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90)-위대한 리더, 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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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90)-위대한 리더, 부시
  • 강신업
  • 승인 2018.12.0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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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2018. 12. 5. 조지 부시(George Herbert Walker Bush) 미국 제41대 대통령 (재임기간 1989년~1993년)의 영결식이 국장으로 거행됐다. 그의 타계 후 미국 정계는 물론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그의 업적과 인품을 기리는데 아낌이 없다. 그가 보여준 포용과 관용의 정신은 그와 이념과 노선을 달리했던 미국 내 정적마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1993년 1월 부시에게 받은 편지 전문을 공개하면서 부시 전 대통령을 “미국, 우리의 헌법과 제도, 그리고 우리가 공유하는 미래를 믿는 명예롭고, 우아하며, 품위 있는 사람”으로 기술했다. 1992년 대선에서 한때 서로를 ‘바보’와 ‘멍청이’로 비난했던 두 사람은 부시가 퇴임하면서 남긴 응원의 편지를 계기로 친구가 됐다. 이후 그들은 클린턴이 퇴임한 이후에도 정파를 초월한 우정을 다졌다.

부시는 타계하기 전 자신의 가문과 불편한 관계에 있던 트럼프 대통령을 자신의 장례식에 초대해 놓았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경쟁에서 경쟁자였던 부시의 차남 젭 부시를 조롱하고 부시 일가를 싸잡아 비난해 껄끄러운 관계를 자초했다. 그런데도 부시는 트럼프 대통령을 장례식에 초청해 분열보다는 통합의 메시지를 던졌다. 개인의 적대감이나 가문 간의 불편함보다는 대통령직이 갖는 의미를 우선했다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에어포스 원을 텍사스로 보내 고인의 유해를 모시는 예를 갖추었다.

부시의 타계를 계기로 미국 정가는 일제히 화합과 통합의 목소리를 내며 정쟁을 멈추었다. 부시가 보인 포용과 화합의 정신, 애국심에 대한 헌사다. 부시는 예일대에 다니던 18세에 태평양 전쟁에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이후로도 그는 CIA 국장, 부통령 등을 지내며 변함없이 국가와 국민에 헌신했다. 그는 애국이라는 대의명분 앞에서는 이념과 정파를 초월해 정적들마저 포용하고 응원했으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는 대의명분 앞에서는 조금도 망설임 없는 단호함을 보여주었다.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의 후세인에 대한 응징이 그 예다. 부시는 비록 미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은 아닐지라도,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가장 품위 있는 대통령으로 남을 것임이 틀림없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미국이 세계 최강의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언뜻 정쟁을 일삼는 것 같으면서도 애국이라는 하나의 명제 앞에 단결하고 화합하는 미국인들의 저력을 높이 산다. 또 미국 지도자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과 국가를 위해 헌신한 애국자들을 대하는 미국민들의 자세를 이유로 든다. 매년 5월 마지막 주 월요일, 워싱턴에 있는 엘링턴 국립묘지에서는 메모리얼 데이 행사가 열린다. 여기에는 대통령, 부통령, 국방장관, 보훈장관, 합참의장 및 각 군 참모총장, 참전용사와 가족들, 그리고 일반 국민이 참석한다. 시민들은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참석해 자녀들에게 조국이 무엇인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왜 숭고한 것인지를 알려준다. 미국인들은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조국의 의미와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친 사람들의 헌신을 배우며 자란다. 비록 240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미국 전국 방방곡곡에는 참전 기념비, 기념물, 박물관 등이 넘쳐난다. 이를 통해 미국인들은 조상들이 이룩한 자랑스러운 미국의 역사를 배운다. 이런 정신적 자산을 토대로 미국인들은 국가에 위기가 닥치면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쳐 애국심을 발휘하고 위기를 극복한다.

사람들은 부시를 위대한 지도자라 부르기 시작했다. 업적도 업적이지만 그가 보인 품위와 품격에 세계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정적도 품을 수 있는 넉넉한 아량을 보여주고, 18세의 나이에 자진해서 태평양 전쟁에 참여해 국가에 봉사하고, 아들을 대통령으로 키워 다시 국가에 봉사한 부시 대통령, 그의 삶은 분명 위대한 것이다. 그가 위대한 것은 또 세상을 떠나면서 포용과 아량의 정신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임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도 부시 같은 대통령을 갖고 싶다. 언제쯤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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