한 사료를 명기하는 등으로 문제에 대한 논쟁의 여지를 최소화해야 했음에도 출제자는 이 사건 문제에 일반적인 설명을 묻는 방식으로 출제했다”며 “해당문제를 ‘정답없음’으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은 출제범위를 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를 기준으로 정답을 가려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며 “이 사건이 ‘정답 없음’으로 처리된다면 원고가 합격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하므로 불합격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서울시는 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첫 사례로 남게 됐다. 서울시는 지난 17일 사회복지직 공무원시험 한국사 과목을 재채점하라는 행정법원의 판결에 불복한다는 입장을 표했지만, 구체적인 사항은 공무원시험 주관처인 인사혁신처와 협의해 수용 또는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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