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88)-노이즈 정치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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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88)-노이즈 정치마케팅
  • 강신업
  • 승인 2018.11.2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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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요즘 정치인들의 노이즈 마케팅이 한창이다. 정치인 팬덤 현상이 생기고 열성 지지층들의 입김이 커지면서 정치인이 연예인화되는 경향이 굳어진 것이야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요즘 들어서는 연예인 뉴스보다도 정치인 뉴스가 압도적으로 많은 지경이다.

사실 과거엔 연예인 누가 무엇을 했고, 누구와 어떤 관계이고 등등 연예인들에 대한 가십 기사가 많았던 데 비해, 요즘 인터넷에 뜨는 기사는 오히려 연예인 가십 기사보다 정치인들의 말이나 행동에 대한 것이 훨씬 많다. 특히 정치인이 수사나 재판의 대상이 되면 연일 그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고 그 과정에서 그 정치인의 과거 행적이나 가족관계 등 가십성 기사가 추가로 보태진다. 또 수사나 재판의 대상이 되지 않은 정치인 중에서도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장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개 센 발언으로 대통령이나 유력 정치인을 저격한 경우다. 정치인이 반대쪽 진영 누군가를 저격하는 발언을 하면 이를 두고 다른 저격이 이어져 나오고 그와 관련한 이런저런 상황이 연출되면서 수많은 파생 기사가 쏟아지는 식이다.

원래 노이즈 마케팅은 연예인들이 언론에 노출되기 위해 사용하던 방법인데, 특히 새로 시작하는 TV 프로그램이나 개봉 영화를 홍보할 때 출연 배우가 자신의 사생활 등을 의도적으로 노출함으로써 관심을 끌거나, 프로그램의 질과는 상관없이 논쟁이나 시비 등 사회적 이슈가 될 만한 내용을 의도적으로 방영함으로써 시청자나 관객들의 관심도를 높이는 식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노이즈 마케팅 기법을 정치인들이 전격 차용하여 대대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면에는 인터넷 언론이 폭주하고, 신문이나 방송할 것 없이 24시간 보도체제가 되면서 기사가 부족하게 되자, 언론들이 연예인뿐 아니라 정치인이나 사회 저명인사들을 기사의 타깃으로 삼았다는 사정이 한몫하고 있다. 사실 이것은 독자들에게 팔리는 기사를 내보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가진 황색 저널리즘이 정치인들의 노이즈 마케팅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정이야 어쨌든 작금의 정치환경과 언론환경에서 뉴스거리를 찾아 연신 보도하기에 바쁜 언론들은 정치인에 대한 기삿거리가 나올 경우 이를 즉각 기사화하기에 바쁘고, 역으로 정치인들은 소위 언론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기삿거리를 만들기에 바쁘다. 특히 초고속 인터넷 시대를 맞아 굳이 기자회견을 열지 않더라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몇 글자 올려놓기만 하면 친절한 언론들이 알아서 즉각 실시간으로 기사를 내주기 때문에 정치인들로선 굳이 형식을 갖추어 보도 자료를 낼 필요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노이즈 마케팅에 골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사실 노이즈 마케팅은 짧은 시간에 인지도를 올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고, 그 때문에 일부러 유권자들의 호기심을 부추겨 지지표로 연결하는 선거 기법을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 온라인 시대가 되면서 정치인들이 SNS를 통해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특정한 이미지를 만들고 유권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유권자의 눈과 귀를 잡아두는 노이즈 마케팅 선거기법이 대세로 자리 잡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노이즈 정치 마케팅은 비록 얼마간은 유권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지속해서 반복할 경우에는 자칫 최소한의 신뢰마저 잃게 할 위험성이 있다. 정치인의 생명과 가치가 비록 연예인의 그것처럼 인기에 좌우되는 면이 강하고, 정치인이 인기를 잃는다는 것은 곧 그의 정치생명의 종말을 뜻하는 것일 수 있지만, 정치인에게 인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대중의 지속적인 신뢰다. 이런 점에서 정치인이 인기만 얻고 신뢰를 잃는 노이즈 마케팅을 계속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인들의 노이즈 마케팅은 정치적으로 무지한 대중들로 하여금 시류에 따라 소위 묻지마 투표를 불러올 우려가 있다. 또 정치인의 노이즈 마케팅 행보가 자칫 대중인기영합주의로 굳어져 사회 공익을 해치고 급기야 국익까지 해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이를 막을 뾰족한 방법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있다면 노이즈 정치마케팅과 황색 저널리즘에 흔들리지 않는 성숙한 민주시민의 깨어있는 의식뿐일 것이다. 이래저래 민주시민 해 먹기 참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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