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JUSTICE] 37년 만의 경찰대학 개혁, 박찬운 위원장으로부터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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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37년 만의 경찰대학 개혁, 박찬운 위원장으로부터 듣다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8.12.24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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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 1월호에 실리는 글입니다 ※

경찰대학은 1979년, 국가치안 부문에 종사할 경찰의 초급간부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4년제 정규대학 과정의 특수 국립대학이다. ‘특수’자가 붙은 것에서 알 수 있듯, 대학이지만 엄밀히 보면 대학과는 다른 성질을 띠고 있다. 경찰대학생은 학비와 군역이 면제되며, 매달 교육수당을 지급받고 졸업하면 경위로 임용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이 주어졌다. 많은 우수한 인재들이 앞 다투어 경찰대학 진학을 꿈꿨으며, 덕분에 경찰 조직은 그 위상과 격이 크게 상승했다.

1985년 제1기 졸업생을 배출한 이후 꾸준히 간부들을 양성해 온 경찰대학은, 한편으론 ‘경찰내의 귀족’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경찰 내 요직과 승진에서 경찰대 출신이 비경찰대 출신을 제치는 현상이 자주 생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 선발 비율의 제한, 군대식 교육방식 등도 끊임없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급기야 ‘경찰대 폐지’ 주장까지 심심찮게 제기됐다.

이에 지난해 6월 16일 꾸려진 경찰개혁위원회는 경찰대학의 개혁도 안건에 포함시켜 논의를 진행했다. 올해 1월에 있었던 조국 민정수석의 발언은 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증폭시키기도 했다. 조 수석은 당시 “경찰대를 개혁해 특정그룹이 권한을 독점하지 않도록 조정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경찰개혁위원회는 올 6월로 1년간의 활동을 종료했지만, 경찰대학은 여기서 나온 개혁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지난 7월 30일, 경찰대학 개혁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경찰대학 개혁추진위원회는 이상정 경찰대학장과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공동위원장으로서 논의를 이끌었다. 경찰개혁위원회의 권고로부터 시작하여 경찰대학 개혁추진위원회를 통해 구체화된 경찰대 개혁안은 지난 11월 13일 공식적으로 발표됐으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경찰대학생들 (사진 출처 : 경찰대학 홈페이지)

경찰대학은 위와 같은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하여 편입학 도입, 입학연령 제한 완화, 의무합숙 개선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찰대학의 학사운영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 대통령령이 개정되면 2021학년도부터 고졸 신입생 선발인원이 현재 100명에서 50명으로 줄고, 2023학년도부터 재직경찰관 25명, 일반대학생 25명 등 총 50명이 3학년으로 편입하게 된다. 신입생 입학연령 상한도 현재 입학년도 기준 21세에서 41세로, 편입생은 43세로 완화하여 다양한 경험을 갖춘 우수 인재들이 입학할 수 있도록 기회를 개방한다.

또한 기존 12%로 제한하던 여학생 선발 비율도 폐지하여 성별에 관계없이 모집하게 된다. 2019년도에는 경찰간부후보생 교육을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경찰대학으로 이관하여 변호사 경력채용(경감), 간부후보생(경위) 등 중간 입직자들이 경찰대학의 교육 기반을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어 2020학년도부터는 경찰대학 1~3학년생에 대해 의무합숙 및 제복 착용을 폐지한다. 졸업학점 역시 130~140학점으로 감축하며 인문소양, 토론 중심 교육을 강화하는 등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우선 함양하도록 할 예정이다.

경찰대학생에 대한 특혜도 대폭 축소될 계획이다. 2019학년도 입학생부터 군 전환복무가 폐지되어 개별적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전액 국비로 지원되던 학비, 기숙사비 등도 1~3학년까지는 개인 부담으로 변경된다. 경찰관 임용을 앞둔 4학년만 의무합숙, 제복 착용이 요구됨과 동시에 학비·기숙사비 국가 부담과 순경 공채·간부후보생과 같은 일정액의 수당이 지급되게 된다.

나아가 경찰대학 운영의 자율성, 독립성 확보를 위하여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현재 치안정감인 경찰대학장 직위를 개방직·임기제로 전환하고, 교수진의 대학운영 참여 확대를 위한 조직개편도 단행한다.

이 같은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박찬운 위원장은 “올해 2월 경찰개혁위원회에서 경찰대학 개혁 논의를 시작한 이래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다양한 논의를 했고, 그간에 제기되어 온 경찰대학에 대한 비판과 논란을 최대한 해소하면서도 경찰의 입직여건을 고려해 유능한 경찰인재 양성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데 주력했다”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할 경찰대학이 국민과 15만 경찰관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본지가 박찬운 위원장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이다.

“경찰 창설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개혁 움직임”
“경찰대 독점 막고 여성 제한 선발 폐지 성과”
“장래 경찰‘대학’ 폐지하고 ‘대학원’으로 해야”
“15만 경찰, ‘제복 입은 시민’ 되어주길 기대”

 

- 먼저 교수님께서 경찰대학 개혁추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게 된 계기를 여쭙고 싶습니다.

저는 작년 6월부터 올 6월까지 경찰개혁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1년 동안 18명으로 구성된 경찰개혁위는 인권, 수사 및 자치경찰 분과를 두고 30여 건의 권고를 했습니다. 그것은 모두 경찰을 환골탈태시키는 매우 중요한 개혁과제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경찰 창설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개혁움직임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개혁위와 경찰 지휘부가 혼연일체로 움직였습니다.

이러한 개혁위가 내놓은 권고 중에 경찰대 관련 개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혁위는 경찰대개혁안을 내놓기 위해 소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저는 그 소위원장으로 일했습니다. 개혁위는 소위원회가 마련한 안을 받아들여 지난 6월 경찰대 개혁안 권고를 했고, 이 권고를 구체화시키기 위해, 경찰대는 지난 7월 경찰대개혁추진위원회를 만들었지요. 제가 경찰개혁위에서 이처럼 이 문제를 주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위원장을 맡게 된 것 같습니다.

- 논의 과정에서 다뤄졌던 경찰대학의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총 세 가지 점을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제일 큰 문제는 경찰대의 독점현상입니다. 경찰대는 지난 37년 동안 매년 100명 정도가 입교해 왔는데, 그 적은 수가 현재 경찰 고위간부(경무관 급 이상)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경찰 내의 갈등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가 논의되었습니다. 논의 초기엔 경찰대 폐지 주장도 있었습니다만 현실론에 밀렸지요. 경찰대를 바로 폐지하면 경찰이 유능한 인재를 모으는 데 큰 애로가 있을 거라는 지적이었습니다. 당분간은 경찰대를 고쳐서 써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것이 경찰개혁위원들 다수의 생각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큰 관심을 가졌던 문제는, 경찰대를 존속시킨다면 현재와 같은 운영은 안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까지의 경찰대는 거의 군대의 사관학교 식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경찰대 학생은 사관학교의 생도와 구별되지 않을 정도의 교육을 받아왔지요. 시민사회와는 완전히 유리되었던 것이지요. 이것은 21세기 경찰상은 아니라는 데에 경찰개혁위원들은 생각을 같이했습니다. 개혁위는 경찰관(특히 경찰간부)이 ‘제복 입은 시민’이란 생각을 갖도록 교육방법을 전환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군사 훈련식 입교예비교육(청람교육), 제복 착용, 집체적 기숙사 생활, 과도한 학점 등등이 모두 개혁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두 번째와 연결됩니다만 경찰대의 조직과 위상과 관련된 것입니다. 그동안 경찰대는 경찰청의 부속기관 성격이 강했습니다. 학장은 경찰간부(치안정감)가 맡았고 임기는 1년도 채 안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경찰대의 주요의사결정은 대부분 현직 경찰관들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이것은 대학의 모습이 아니지요. 그래서 경찰대를 국립대와 유사한 방법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민간 전문가가 학장이 되고 학교운영은 교수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경찰대 개혁추진위원들 간에 의견 대립이 특히 첨예했던 논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큰 이론은 없었습니다. 추진위에서 새로운 것을 제안한 것이 아니라 경찰개혁위에서 만든 개혁안을 구체화시키는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미 개혁위 과정에서 걸러졌습니다.
 

 

- 교수님 개인적으로 이번 개혁안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잘된 점과 아쉬운 부분들을 짚어주세요.

아무래도 경찰대의 독점을 막겠다고 내놓은 경찰대 개방화 조치는 보는 분들에 따라서는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것이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지는 지금으로선 확신할 수 없습니다. 다만 지금보다는 조금 나아질 것이라고 희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경찰대 학부출신이 경찰의 주요보직을 독점하는 일은 줄어들 겁니다.

저는 여성 선발 비율 제한을 폐지한 점을 잘된 점으로 꼽습니다. 설립 초기 경찰대학의 여성 합격자 선발은 정원의 5%였고, 1997년 그 비율이 12%로 확대된 이래 지금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이 같은 비율제한은 남녀차별 요소가 담긴 불합리한 규정이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것을 이번에 통합모집으로 변경하여 여성도 비율 제한 없이 선발될 수 있도록 개혁했습니다.

사실 현재도 경찰 지휘부에서 여성의 숫자는 매우 적습니다. 이 점은 경찰 조직 전체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컸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혁으로 벌써 세간에는 “여성 경찰청장은 언제 나올까”라는 기대감이 흐르고 있다고 합니다.

- 경찰대학의 장래에 대하여 비전을 제시해 주신다면.

개인적 입장이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경찰대 ‘학부’는 종국적으로 폐지되길 바랍니다. 경찰이 발전하기 위해선 일반대학의 유능한 인재가 경찰에 모여드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와 같은 학부 중심의 경찰대보다는 대학원 중심의 경찰대를 만드는 게 좋습니다.

경찰대는 경찰의 최고 교육기관으로 남겨서 더욱 발전시키되, 그 입교자는 일반대학을 나온 다양한 인재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올해부터 시작된 치안대학원이 그 출발점입니다. 앞으로 이 치안대학원이 경찰대학원으로 발전하고, 그 규모도 점점 커져 보다 전문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시대가 변화하면서 경찰에게 요구되는 역할상이 점차 달라지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경찰의 모습이란 무엇입니까?

지금 경찰에서 제시하는 새로운 경찰상은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의 경찰입니다. 경찰은 공권력의 상징이지만 그 의식은 시민 한 가운데에서 얻어져야 합니다. 국가와 시민이 분리될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찰관은 민주시민의 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들 중 한 사람이 공권력을 담당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기 위해선 경찰의 공권력 의사결정, 공권력의 행사 그리고 공권력의 적정성 판단 등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그동안 경찰은 권력의 시녀라는 곱지 않은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기 위해선 국가적으로 경찰을 보다 전문화하고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시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경찰조직은 설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뷰 김주미 기자, 사진 조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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