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역사를 만들려는 정치와 역사를 지키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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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역사를 만들려는 정치와 역사를 지키려는 사람들
  • 신희섭
  • 승인 2018.11.2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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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정치는 역사를 창조한다. 반면에 역사를 지키려는 사람들도 있다. 역사를 만들려는 사람들과 역사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다투는 것이 현실정치이다. 진보와 보수.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이름으로. 이는 한국도 동일하다.

장면 하나. 2018년 11월 18일과 19일 금강산의 행사. 20년 전인 1998년 금강산관광사업이 시작 20주년을 기념하는 이 행사는 현대그룹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가 주관하였다.

금강산관광사업은 남북관계 변화의 신호탄이자 상징이었다. 그 금강산 관광사업이 시작된 지 20년이 되었다. 1998년에서 2008년까지 10년간 금강산을 찾은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있다.

2008년 7월 11일로 금강산관광은 막혔다. 민간인 관광객이었던 박왕자 씨가 북한 초병에게 조준사격을 받고 사망한 것이다. 이후 10년간 금강산관광은 막혔다. 민간인이 출입제한지역을 먼저 들어간 것을 감안해도 민간인관광객에게 조준사격까지 가한 북한 행동은 도를 넘어선 것이었다. 게다가 사건 이후 북한의 태도는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 북한은 사고에 대한 사과나 추후 안전보장에 대한 약속 표명 없이 “책임이 남측에 있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했고 남측의 진상조사도 거부했다.

2008년 이후 10년간 금강산관광사업은 남북관계를 대변한다. 2014년까지는 현대 측과 금강산관광 기념행사는 진행되었지만 2015년부터는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이 행사 또한 진행되지 못했다.

2018년 남북관계의 변화와 함께 재개된 행사에서 북한은 남북관계의 빠른 개선을 원했다. 리택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기념식에서 “관광이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고 “하루빨리 재개하는 것이 남북관계개선과 공동번영의 활로를 열어가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 행사를 공동으로 주최한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은 “금강산 관광은 계속돼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희망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10년을 견뎌왔습니다. 금강산 관광의 문은 다시 열려야 합니다”라고 화답했다. 그리고는 국제제재만 풀리면 사업재개는 가능하다고 발언했다. 변화된 정치적 국면을 잘 보여준다.

바로 반론이 제기되었다. 현재 급한 것은 북한이고 박왕자씨 사건을 파국으로 가져간 것도 북한인데 사과 한마디 없이 금강산관광사업을 재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경제문제가 중요한 북한이나 현대그룹이 과거는 잊고 현재 관광사업이 재개되지 못하는 것이 마치 미국과 국제제재에 있는 것처럼 언급하는 것은 역사를 너무 쉽게 지우는 것이다. 반론의 핵심은 “역사를 무시하면 남북관계의 불행한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이다.

또 다른 장면. 2018년 11월 15일 비무장지대내의 감시초소(GP: Guarding post) 20군데가 철거되었다. 남측 초소 10개는 굴착기를 가지고 철거를 했고 북측 초소 10개는 폭파방식으로 철거를 했다. 냉전의 상징이었던 GP의 폭파장면은 방송화면을 타고 중계되었다. 이는 평양선언과 남북군사합의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9.19군사합의에 따라 시범철수하기로 한 11곳 중에서 1군데를 보존하기로 하고 나머지 10곳을 철수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반론이 제기되었다. 한국 건축가협회와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반론을 제기했다. 반론의 핵심은 GP의 역사적 자산으로서 활용성을 고려하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감시초소가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되었다고 무조건 감시초소를 철거할 것이 아니라 이 초소를 어떻게 역사적 자산으로 이용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철거하는 방식 또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네스코 문화재로 등재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 분단시기 독일의 베를린 장벽을 사례를 생각해보면 반론의 논리가 이해된다.

다시 한 번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역사를 만드는 정치 vs. 역사를 지키려는 사람들.” 이 논쟁은 의미 없는 싸움일까? 한국 정치의 구태의연한 싸움일까? 진보와 보수의 답 없는 싸움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현재 남북관계는 정치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정치는 지금 시점을 역사의 결정적인 국면으로 본다. 역사창조라는 고통스런 과정에서 한국은 과거의 역사에 지나치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서 나가야 한다. 반면에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신중론을 주장한다. 역사만한 스승이 없기 때문에 역사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 혹은 대북 주도론과 대북 신중론 무엇으로 표현하든 그 본질은 같다. ‘역사를 만들 것인가 역사를 따를 것인가’이다.

본질적으로 정치란 어려운 선택의 문제이다. 그리고 현재 한국의 정치권력은 역사를 만들고자 하며 역사 속에서 앞으로 나가고자 한다. 몇 개의 GP를 보존할 것인지와 금강산관광사업을 재개할 조건을 다시 어떻게 구성할지는 단순한 기술적인 문제이지만 한편으로 복잡한 철학적인 문제이다. 역사를 기억하자는 입장이 조심스럽게 제시하는 문제는 이 부분 즉 철학과 관련되어 있다. 혹시 너무 급히 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실수를 막기 위해서는 원칙을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닐까!

대한민국이 학습하고 있다는 관점(역사속의 학습)에서 보면 이 논쟁을 소모적인 한국 정치의 후진성만으로 자평할 것은 아니다. 아이들처럼 한 사회도 싸우면서 성장하고 싸우면서 배우는 것이다. 그러니 개방된 마음으로 이 싸움을 지켜보자.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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