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안정옥 시인의 “개꽃”, 역사를 모르는 기자들의 한심한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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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안정옥 시인의 “개꽃”, 역사를 모르는 기자들의 한심한 태도
  • 오시영
  • 승인 2018.12.07 10:3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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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안정옥 시인이 시집 “그러나 돌아서면 그만이다”를 보내왔다. 안 시인의 시는 난해하면서 해학적이다. 가벼운 듯하면서 무겁고, 무거운 듯하면서 가시 같다. 어쩔 땐 골수를 쪼개고 들어와 심장에서 쿵쾅거린다. 인생 칠십을 산 시인은, 여류시인은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다. 젊은 욕망이 단단히 굳어갈 때쯤 이때쯤 노시인 대열에 가담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교차로에 서서 두 팔이 네 팔이 되고, 네 팔이 여덟 팔이 된다. 두 발 역시 동동거리는 외발이 되었다가 좌충우돌 네 발이 되어 동서남북을 가로지르다가 어느덧 심장에 심어둔 한 그루 나무 위에 걸터앉아 낙엽이 졌는지, 가지들이 실핏줄처럼 허공을 휘젓는지 관찰한다. 나무에서 내려오라고 해도 내려오지 않고, 그러면 더 올라가라고 해도 올라가지 않은 채 나무 중간쯤 걸터앉아 사람도 아니고 신도 아닌 중간자가 되어 언어유희에 열중하는 다섯 살짜리 계집아이가 되고 만다.

안정옥 시인의 시 “개꽃”을 읽는다. 처음에 피식하고 웃다가 아이고 우짤꼬 하고 엉덩방아를 찧는다. “개에게 누가 온통 개씹머리 개좆부리// 개들은 수줍으며 사납다. 힘이 세고 복종적이다. 감정을 걸러내지 않는다. 사람에게 집착에 가까운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사람 얼굴이 이완되었는지 팔은 어디를 향하는지 끊임없이 살핀다. 턱이나 입의 움직임이 그들에겐 중요하다. 내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면 경계를 푸는 것 같다. 손은 쓰다듬어도 내 속 저항감은 어떻게 알아챘을까. 다른 개와 소리 지르며 앞발로 목을 누르며 올라탄다. 놀이라는데 난폭함에 소리만 질러댄다. 개들이 아는 냄새 가득한 세상을 나는 맡아본 적이 없었다. 냄새가 훨씬 생생하고 암시적이란 걸 기억과 깊은 관계가 있음에도 보는 것에 치중하여 오래전 그 감각을 잃어버렸다. 그저 뒤돌아보지 않았다. 다가가는 방법은 늘 머뭇머뭇하는 것. 식구들 수보다 많게 그들과 살았겠지만 잠시 기다려라. 보이는 것 너머의 희미하게 움직이는 세상에 남아 있는 이 내음만으로도 마음이 잘 들린다. 그런 마음들의 궤적을 찾아내듯 개들은 그런 품성을 어떻게 오래 간직할 수 있었을까. 꽃에 관한 시(詩다)는 썼지만, 냄새에는 다다르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개꽃의 머릿속으로 잠깐이나마 기어들어 갈 수 있을까.”(전문, 위 시집에 수록, 문학동네 간, 2017년).

개꽃은 아무런 죄가 없다. 그냥 예쁘장한 노란색 꽃일 뿐이다. 한해살이 꽃으로 4월에서 9월 사이에 꽃이 핀다. 그런데 꽃잎이 조금 건조해 보이지만 만져보면 그냥 싱싱하다. 그런데 누가 개꽃이라고 이름 짓는 바람에 “개--”를 연상시키는 바람에 안 시인은 속이 상해버렸다. 그래서 안 시인은 걸쭉하게 첫 연에서 “개에게 누가 온통 개씹머리 개좆부리”라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담(辱談)을 늘어놓아 버린다. 시인은 “개꽃”에서 자신이 키우는 반려견과 꽃의 이중성을 함께 갈파한다. 개의 속성을 샅샅이 훑는다. 주인에게 온갖 아양을 다 부려서 결국은 “사람을 개”로 만드는 재주를 펼친다. 개 주인들이 스스로 “엄마야, 엄마”라거나 “아빠야, 아빠”라고 지칭케 만드는 것이다. 사람이 개의 엄마나 아빠가 되면, 그 엄마나 아빠는 바로 개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을 개로 만들기 위해 개는 사람을 읽고 또 읽는다. 사람 얼굴의 표정을 살피고, 개 엄마의 얼굴이 이완되어 평화로운지, 팔이 어디로 뻗어 때리려고 하는지 안아주려고 하는지를 파악한다. 턱이나 입의 움직임이 중요한 까닭이다. 경계를 풀었다가도 엄마의 내심을 읽고 저항감을 체감한다. 신통방통하다.

안 시인은 개의 통찰력에 탄복한다. 냄새나는 세상을 알아채는 개들의 능력에 감복한다. 개들조차 눈치챈 냄새나는 세상을 인간만이 모르고 있다.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니, 모두가 냄새나는 세상에서 스스로 쓰레기가 되어 각자 냄새를 풍기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너의 냄새를 맡지 못하고, 네가 내 냄새를 맡지 못하는 아수라의 세상이 전개되고 있다. 안 시인은 이런 후각이 작동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버티고 버틴다. 그래도 명색이 시인이라는 작자는 세상에 현혹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하는 시인의 오기가 작동하는 것이다. “냄새가 훨씬 생생하고 암시적”이라는 것은 우리의 기억이 기억하고 있는데, “보는 것에 치중”하다 보니 오래전에 냄새 맡는 감각을 잃어버린 것이다. 후각을 통한, 냄새를 통한 상상력이 기억을 자극하여 오래전 기억을 불러오는 상관성을 잃어버린 인간들이 오직 “보이는 것”에 천착하는 어리석음을 통렬히 비웃고 있다.

보이는 세상은 속임의 세상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고 하지만, 보이는 것은 언제나 속임수가 가능하다. 화장의 시대, 아니 분장과 가장의 시대를 넘어 제 얼굴을 수없이 뜯어고치는 성형의 시대에 어찌 보이는 것이 전부일 수 있겠는가? 그래서 안 시인은 보이는 것보다 냄새가 더 정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개꽃에서 “개씹머리 개좆부리” 같은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 개꽃은 꽃이라는 것이다. 안 시인은 “보이는 것 너머의 희미하게 움직이는 세상에 남아 있는 이 내음만으로도 마음이 잘 들린다.”고 고백한다. 그런 개들의 본질을 감탄스럽게 지켜본다. “꽃에 관한 시(詩)”를 쓰고서도 “꽃향기”에 다다르지 못하는 시인의 위선을 스스로 반성하고 있다. 소설은 사실을 쓰지만, 거짓이고, 시는 거짓을 쓰지만 진실이다. 안 시인은 노시인으로 접어들려고 하는 길목에서 “어떻게 하면 개꽃의 머릿속으로 잠깐이나마 기어들어 갈 수 있을까?”를 궁리하는 순진한 소녀가 되고 만다. 시인도 들어가고, 독자도 들어가고, 우리는 모두 개꽃의 겉모습이 아니라 “개꽃의 머릿속”으로 스멀스멀 기어들어 가 “개꽃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 그 생각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개꽃이 아니라 “개씹머리 개좆부리” 같은 욕설만 얻어먹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귀국하였다. 그곳에서 만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올해 내에 이루어지는 것에 미국이 반대하지 않는다는 정상합의를 도출하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 역시 내년 1월에서 2월 중에 개최될 예정이라는 대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들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 결단만 남은 상태임을 분명히 하였다. 귀국하는 기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들을 향해 “외교·안보 사항”에 한해서 질문을 받겠다고 먼저 양해를 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에 대한 미국의 분명한 찬성을 얻어 왔기 때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문하게 될 경우 발생하게 될 경천동지의 역사적 전환점을 조금은 자랑 겸 대국민 홍보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그런데 기자들은 이러한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최대의 남북평화체제구축이라는 중차대한 일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는지 질문에 관심을 두지 않고, 국내 현안인 “경제와 일자리 문제 및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팀의 직권남용” 문제 등에 대해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분명히 국내 문제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겠다(국내에 돌아가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은 줄기차게 “국내문제를 질문”하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이에 대하여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문제에 대한 질문에 두어 차례 국내문제가 아닌 외교 문제에 대해 질문해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불통의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비판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지켜보면 국내 기자들의 수준이 참으로 저급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기자들의 반복적인 국내 현안 질문은 마치 “국어 시간에 수학 문제를 질문”하는 어리석은 행동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충정은 분명했다. G20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 기내에서 기자들이 가장 궁금해해야 하는 내용은 “G20 정상회담의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가?”여야 한다. 비싼 돈 들여 G20개국 정상회담에 참가하였고, 거기에서 미국과 중국을 비롯하여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의 정상들과의 회담 등을 통해 어떠한 외교성과를 얻었는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된다는 것을 기자들은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아예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뭐하러 기자들은 “우르르 떼거리”처럼 아르헨티나로 날아갔는지 알다가 모를 일이다. 국내 현안이 궁금하면 국내에서 취재하면 될 일이지, 구태여 머나먼 남미국가 아르헨티나까지 단체로 날아가서, 그곳에서 얻어진 외교성과에는 관심이 없고 국내문제에만 천착하는 “개꽃” 같은 기자가 되는가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간담회 시작 전에 “외교 문제”에 대해서만 질문을 받겠다며 자신의 속내(외교적 성과에 대한 대국민 홍보 내지는 정보 전달)를 명확히 하였으면 최소한 사건의 경중을 알고, 대통령의 참뜻을 깨달을 최소한의 “냄새 맡을 줄 아는 개꽃”이 되고자 고민하는 안정옥 시인 정도의 고뇌가 있는 기자라면 외교 문제에 관한 질문을 깊이 있게 해야 하는 것이 옳다. “불통”은 대통령이 아니라 기자들이 하였다. 자신들이 “불통의 첨병” 노릇을 하고서는 오히려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하니 이중적 불통의 화신인 것이다. 국어 시간에 국어 선생님에게 국어 문제를 묻지 않고, 수학 문제나 과학 문제를 묻고서는 국어 선생이 국어에 관한 문제를 물어 달라고 재삼재사 당부하자 “우와, 국어 선생이 수학 문제를 물었더니 대답을 안 한다, 그러니 국어 선생이 불통이다.”하고 외치는 “멍청한 학생 역할”을 기자들이 역할연기를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불통이 아니라 대통령이다. 기자 간담회를 개최해야 하는 “목적성”을 명확히 한 것으로, 국내 현안에 대해 질문 받고자 하였으면 귀국 후 청와대 기자실에서 브리핑하였을 것이다.

우리는 때와 장소를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 때도 선·후를 알아야 하고, 장소도 원·근을 분별해야 한다. 그게 지혜로운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다. 무조건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생떼, 아니 땡깡을 부려서는 안 된다. 어리석은 자는 자신이 어리석은 일을 하고 있음을 알지 못하기에, 자신이 하는 일이 옳다고 생각하기에 더 어리석어지는 것이다.

안정옥 시인의 “개꽃”을 읽을수록 씹는 맛이 새롭다. 영혼이 맑고 젊은 노시인이 아니면 쓸 수 없는 과감성이다. “개에게 누가 온통 개씹머리 개좆부리”라고 육담을 퍼질러대며 통렬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것들이 설쳐대는 현실을 비웃는다. 개꽃을 “개”라는 단어에 함몰되어 그 아름다움을 상상해내지 못하고 “온통 개씹머리 개좆부리”라고 생각하는 저급한 인간들을 향해 “너희들 그러지 말아!” 하는 것이다. 개꽃을 제대로 알려면 개꽃의 머릿속으로 잠깐이나마 들어가 잃어버린 냄새, 꽃향기를 맡을 수 있어야 한다고 안 시인은 강조한다. “들어가라고, 들어가라고, 개꽃 속으로!”라고 외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머릿속으로 기어들어 가지 못할 낮은 수준의 기자들이라면 “뭣 하러 비싼 돈 내고 아르헨티나까지 날아갔는지......쯔쯧” 혀가 차지는 것이다. 국내 현안이 알고 싶으면 국내에서 취재할 일이지, 안 그런가? 그리고 귀국하는 기내에서 국내 현안을 이야기해 본들 무엇이 해결되는가? 그냥 조급한 것이다.

삼천리 금수강산을 도도하게 흐르는 역사적 물줄기가 바뀌려고 하는 경천동지의 순간,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잃어버린 냄새를 맡으며 온몸으로 전율하는 뜨거운 마음을 가지지 못하는 기자들이라면 과연 그들에게 기자정신이 있는 것인지, 시대적 사명감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나서는 자신의 어리석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현명한 대통령을 “불통”이라고 어깃장을 놓고 있는 것을 보면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은 불통이 아니라 대통령!”이라고. 개꽃이 피어날 4월을 기다리며 기지개를 한 번 크게 켜자, 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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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화 2020-10-21 22:43:55
댁이야말로 문재인의 개같소 왈왈 꼬리치느라 힘들겠소

코코아빠 2018-12-07 21:56:57
민주당 지지자들 정신 차려야되 소위 문빠라하는 지지자들이 이재명죽이면 문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추락과동시에 내부갈등으로 한방에 가는 수 가있음을 명심하길

세상의 이치 2018-12-07 14:31:34
오시영씨 본인부터 색안경빼시고 다시 바라보세요. 지금 문재인이 하는게 정상인건지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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