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진정 들어야 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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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진정 들어야 하는 이야기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8.11.22 19:35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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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최근 변호사시험을 개선하기 위한 공청회에 다녀왔다. 이번 공청회는 변호사시험 중에서도 선택과목의 논술형 시험을 폐지하고 대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내에서 이뤄지는 교육과 평가로 대체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미 오래 전부터 논의가 있던 내용이라 특별히 새롭다고 할 만한 부분은 없었지만 주제발표를 통해 제도 변경이 이뤄질 경우의 대략적인 윤곽을 볼 수 있었던 점은 공청회의 성과였다고 본다.

사실 기자에게는 교수들이나 로스쿨 제도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에서는 한 발 물러난 위치의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의 이야기보다는 로스쿨생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큰 수확이었다. 여러 해 수험전문지의 기자로 근무하면서 수많은 수험생들을 만났지만 깊이 있고 진솔한 대화는 많이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직접적인 만남이나 대화의 기회가 적은 것은 물론 온라인을 통한 접근도 쉽지 않은 폐쇄적인 구조로 인해 로스쿨생들과의 대화는 항상 아쉬웠다.

제도의 도입 및 발전 과정에서 워낙 진통이 많았고, 한 단체의 구성원이 내부에서 그 단체에 대한 평가를 솔직하고 개방적으로 하기 어렵다는 일반적인 특성도 폐쇄적·방어적 구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기자로서는 역시나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취재 현장에서 만난 로스쿨생들을 통해 듣는 이야기들이 있긴 하지만 빈도가 높지 않고 한정된 시간의 문제, 지나치게 개인적이거나 예민할 수 있는 소재라 기사화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등의 한계가 있다. 때문에 이번 공청회에서 로스쿨생들의 진솔한 우려나 바람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기자에게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공청회에 참여한 로스쿨생들은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전문성 있고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고시로서의 변호사시험 합격을 위한 공부에 매몰돼 있는 현행 로스쿨 교육에 대한 큰 우려와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로스쿨에 진학하면서 기대했던 것과 다른 교육 환경에 느끼는 불만과 걱정이 수많은 토론회나 공청회에서 들었던 어떤 발제자나 토론자의 말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변호사시험 합격 경쟁 속에서 분초가 아까울 로스쿨생들이 공청회까지 와서 의견을 전달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에게 중요하고 절박한 문제라는 증거일 것이다. 12년간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교육전문 법조인이 되고 싶어 로스쿨에 진학했다는 로스쿨생의 이야기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는 법조인이 돼서 해결하고 싶은 교육 문제 등에 관한 생각을 진솔하게 자기소개서에 담아 지원한 로스쿨에서 탈락했는데 다음해 자기소개서에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수험적합성을 갖췄다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기술했더니 다른 정량적 요소가 오히려 전해보다 부족했음에도 합격했던 경험부터 교육전문 법조인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관련 교과목은 전혀 듣지 못하고 변호사시험 위주로만 고시생처럼 공부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까지 진솔하게 털어놨다. “만약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로스쿨 폐지 대국민 운동을 벌일 것”이라는 강경한 발언에서 현 상황에 대한 절박한 문제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자의 개인적인 견해를 떠나서 그 동안 로스쿨 제도를 둘러싼 수많은 논의가 이뤄지는 동안 정작 제도 안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로스쿨생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많이 수렴이 되고 반영이 됐는가 하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물론 직접 이해당사자라는 점은 객관적이고 발전적인 논의라는 측면에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인생을 걸고 로스쿨에 들어온 그들의 의견은 로스쿨과 관련된 논의에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법과 제도가 현실과 괴리돼 있는지 생각해보라. 진정 들어야 하는 이야기를 놓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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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 2018-11-25 16:16:14
그래도 로스쿨생들은 피해자가 아닙니다.
사시100명만 존치하자고해도 자퇴쇼 3차례나 하면서 대정부협박질을 하던사람들이 로스쿨생입니다.

로스쿨생들은 피해자가 아니라, 음서제도의 동반자일뿐입니다.

자업자득이라는 말씀 드리고 싶네요.

지금 돌아가는게3 2018-11-23 12:11:00
마지막으로 덧붙이면..

그래서 앞으로도 학생들 의견이 반영되거나 힘있는 발언권이 주어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있다해도 합격률얘기는 철저배제 또는 논외로 할 것이고
그럴 수 밖에 없는 건, 지금의 합격률통제는 기성법조인들의 밥그릇지키기일뿐 아무 합당한 논거를 댈 수가 없지요.

그러니 학생들과 설전을 펼친다해도 논리로 이길 수도 없고, 이길 수 있다한들 명색이 법조인인데 학생들하고 밥그릇싸움하는 모습과 현재 합격률통제의 실체를 외부에 드러내보이고 싶지 않겠죠.

그래서 시험장확대같은 외적요소만 건드리며 합격률문제를 덮고 가려는거죠

지금 돌아가는게 2 2018-11-23 12:00:46
아래 이어서 쓰면

그래서 이번에 장관님도 변시접수 앞두고
합격률이 80%라는 말씀을 하시고 그 80%라는 수치를
강조해서 기사가 나가고 그랬었죠.

근데 누가봐도 억지지요. 이젠 하다하다 안되니까 그나마 합격률 수치가 높아보일 수 있도록 한기수의 8년간의 합격자를 끌어모아서 누적합격률이 결국엔 80%다..라고 말씀하시는게..

근데 그렇게치더라도 한기수에서 매년 10명중 1명씩만 붙어나간다는거고 그나마 그렇게 8년후엔 결국 2명은 못붙는단 얘기가 되죠. 이게 80%의 실체지요.

근데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건지 기자님은 아실듯요

지금 돌아가는게 2018-11-23 11:30:06
이번 시험장 확대도 어디가 어떻게 늘어나는지 학생들은 제대로 알지도 못했습니다. 개선위같은 것들이 있었지만
학생들은 개선위에서 뭐가 논의되는지 심지어 논의가 있었는지도 몰랐지요..

학생들 의견을 반영한다면 결국 합격률정상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텐데, 합격률통제의 유일한 논거는 시장이 어렵다밖에 없죠. 근데 이건 논거가 아니죠. 그러니 학생들실력이 없다고 프레임씌우는데 초기기수들도 변호사일 잘만하고 있으니 그것도 이유가 안되죠.

그러니 합격률문제가 논의되는 상황자체를 회피하는거고 시험장확대도 합격률문제를 덮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일부러 안듣는건데요 뭐ㅋ 2018-11-22 21:27:22
정말 합당한 말씀이시지만, 실상은 로스쿨제도의 주인이자 주체는 학생들이 아니고 기성법조인들과 교수님들이십니다.

그래서 양쪽의 힘있는 갑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서로 부딪히기 싫으니
그 절충안으로 슈퍼을인 학생들이 희생되는 구조입니다.

지금 학교에서는 전에 없이 졸업시험이나 유급, 휴학권고등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만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죠.

문제는 신규변호사배출 숫자인데 합격률통제에 대해 제대로 논의가 붙으면 반박할 명분이 없지요. 시장이 어렵다정도?
그러니 학생들의견은 철저히 배제시키는거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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