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황무지가 장미꽃같이, 가을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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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황무지가 장미꽃같이, 가을은 사랑이다
  • 오시영
  • 승인 2018.11.2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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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가을은 겨울을 사랑한다. 겨울과 손잡지 않은 가을은 없다. 사랑은 자기희생으로 자기보다 차가운 것과 손잡는 것이다. 가을이 겨울과 첫손을 잡을 때 느끼는 첫 느낌은 차가움일 것이다. 마지막 남은 한 잎 낙엽의 온기를 시리디시린 겨울에게 전해주고 사라지는 가을은 한 방울의 눈물이다. 이 눈물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은 삶의 여운이고, 옷매무새를 고치는 작은 경건함이다. 우리는 추위 앞에 서서 가을이 남기고 간 한 점의 따뜻함에 감사하여야 하지 않을까? 긴 겨울이 시작되는 길목에서 오지 않을 것 같은 봄이 온다는 몸속 깊이 각인된 의식을 쫓는다. 가을은 겨울을 사랑한다. 겨울 나라에서 살아야 하는 모든 이들을 사랑한다. 차가움 속에, 시림 속에서도 결코 가을이 남기고 간 마지막 온점(溫點)의 기억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 서러울 정도로 따뜻한 한순간의 온점이 차가운 긴 겨울을 버티는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찌 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진짜 사랑은 가을인지도 모르겠다.

40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께서는 찬송가 “황무지가 장미꽃같이”라는 찬송가를 늘 흥얼거리셨다. 찬송가와 성경책마저 귀했던 60년 전 어머니의 찬송가와 성경책은 닳을 대로 닳아 책 두께가 실재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될 정도로 너덜너덜했었다. 얼마나 한 권의 찬송가를 많이 펼쳐 찬송을 부르셨길래, 성경책을 그리 읽으셨길래 그렇게 낡고 낡아졌을까 싶다. 문득 그 믿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내 모습이 초라하기조차 하다. 어쩌면 그 낡아지는 것만큼 어머니의 마음은 맑아지셨을 것이라 믿는다. 저 찬송가의 1절 가사는 이렇다. “황무지가 장미꽃같이 피는 것을 볼 때에/ 구속함의 노래 부르며 거룩한 길 다니리/ 저기 거룩한 길 있네 슬픈 구름 없으니/ 낮과 같이 밝고 밝은 거룩한 길 다니리”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어린 자식들을 키워야 했던 부모님들은 하루하루가 삶의 전쟁이었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면서도 어머니께서는 신앙을 통해 먼 피안의 세계를 꿈꾸셨길래 “황무지가 장미꽃같이”라는 찬송가 가사에 심취하여 “낮과 같이 밝고 밝은 거룩한 길을 모두 함께 걸어가는 소망”을 갖지 않았을까 싶다. 어머니는 이 세상이 황무지일지라도 장미꽃이 피는 세상이 올 것을 믿었고, 그러한 평화가 이룩될 때 모두 거룩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고, 슬픈 구름 없는 거룩한 길(King’s Highway), 낮과 같이 밝고 밝은 그 거룩한 길을 언젠가는 모두 함께 걸을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세상은 여전히 오지 않고 있다. 거룩한 세상은커녕 교회가 먼저 타락하고, 교계의 지도자임을 자처해 온 대형교회의 영향력 있는 목사들이 앞장서서 자신의 타락은 물론이고 세상마저 타락시키고 있다. 물욕과 탐욕에 사로잡혀 교회를 자신의 치부 수단으로 삼고, 교인의 헌금을 사적 재산축적의 발판으로 삼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교회인 명성교회가 김삼환 원로 목사의 아들에게로의 세습 문제와 비자금 문제로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더니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외화밀반출을 비롯한 비자금 문제가 또다시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며 하나님을 욕되게 하고 있다. 메마른 광야에서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다.”고 외친 세례 요한의 울림이 우리나라 교계 지도자들에게는 아예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광야의 외침이 사라진 세상에 “온갖 잡소리”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판을 친다. “누군가 광야에 나가서 외칠 선지자”가 없는 세상은 비극이다.

광야의 선지자가 없는 곳 중 하나가 “자유한국당”이다. 세례 요한이 광야에서 외칠 수 있었던 것은,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하나님 나라를 설파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에게 도덕적 우월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하여 보수진영에서 내가 보수의 아이콘이라 주장하며 나서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가관이다. 똥 묻는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한 지 넉 달이 지났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비상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소방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넉 달이 지나도록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뜬구름 같은 화두만을 던졌을 뿐 실제로 한 것은 거의 없다. 주변이 온통 때 묻은 보수로 뒤엉켜 있으니 어디서부터 청소를 해야 할 것인지 종잡을 수 없는 기막힌 현실 때문이다. 비상대책위원회가 해야 할 첫 번째는 “사람의 쳐냄”이다. 까닭에 한 사람도 쳐내지 못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어찌 보면 이미 죽은 비상대책위원회가 되고 말았다. 자유한국당의 문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대한 심판이 국민적 심판이었음을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편승하여 호위호가하며 위세를 부렸던 이들을 솎아내는 것이 비상대책위원회의 첫 번째 임무인 것이다. 국민적 심판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자유한국당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에서부터 비상대책위원회의 첫 단추가 꿰맞춰져야 함에도 이 일을 아직 못하고 있다.

그러니 얽히고설킨 자유한국당의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을 십고초려하여 모셨다고 자화자찬하고서도 그를 문자 하나로 축출하는 황당한 자기부정 행위를 하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전혀 수치심을 느끼거나 부끄러움을 모른다. 국민적 비난에 전두환 전 대통령도 민자당을 스스로 탈당했고, 노태우 대통령도 선거 중립을 지키겠다며 스스로 탈당했다. 김영삼 대통령도 이회창 후보의 탈당 요구에 반발하여 탈당했고, 김대중 대통령도 아들의 비리가 원인이 되어 민주당을 탈당했고, 노무현 대통령도 탈당했다. 그들의 탈당 이유는 각각 달랐지만, 그 안에는 자신이 속한 당에 자신의 존재가 다음 대통령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자신이 속한 당을 살리려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탈당하지 않았고, 모두 재직 중 비리로 구속되어 수십 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다.

어찌 되면 탄핵과 형사처벌을 통해 유죄판결을 받은 이들을 껴안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의리의 정당”인지도 모르겠다. 보수는 이렇게 잘못된 옛 동지마저 내치지 않고 껴안고 가는 것이야 라는 보수의 진면목(?)을 보여 주고 있는 것처럼도 보이기조차 한다. 하지만 이러한 처신이 얼마나 국민의 눈높이를 못 따라가는 잘못된 보수의 길인지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보는 듯해 안타깝다. 급기야는 탄핵이 잘못되었다거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정치탄압이라며 왜 구속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막말마저 나오고 있다. 이는 헌법재판소를 부정하고 사법부를 부정하는 헌법부정이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그러기에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친박이 다시 살아나고, 당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한 편의 코미디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유한국당 내의 많은 탈당 요구에도 결코 응하지 않아 결국은 홍준표 당 대표에 의해 제명처리가 되었다. 스스로 자유한국당에서 물러난 것이 아니라 강제로 쫓겨난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자유한국당을 물귀신 작전을 펴듯 함께 끌고 들어가 자유한국당, 아니 대한민국의 보수를 무참히 부숴버렸던 것이다.

진정한 보수가 부활하여야 한다. 국가 전체의 정상적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수의 한 축을 맡은 자유한국당에 “광야에서 외치는 선지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도긴개긴의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막말의 달인인 홍준표 전 대표가 다시 정치 일선으로 등장하고 있고, 공금횡령 등으로 형사재판 중에 있는 홍문종 의원의 발언이 친박을 등에 업고 강화되고 있다.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새로운 보수세력이 등장하여야 하는데, 전혀 그러한 상황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누가 광야의 선지자로 나선들 팽 당한 전원책 위원 꼴이 될 판이다. 기득권의 벽은 여전히 강고하다. 많은 사람이 여전히 황무지 흙 먼짓길을 걷고 있는데, 일부 기득권층은 거룩하지 않은 포장도로를 자동차로 씽씽 달린다.

2천 년 전에 부르짖었던 세례 요한의 외침이나 예수의 십자가 사건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여전히 어두움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면 “낮과 같이 밝고 밝은 거룩한 길”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유토피아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많은 이들이 내 어머니께서 찬송가 242장을 쉬지 않고 부르며 밝고 거룩한 소망의 길을 기원했던 것처럼 지금도 그 길이 도래할 것을 기원하고 있음을 믿는다. 그 믿음이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그런 와중에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열 살짜리 손녀가 자가용 기사에게 퍼부은 막말이 세상을 소란케 하고 있다. 열 살짜리 아이의 말이라고 하기에는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악함”이 그 언어 속에 표현되고 있다. 50살이 넘은 자가용 기사를 향해 “야, 너”라는 반말을 공공연히 퍼부었다니 어이가 없다. 자식은 부모의 판박이이다. 자식은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았기에 세상에서 가장 닮은꼴 생명체일 수밖에 없다. 모든 자식은 부모의 언행을 보고 듣고 배우며, 부모의 가치관을 흡수하여 자기 정체성을 형성해 나간다. 마지막에 가서는 기사를 향해 “죽어라”라고까지 막말을 퍼부었다고 하니 어린아이 속에 감춰져 있는 악마성마저 느끼게 된다. 누가 순진해야 할 저 아이를 저렇게 만들었을까? 그 아이의 머릿속에 채워지는 모든 지적 수단들이 선함이 아닌 악함에 동원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를 개최하였다. 문 대통령은 공정사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맞춰 반부패를 위한 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러한 길을 계속해 나갈 것을 천명하였다. 국민권익위원회를 중심으로 생활적폐대책협의회 운영을 통해 생활적폐를 지속해서 추진하라는 것이다. 예방, 감시체제를 구축하고, 신고, 구제를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신고 보상제도를 확대하라는 지시도 함께 내렸다. 한국사회의 가장 큰 단점은 “사후관리의 미비”이다. 모든 기업은 자사 제품에 대한 AS를 잘 하기 위해 노력한다. 애프터서비스가 잘 되면 그 기업은 살아남지만 못 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정부의 시스템도 AS를 강화하여 살아남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 자금이 지원되면 그 후에 그 자금이 목적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어떠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사후 감시감독체제를 강화해야 하는데, 대부분 지원만으로 그치는 바람에 사후에 벌어지는 부정행위가 적발되지 않아 “눈먼 돈 먼저 먹는 놈이 임자”라는 우스갯소리마저 회자하고 있다.

따라서 사후관리를 전담하는 공무원들을 많이 선발하여야 한다. 우선 보기는 그러한 공무원들을 고용하면 인건비가 많이 나갈 것이어서 국가 예산이 방만하게 확장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가해질 수도 있지만, 그들이 제대로 활동함으로써 “낭비되지 않을 예산의 절약”은 그러한 인건비 지출을 웃돌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그러한 사후 애프터서비스체제의 정착은 부정부패를 더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사전 예방적 기능의 강화로 이어지고 최종적으로는 “맑은 국가 건설”이라는 이상적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사립유치원 정부지원금 지원도 이를 전담 관리하는 공무원들이 상시로 존재하고 있었다면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분야가 농어촌지원 분야에서도, 노인복지시설이나 요양원 분야에도, 소방공무원 분야에도, 교수들의 연구 분야 등 수많은 곳에서 넘쳐나고 있다.

가을이 겨울로 넘어가고 있다. 황무지에도 장미꽃이 필 날이 올 것이라는 소망이 있으면 추운 겨울도 무난히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밝고 밝은 거룩한 길은 열 살짜리 아이가 부모의 권력에 기대어 자신을 학원 등으로 안전하게 태워다 주는 기사분에게 막말해대는 것이 아니라 감사한 마음을 갖도록 아이를 가르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감추고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유한국당의 잘못된 보수가 아니라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다.”고 외치는 광야 선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참된 보수가 될 때 가능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변의 맑지 못한 측근들을 과감하게 내칠 필요가 있다. 제3차 반부패정책이 구호만이 아닌 실생활에 생생하게 감응되는 실행을 해야 할 것이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연동형선거제도입에 더불어민주당이 찬성하도록 해야 한다. 잘못하면 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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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3 23:04:24
외눈박이 좌빨 다운 주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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