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양심적 병역거부와 교도소 대체복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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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양심적 병역거부와 교도소 대체복무
  • 송기춘
  • 승인 2018.11.30 10:2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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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군에 입대하고 첫 외박을 나온 날, 집에 도착해서 20시간을 내리 잤다. 군에서 구타와 부당한 얼차려가 횡행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잠 잘 때도 긴장을 풀 수 없는 처지였으니 집에 도착한 순간부터 잠을 자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군 생활은 할 만해졌지만, 쉽지는 않았다. 30여 년 전의 일이다. 그 뒤 짧지 않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군대도 많이 좋아졌다. 복무기간도 짧아졌다. 그만큼 사회와 단절될 시간이 줄어들기도 했고 군대 안에서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과 공간도,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아졌다. ‘최고의 명문대학 군대’라는 표어를 내건 부대도 있다. 요즘 제일 들어가기 어려운 대학이 군대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도 여전히 군 복무는 힘든 게 분명하다.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 군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적응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급여라는 것도 거의 없다시피 하니 제대하자마자 돈 걱정을 해야 한다. 군 제대자 가산점제도도 없어졌으니 군 복무하였다는 것이 먹고 사는 일인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시험 성적으로 선발을 하는 곳에서는 여성에게 치인다는 인식도 강하다.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게다가 ‘잘났다’는 사람들 가운데 군 면제자가 유난히 많다. 군에 갔다 온 걸, 내 자식 군대 보낸 걸 억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얼마 전 대법원은 양심의 결정에 따라 군 징집명령을 따르지 않은 것이 병역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하였다.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함께 한 시대를 마감하는 판결이다. 이 판결의 후속조치로 정부도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 중인 이들을 가석방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너희들이 양심적이면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은 양심이 없다는 말이냐는 힐난이나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허가·인가·면허·등록 등 취소 때문에 생업에 지장을 받는 경우도 여전하다. 정당한 사유에 의한 병역거부라고 하면서도 이들의 대체복무 기간을 36개월로 하고 교도소에서 합숙하는 방식으로 하려고 한다. 수감 18개월이 교도소 근무 36개월로 바뀌는 것이다. 대체복무라기보다는 징벌적이다. 정당한 사유인 양심의 결정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은 신체의 상태가 군복무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다 다르다. 같은 것을 보면서도 느끼는 바가 다르고 생각하는 바도 다르다. 감수성도 차이가 있다. 당구 치다가 틈나면 큐대로 총검술 동작을 연습하는 이들도 있는가 하면 총이나 칼을 보기만 해도 기겁을 하는 이들도 있다. 전쟁도 불사한다고 떠벌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경우에도 전쟁은 안 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총을 쏘는 것이, 대검을 꽂고 총검술을 하는 것이 사람을 잡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생생하게 느끼는 이들은 차라리 내가 죽을지언정 나 살자고 상대를 죽일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벌레 하나도 죽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총을 쥐어 주고 사람 잡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 마땅한 일인가. 어쩌면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이들을 존중해 주고 이들을 우리를 위해 남겨두는 것도 옳은 일이다. 우리 헌법은 양심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양심이 어떠한 것으로부터 나온 것이든 올바른 삶에 관한 그 마음을 존중하는 것은 인간다운 삶의 핵심이며, 이것이 우리의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자도 삼군(三軍)이 호위하는 장수라도 사로잡을 수 있으나, 필부의 양심을 결코 빼앗을 수 없다고 했다.

36개월 동안 교도소에서 합숙하며 대체복무를 하도록 하는 바탕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혐오의 감정이 깔려 있다고 생각된다. 그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문제해결을 위해 중요한 것은 군대 안 가는 사람도 군대에서 겪는 어려움을 겪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군대를 갔다 온 것이 더 이상 억울한 일이 아니도록 만드는 것이다. 군대의 환경을 바꾸고 근본적으로 군대에서도 더 많은 사적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 급여도 충분히 지급되어야 한다. 이 기회에 군대를 정말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 노력을 해야 한다. 군의 사무도 상당 부분 외주화할 수 있는 것이므로 사격과 총검술을 하지 않는 군 복무 방식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 논의가 군대의 복무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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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필자 2018-11-30 15:45:04
나는 오지환 박해민 장현수보다 종교교리에 따른 병역 거부자들이 역겹다. 사이비종교한테 특혀나 주고 이게 나라냐

생각하자 2018-11-30 16:37:38
충분한 정답이자 이상적인 해결방안이지만 현 시점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인정할만큼의 군 환경 개선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형평성이 우선이라 생각하며 징벌적 성격을 가졌다 하더라도 병역 거부에 따른 대체 복무의 강도는 강해야 하고 다른 군복무 체제가 변화하고 나아질 때, 함께 바뀌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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