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더불어민주당은 떡고물만족습성을 버려라, 이순현 시인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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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더불어민주당은 떡고물만족습성을 버려라, 이순현 시인의 “크리스마스”
  • 오시영
  • 승인 2018.12.2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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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빈자(貧者)에게는 떡고물에도 만족하는 습성이 있다. 더러는 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부자가 던져주는 떡고물을 먹지 않겠다며 지조를 지키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빈자는 조그마한 떡고물에 만족하는 경향이 강하다. 가난하게 살다보니 떡고물로 배를 채우는 것에도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빈자는 바쁘게 몸을 놀려야 먹고 산다. 수중에 가진 게 없으니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야 하는 까닭이다. 그러다 보니 미래를 길게 설계하지 못하고 눈앞의 작은 것들에 얽매여 아웅다웅하며 살게 된다. 그러다 지금처럼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와서 어떻게 한 해를 살아왔나 되돌아보며, 아무런 축적의 삶의 결과가 없어도 그냥 한 해 버티며 살아온 스스로를 대견해(?) 하며 스스로를 칭찬하기조차 한다. 물론 살아남은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그렇게 살다 보면 어제가 힘겨웠듯 오늘이 힘겹고, 오늘이 힘겨웠듯 내일도 힘겨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자는 바쁘게 난리를 피우지 않는다. 호박이 한 번 구르듯 크게 한 걸음 내딛거나 한 번 구르는 것으로 빈자의 바쁜 수선거림을 건너 뛰어 버린다. 까닭에 빈자와 부자는 아예 싸움이 되지 않는다. 빈자가 지게 되어 있다. 그러기에 굶어 죽겠다는 결기가 없으면 빈자는 부자를 결코 이길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 소위 힘센 여당이라고 하는 더불어민주당을 보면 여전히 떡고물에 만족하는 빈자의 습성이 몸에 배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강한 집행력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실체를,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춥고 배고프던 야당시절이 워낙 길다 보니 힘센 여당에게 사정사정해서 떡고물을 얻어먹던 정치습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여당의 힘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면 될 것 같은데,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억지 앞에서 그만 무릎을 너무 쉽게 꿇어버리고 타협한다. 그리고 여전히 아주 작은 떡고물에 만족하고 만다. 주객이 전도되어 있다. 올 하반기 가장 이슈가 되었던 것은 소위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소위 “유치원3법”의 국회 통과여부였다. 소위 유치원3법, 박용진법을 통과시켜 회계 투명성 강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 여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의 반대를 이겨내지 못한 채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켜 주는 것에 감지덕지하는 떡고물습벽이 재발해버린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현 정국 아래에서 가장 중요시하고 존중해주어야 할 정당은 바로 바른미래당이다. 바른미래당을 건전한 보수당으로 그 존재가치를 높이 평가하여 우대한다면 바른미래당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이고, 그러한 높아진 위상으로 정국 주도의 한 축을 담당케 한다면 대한민국이 보다 건전한 정치 지형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군다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당대표는 합리적 중도개혁성향의 정치인으로 한때 민주당에서 한 배를 타고 정치를 했던 원로정치인이기 때문에 합리적 합의 도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만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자유한국당과 밀실에서 야합하여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단식 투쟁의 동기를 제공하는 대신 바른미래당, 평화민주당, 정의당 등과 손을 잡고, 그들 국회의원들 지역구 등에 반드시 필요한 예산안을 배정하거나 그들 정당의 국정 숙원 사업들에 대한 거시적 예산 배정을 함께 의논하면서 그들의 지지를 통한 예산안 통과를 시도했더라면 외톨이가 되어 버린 자유한국당 역시 대세를 따라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자유한국당 역시 자신들의 일방적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되면 합리적 합의 도출을 위해 협력하게 되어 오히려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더불어민주당은 이제는 자신들이 힘센 여당임을 인식하고,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높이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자신들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떡고물이 아닌 떡 덩어리 자체를 요리하는 위치임을 자각하고, 야당들에게 상응한 떡고물을 나누어주는 정치 지형을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필자의 말이 너무 직선적일지 모르겠지만, 여태 자유한국당이 여당일 때 그러한 정책을 써왔고, 여전히 그러한 습성이 몸에 배어 있어서 지금도 떡 덩어리를 내어 놓으라며 주객전도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더불어민주당은 그러한 사실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하는 고언이다. 손학규 대표, 정동영 대표, 이정미 대표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충분히 대화가 통하는 중도개혁 내지 진보개혁의 정치인들이다. 한때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정치인들이었거나 젊어 진보개혁정치운동을 함께 했던 동지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바른미래당을 존중하여 높여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평화민주당을 동지적 애정을 가지고 함께 품어야 하고, 정의당의 진보적 정책을 더불어민주당 정책의 외연 확장의 방편으로 받아들이는 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이 요구하는 개혁적 정책이나 중도보수정책을 과감히 수용하고, 그들의 정치적 위상을 높여주는, 그래서 다음 총선에서 사라질 정당이라는 공포감을 자극하여 그들의 투쟁을 유발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존에 함께 하면서 그들의 협력을 바라는 상생의 정책을 수립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내에 그러한 혜안을 가지고 이해찬 대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지혜의 책사들이 있는지 없는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회재적의원 60% 이상의 우군을 확보하여 소위 국회선진화법이 정한 야당의 협조(제적 5분의 3 이상의 국회의원 찬성)를 얻어낼 수 있다면 모든 개혁입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정치는 생물이다. 현재 바른미래당, 평화민주당, 정의당의 두려움은 다음 총선에서 다자 구도로 총선이 치러질 때 소속 국회의원들이 다시 재선될 수 있을 것인지, 전국적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인지 등에 대한 생존의 공포를 극복하는 문제라 하겠다. 입에 올리기 두려운 말이지만, 그게 현실이다. 따라서 이번 손학규 대표와 이정미 대표의 단식으로 얻어진 “선거구제 개편안의 2월 중 국회통과”라는 합의가 이와 같은 정치적 토대 위에서 합리적으로 통과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당선 일성이 “연동비례형 선거제도에 찬성한 바 없다.”이고, “원 포인트 개헌(대통령중심제를 내각제나 2원집정부제 등으로 권력 구조 개편)과의 병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선구제도 개편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현재 제도로 선거를 치루겠다는 것이 자유한국당이다. 현재의 제도대로 선거를 치른다면 위 야3당은 당선자를 거의 내지 못할 것이고 궤멸당할지 모른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기회에 군소 야3당의 연동비례제선거제도 제안을 받아들여 사표(死票)를 방지하고 득표율에 따른 의석 배정을 통해 국민의사의 올바른 반영이 국회 내에서 이루어지는 제도 개선을 이루어내어 대한민국 정치를 투쟁과 싸움판에서 건져내어야 할 것이다.

이순현 시인의 “크리스마스”라는 시를 본다. “폐경을 넘긴 천사 셋이/ 영양센터 구석진 자리에 모여 있습니다/ 좌판에서 구한 인조털신을/ 뚱뚱한 가방에 구겨 넣고서// 상부와 교신이 끊긴/ 그들 앞에// 숯불에 그슬린 닭 한 마리씩 누워 있습니다/ 메뉴 고르기에도 서툰 그들이/ 푸른 허공이 되려다 만 날개를 뜯어 먹고 있습니다// 평범한 악이/ 아이를 낳기도 만들기도 하는 밤// 자기를 버리고 싶은 사람들과/ 버릴 곳을 찾아 헤매는 인파들로/ 밤거리는 북적거리고//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봐 봐, 얼마나 괴상하고 흉측한지 몰라, 아무 생각 없이 들여다보고 있으면 더 그래// 뼈에 묻은 지문까지 말끔하게 발라먹은 그들이/ 안테나를 활짝 편 채 대기하고 있습니다// 도래할 메시지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영양센터 구석 자리에 앉아/ 어깻죽지가 불룩한 외투 깃을 자꾸만 다듬고 있습니다.” (전문, ‘있다는 토끼 흰 토끼’에 수록, 중앙문예시선 간, 2018)

오늘은 동지,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이다. 이제 밤은 조금씩 짧아질 것이고, 낮은 조금씩 길어질 것이다. 더러운 세상, 눈에 보이는 것이 무에 좋으냐며 어둠을 길게 했던 하나님은 그래도 자비심이 있어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겠다며 낮의 길이를 늘리신다. 통닭집에 모인 세 명의 여성들이 아기 예수를 찾아 예물을 들고 찾아온 동방박사 세 사람인 양 도래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다. 예수가 이 땅에 온 목적, 가지지 못한 자들, 병든 자들, 외롭고 버림받은 이들의 친구가 되어 주기 위해 온 목적은 어디로 사라지고, 현대는 오직 일탈과 타락의 크리스마스가 되어버린 현실을 “폐경을 넘긴 세 명의 천사”들이 들여다보고 있다. “평범한 악이/ 아기를 낳기도 만들기도 하는 밤”이 되어 버린 크리스마스는 젊은 연인들의 환락의 밤, 몸사랑의 밤이 되어 버리고, “자기를 버리고 싶은 사람들과/ 버릴 곳을 찾아 헤매는 인파들로/ 밤거리는 북적거리고”의 현상이 되어 버린 환락의 밤이 되어 버렸다.

“상부와 교신이 끊겨 버린/ 그들 앞에// 숯불에 그슬린 닭 한 마리씩 누워 있습니다.”라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발겨 벗겨진 진실과 위선의 교차를 보게 된다. 예수의 크리스마스, 진정한 크리스마스는 “하나님이 창조하셨던 아름다운 에덴동산으로의 복귀를 염원하는 십자가 위의 예수”일 텐데 “상부와의 교신”이 끊겨버린, 하늘 메시지가 끊겨버린 타락한 지상의 인간들의 교신만이, 언어의 교신과 육신의 교신만이 난무하는 세상 한 가운데 “숯불에 그슬린 닭 한 마리”가 놓여 있는 현실은 참으로 비참하다. 정의의 소리가 들리지 않고, 탐욕스런 인간의 욕망의 언어만이 난무하는 세상은 무한경쟁의 지옥일 뿐이다. 털이 뽑혀 맨 몸뚱어리를 드러내 놓고 있는 것만도 수치스러운데, 온 몸이 검게 숯불에 그을리기까지 한 닭의 모습은 “신 앞에 심판받는 어리석고 죄 많은 인간의 자화상” 그 자체이다. 폐경기 지나 여성의 기능마저 상실한 중년의 여성 셋이, 일생 동안 천사처럼 살고자 했던 염원과 달리 좌판에서 싼 맛에 산 인조털신을 가방에 구겨놓고, 아, 이제 발이 따뜻하겠구나 하는 아주 현실적 여성이 되어 “푸른 허공이 되려다 만 닭날개”를 뜯으며 “일 년 중 가장 성스러워야 할 크리스마스 깊은 밤이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 타락과 유혹의 밤”이 되어 버린 현실을 지켜보고 있는 아이러니는 슬프기조차 하다. “뼈에 묻은 지문까지 말끔하게 발라먹은 그들”의 생존법칙이 처절하다. 그러면서도 끊겨 버린 상부와의 교신을 꿈꾸며 “안테나를 활짝 편 채 대기”하고 있는 모습은 애처롭다. 영양센터, 통닭집에서 “어깻죽지가 불룩한 외투 깃을 자꾸만 다듬고” 있는 그들은 방금 자신들이 맛있게, 허겁스럽게 먹어 치운 “푸른 허공이 되려다 만 닭날개의 슬픔”이 자신들의 어깨 위에 스며들어와 “푸른 허공이 되려고 스멀거리는” 것이다. 세 여성의 세상을 향한 진실이 쏟아져 나온다,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봐 봐, 얼마나 괴상하고 흉측한지 몰라, 아무 생각 없이 들여다보고 있으면 더 그래”. 살만큼 산 여자들이 보기에 “사람의 얼굴”은 보면 볼수록 괴상하고 흉측하다.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모두의 얼굴이 괴상하고 흉측하다는 것, 그것을 깨닫는 자는 자신들 역시 괴상하고 흉측한 삶을 살아왔다는 자기 고백이자 세상을 향한 고발이다.

여당은 떡고물만족 습성에서 더 이상 허우적거리지 말라. 정치의 정도를 걸으며 크리스마스를 크리스마스답게 만드는 정치에 올인하기 바란다. 하긴, 한국의 상당수 대형교회들이 목회자들의 탐욕으로 세상보다 더 타락의 길을 걷고 있으니, 크리스마스가 크리스마스답지 않게 되어 버린 지 오래이지만 그래도 이순현 시인이 “크리스마스”에서 “안테나를 활짝 펴고 도래할 메시지”를 기다리는 절박감으로 “어깻죽지가 불룩한 외투 깃을 자꾸만 다듬고”, “푸른 허공이 되려는 날개짓”을 꿈꾸듯 “진짜 크리스마스”를 꿈꾸어야 한다. 크리스마스는 우리 모두의 크리스마스가 아닌 “나의 크리스마스”여야 하고, “나의 크리스마스”가 “우리 모두의 크리스마스”가 되기에 더욱 그러하다. 남 탓 할 게 뭐 있는가? 그 놈이 그 놈인데. 하지만 그래도 우리 모두 떡고물습성을 버리고, 떡 덩어리를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내 떡 내 놓아, 내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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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2018-12-21 21:02:06
교수님 寸鐵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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