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8) / 직권남용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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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8) / 직권남용죄
  • 신종범
  • 승인 2018.12.1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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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가천대 겸임교수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그동안 각종 의혹과 논란에 휩싸였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수사결과를 검찰이 내놓았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진흙탕으로 만들어 버린 여배우와의 스캔들 사건, 조폭 연루설 등은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경찰이 그토록 자신했던 이 지사 부인의 ‘혜경궁 김씨’ 사건도 계정 주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다. 다만, 2012년 4월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과정에서 이 지사가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권한을 남용했다는 점과 지난 5월 경기도지사 선거 토론회에서 ‘형을 강제입원 시키려 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 각 형법상 직권남용죄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혐의가 적용되어 기소되었다. 이 지사에게 적용된 직권남용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불러왔던 국정농단 사건의 주역들 대부분에게 적용되었던 범죄다. 그 범죄가 탄핵정국에서 국정농단 주범들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일약 대통령 후보로 부상했던 이 지사에게 적용된 것이다.

직권남용죄는 형법 제7장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에 규정되어 있다. 형법은 공무원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유기한 때 성립하는 직무유기죄(제122조) 바로 다음에 직권남용죄를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123조)라고 규정한다. 법정 최고형이 징역 5년으로 뇌물죄와 같은 중대한 범죄다.

직권남용죄에 관련하여 판례는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그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의 행사에 가탁하여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하고, 그 일반적 직무권한은 반드시 법률상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것임을 요하지 아니하며, 그것이 남용될 경우 직권행사의 상대방으로 하여금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하기에 충분한 것이면 된다”라고 한다. 즉,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형식적·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그 실질은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판례에서 표현하고 있는 '가탁'은 거짓 핑계를 대거나, 핑계 삼는다는 뜻으로 결국 공무원이 위법, 부당한 행위를 자신의 직권 내의 행위인 것처럼 빙자해 꾸며내는 것을 말한다.

또한, 판례는 “직권남용에 해당하는가의 판단 기준은 구체적인 공무원의 직무행위가 그 목적, 그것이 행하여진 상황에서 볼 때의 필요성·상당성 여부, 직권행사가 허용되는 법령상의 요건을 충족했는지 등 제반 요소를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준에 따라 직권남용죄로 처벌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언론보도를 보면,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검찰은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된 970건 중 33건만 기소하고 923건을 불기소처분 했는데, 기소율 3.4%는 전체 범죄 평균 기소율 38.145%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수치라고 한다. 또한, 2016년 한 해 동안 직권남용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받은 피고인 12명 중 9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 중 1명은 벌금형을, 나머지 2명은 실형이 선고 되었지만, 이마저도 뇌물 수수 혐의 등이 겹쳐 가중처벌을 받은 케이스라고 한다. 이처럼 거의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던 직권남용죄가 서슬퍼런 칼날을 세운 것은 전직 대통령의 탄핵을 가져온 국정농단 사건이었다. 실제 국정농단 사건의 피의자 38명 중 15명은 직권남용 혐의를 받아 구속됐다. 이 중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대부분은 재판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 이후 2017년 한해에만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고발된 공무원 수가 무려 7,879명에 달하는 등 ‘직권남용죄’ 사건이 넘쳐 나고 있다고 한다. 급기야 대검찰청에서 직권남용죄 관련 해설서까지 배포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수사기관과 법원 모두 직권남용죄에 대하여 소극적인 자세를 취함으로써 정치권력의 남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였고, 결국 전직 대통령의 탄핵까지 가져온 국정농단 사태를 야기시킨 측면도 있다. 국정농단 사태는 직권남용 행위가 국가와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었다. 직권남용죄의 엄격한 적용이 필요한 이유다. 한편, 직권남용죄를 광범위하게 적용하면 공직기강이 무너지고,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직권남용죄의 엄격한 적용과 함께 구체적인 기준도 정립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직권남용 혐의도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차기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무리한 흠집내기식 기소였는지 아니면 권력을 이용한 개인적 이해관계의 해결이었는지 이제 법원이 판단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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