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89)-주체와 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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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89)-주체와 초인
  • 강신업
  • 승인 2018.11.3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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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했을 때, 그는 과거의 낡은 가치체계, 무엇보다 서양사에서 기독교가 독점해온 절대적이고 독단적인 가치체계를 극복하고 정당한 회의와 비판이 수용되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구축해야 함을 역설했다.

니체보다 200년 앞서 나타난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통해, 인간 존재의 기반이 사유, 즉 회의에 있음을 선언했다. 그는 자신의 사유를 통해 확신이 들기 전에는 세계 전반을 기전제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즉 인간이 사물과 객체를 비판 없이 받아들일 때 그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존재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고, 인간이 주체가 되어 사물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여기서 니체나 데카르트가 문제 삼는 것은 세상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인간의 맹목적 자세다.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관습, 관행, 믿음체계 또는 다른 그 어떤 것이든 인간을 옭아매고 있는 일체의 기성 틀에서 벗어나 각자가 세상을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자신의 귀로 듣고 자신의 뇌로 판단하는 삶의 자세를 요구한 것이다.

선각자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은 가히 맹목(盲目)의 시대다. 누가 그렇다고 하면 확인도 해보지 않고 우르르 몰려가고, 그렇게 몰려가서는 앞 사람이 돌을 던지면 자기도 돌을 던지고, 누가 어디에 돈을 투자한다고 하면 나도 일단 걸고 본다. 자기가 왜 그리로 갔는지 자기가 왜 주먹을 내지르는지 돈을 거는지 알지 못한다. 남들이 그러는데 저놈은 나쁜 놈이라고 하고 남들이 그러는데 저기에 돈을 투자하면 떼돈을 번다고 한다.

예수님은 이미 인간이 가진 맹목적성과 집단무지, 그리고 집단광기를 간파하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명제를 꺼내셨다. 아주 평범한 것처럼 보이는 이 말, 너무나 당연하고 누구나 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이 말은 사실 인간의 인간에 대한 증오와 집단가학성을 극복하기 위해 예수가 내놓은 절대 명제다. 인간의 인간에 대한 적개심과 공격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그 반대 테제를 인간의 의식 속에 주입해야 하는데, 그렇게 해서 나온 목표 명제가 ‘사랑’과 ‘용서’인 것이다.

오늘날 특히 집단광기가 문제 되는 곳은 인간이 만든 세상, 인터넷이다. 여기서는 군중심리에 기한 집단가학성이 여과 없이 표출되면서,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누군가가 돈을 벌기 위해 퍼뜨린 소문이 어느 순간 진실로 둔갑하고, 인간의 무의식 저편에 자리하던 관음 욕구가 대놓고 그 실체를 드러낸다. 어떤 자들은 음란물을 인터넷에 올려 금전적 욕구를 채우고 또 어떤 자들은 키득거리며 그런 음란물을 소비하며 성적 욕구를 채운다. 인터넷 피동체가 되어 버린 현대인들 앞에 니체가 돌아온다면 아마 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가 살았을 땐 인간이 신을 만들고 거기에 매여 살더니, 이젠 인터넷을 만들고 거기에 매여 사는구나! 아, 한심한 인간들!”

사실 우리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왜 그토록 주체와 자율을 강조하면서도 또 왜 그토록 객체적이고 타율적인가. 인간은 혼자 있을 땐 이성적이고 선량하다가도 또 왜 집단이 되면 감성적이고 악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가. 이는 인간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 즉 나약함 때문이다.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주체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소위 피곤한 일이다. 그 때문에 인간은 스스로 결정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선택한 것을 따라가려 한다. 스스로 길을 내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내놓은 길을 따라 걷는다는 얘기다. 니체는 바로 여기서 인간들에게 ‘초인’이 될 것을 요구한다. 초인이 되라는 말은 주체적으로 살라는 것이다. 나약한 패배자의 삶이 아닌 강인한 건설자의 삶을 살라는 말이다.

오늘 니체의 말이 가슴 깊이 와 닿는 것은 인터넷 시민의 집단편향과 집단 가학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보다 각자가 삶의 주체로 회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초인’이 되는 것이다. 현대인들이여 초인이 돼라!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객체와 대상을 회의하며 살라! 그것도 어렵다면 적어도 무조건 네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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