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JUSTICE] 특별기고- 윤일병 사건, 그 못다 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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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특별기고- 윤일병 사건, 그 못다 한 이야기
  • 김진모
  • 승인 2018.11.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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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도에 불거져 세상을 공분케 한 윤일병 사건은 시간이 지나도 국민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우리 사회가 함께 겪은 큰 비극 중 하나다. 그러나 단순히 군 가혹행위라는 표면적인 화두를 넘어, 사회가 깊이 들여다보지 못한 이면의 문제점들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로앤저스티스를 통해 이를 더욱 알리고 싶다는 그의 글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김진모 씨

나는 윤승주(이하 윤일병)의 매형이다. 윤일병은 두 명의 누나가 있고 필자는 첫째 누나의 남편이다.

윤일병은 2014. 4. 7. 의정부 성모병원에서 선임병들의 구타 가혹행위로 인해 사망했다. 그러나 28사단 검찰관은 2014. 5. 2.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으로 사망했다고 공소장에 기재하여 피고인들을 상해치사죄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후인 2014. 9. 2. 3군사령부 검찰부는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주위적 죄명을 ‘살인죄’로, 예비적 죄명을 ‘상해치사죄’로 적용하여 공소장을 변경했다.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주심 김송이 군판사)은 살인죄는 인정하지 않고 상해치사죄만 인정하였으나, 국방부 고등군사법원(1부, 2015. 4. 9.)에서는 가해자 4명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인정하였다.

이에 대법원(1부, 2015. 10. 29.)은 주범에 대한 살인죄만 인정하여 파기환송하였고, 고등군사법원(2부, 2016. 6. 3.)의 파기환송심을 거쳐 다시 대법원(2부, 2016. 8. 25.)에서 주범에 대한 살인죄 최종확정판결이 내려졌다. 살인죄 징역 40년형이라는 집행권원을 받은 것이다.

주범에 대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판결의 이유는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 판결문에서 아래와 같이 설시했다.

(1) 살인의 고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자기의 폭행 등 행위로 타인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였다면 고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는 없었고 단지 상해 또는 폭행의 고의만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는 경우에,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발생 가능성 정도, 범행 후 결과 회피행동의 유무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0. 8. 18. 선고 2000도2231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피고인 이00는 피해자가 의무반에 정식으로 전입한 직후인 2014. 3. 초순경부터 피해자가 응급실에 실려간 2014. 4. 6.까지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폭행하여 왔고, 2014. 4. 6. 00:00경 피해자가 ‘피고인 이00의 아버지가 조폭이었다는 사실이 가장 감명 깊었다’는 말을 한 직후 피해자의 런닝셔츠를 2회에 걸쳐 잡아 찢기도 하는 등 그 폭행의 정도가 급격히 강해졌던 점, 피고인 이00는 사건 당일인 2014. 4. 6. 16:07경부터 냉동식품을 먹는 약 25분의 짧은 시간 동안 직접 피해자의 옆구리, 복부, 가슴 부위를 약 15~18회 가량 발과 무릎 등으로 밟고 차거나 때린 것을 비롯하여, 피고인 지00에게 지시하거나 피고인 이00과 함께 피해자의 복부 부위를 약 20회 가량 발로 차거나 밟기도 한 점, 피고인 이00는 계속된 폭행으로 인해 침상에 쓰러져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옷을 입은 상태로 오줌을 싸고 의사표현도 잘하지 못하여 피고인 하00와 지00에게 기대고 있던 피해자를 향하여 ‘꾀병 부리지 마라’고 말하며 발로 피해자의 가슴 부위를 세게 걷어 차고, 이어 또다시 꾀병부리지 마라며 추가로 폭행을 하려 하였으나 피해자의 상태를 인지하고 있던 피고인 이00의 만류로 더 이상의 추가의 폭행은 하지 못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 이00는 무차별적인 계속된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결과 발생의 가능성 또는 위험성을 인식하거나 예견하였고 나아가 그 결과 발생을 용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여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살인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대법원 판결에는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사건에서 2가지 점을 짚으려 한다. 이병장 등이 저지른 폭행사망의 점과 육군이 사인을 질식사로 조작한 일이다.

윤일병의 사망 직후에 찍은 사진을 본 사람들 중 질식사로 죽었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사진들로 인해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고 본 사건은 살인죄를 인정받으며 끝이 났다.
 

▲ 윤일병 사망 직후 사진

하지만 28사단과 육군 수뇌부는 처음부터 이 사건이 살인죄로 인정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 분명하다. 그랬기 때문에 사인이 구타에 의한 장기손상이나 과다출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고, 그들은 ‘구타는 있었지만 질식사로 죽었다’고 사인을 둔갑시켰다. 헌병은 이러한 조작에 불리하게 작용할 증거들을 수사기록에서 하나 둘씩 지워나갔고, 질식사로 유리한 증거들을 뚜렷하게 부각시켰다.

하지만 다행히 질식사에 유리한 증거는 음식물 취식 중 사망했다는 한 가지 사실밖에 없었고 구타에 의해 사망했다는 증거들은 차고 넘쳤다. 이를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증거는 4월 11일에 있었던 윤일병사건 현장검증이다. 현장검증동영상을 보면 음식물을 먹다가 목을 맞아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죽었다는 내용은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다. 현장검증 동영상은 가해자들과 윤일병이 냉동식품을 먹던 중 가해자들의 폭행이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해자들은 윤일병을 돌아가면서 폭행하고, 중간 중간에 뛰어다니게 하고, 말도 하게 하고, 심지어 춤까지 추게 만들었다. 이 과정 중 가해자들과 윤일병은 더 이상 음식물을 먹지 않는다. 이병장과 이상병은 침상 위에서 윤일병의 발을 걸어 쓰러트려 놓고 온몸을 발로 지근지근 밟았다. 그때 윤일병은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해 일어날 수 없었고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결국 가해자중 한 명이 힘없이 앉아있는 윤일병의 입에, 물도 제대로 못 마신다며 손바닥으로 머리를 세게 3대 치며 물을 들이 부었다. 들이 붇는 물 한 모금조차 삼킬 수 없었던 윤일병은 오줌을 싸고 뒤로 벌러덩 쓰러졌다.

다른 가해자들이 바지와 속옷을 갈아입히려고 윤일병을 침상 끝으로 옮겨 걸터앉혀 놓았다. 한 명은 속옷과 바지를 가지러 윤일병의 관물대로 갔다. 다른 한명이 의식이 희미해지며 쓰러지려는 윤일병의 뒤에서 팔과 어깨를 잡고 받치고 있었다. 이 때 주범은 침상 앞에 서서 저항할 수 없는 윤일병의 가슴을 오른쪽 발로 세게 걷어찼고 윤일병은 관물대쪽으로 날아가 쓰러졌다. 그리하여 심정지가 왔고 후송되었으나 다음날 사망했다. 심지어 침상 벽에 기대어 이 상황을 다 보고 있던 목격자까지 있었다.

현장검증을 실시한 28사단 헌병대와 6군단 헌병대, 현장검증 동영상을 본 28사단 군검찰과 28사단 군판사, 3군사령부 군검찰과 3군사령부 군판사들이여, 이 사건에 질식이 있는가, 없는가?

헌병수사기록과 인권위 조사결과에 나와 있는 바에 따르면 사건의 진실은 이렇다.
우선 4. 6. 16:44경 위병소 근처에서 윤일병의 후송 장면을 우연히 본 제보자 김상병은 부대에 잔류한 지상병으로부터 윤일병의 사망당시 상황에 대해 듣고 사실대로 알리도록 권했다. 지상병은 이를 거부하고 식사를 하러 갔다. 김상병은 취침시간 중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다가 당직근무를 하던 동기와 상의 후 보고할 것을 결심하고 22:40경 공중전화로 본부포대장 휴대폰에 전화를 걸었다. 김상병은 윤일병이 음식물을 먹다가 질식으로 쓰러진 것이 아니라 폭행 때문에 쓰러졌다고 본부포대장에게 분명히 말했다. 본부포대장은 이 사실을 받아 적은 메모와 통화녹음을 다음 날인 4. 7. 08:53경 대대장에게 보고했다. 대대장은 이를 11:44경 부대를 방문한 헌병대장에게 보고했다. 질식이 아니라 폭행이 원인이라는 게 윤일병 사망 전에 헌병대까지 정확히 전달된 것이다.

하지만 이 메모와 통화녹음은 헌병수사기록에 등재되지 않고 사라졌다. 또 사건 발생 당일인 4. 6. 18:30경에는 28사단 헌병수사관이 의정부 성모병원 응급실로 급파되어 보고를 위해 윤일병의 온 몸 구석구석을 6장의 사진으로 담아갔다. 하지만 28사 헌병대는 그 중 1장만 유족에게 공개하고 나머지 5장의 사진은 비공개 또는 부존재 통보했다. 28사단 헌병대는 의무지원관 유하사의 핸드폰도 압수하여 사건당일 가해자들과 다른 군간부들 간 통화기록도 확보하였고 현장검증에도 사용하였으나 수사기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압수조서와 함께 증거가 인멸되었다. 28사단 헌병대는 가해자 중 한명인 이상병의 4월 7일부터 4월 8일까지 진행된 피의자 신문에서 윤일병의 사망원인에 대하여 ‘저를 포함한 의무반 인원들이 폭행해서 사망했다’는 자백까지 받았다.

윤일병의 국군양주병원 의무기록지와 부검감정서 살펴보면 군이 사인을 질식사로 조작하려고 했던 의도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윤일병은 의무실에서 구타에 의해 심정지가 온 후 연천의료원-국군양주병원-의정부성모병원 순으로 후송되었다. 국군양주병원 군의관은 연천의료원과의 전화통화로 연천의료원에서 응급처치 시 윤일병의 입과 인두에서 구토 및 음식물이 많이 나왔다는 사실을 들었다고 의무기록지에 기재했다. 하지만 필자가 연천의료원 의료진과 만나서 확인해 본 바로는 응급처치 시 음식물은 밥풀크기정도의 조그만 조각이 하나 나왔을 뿐이고 국군양주병원의 전화를 받은 적도 없고 그런 사실을 이야기 한 적도 없다고 답했다. 이는 국가인권위 직권조사결과에도 기록되어있다. 이것이 국군양주병원의 첫 번째 거짓말이다.

국군양주병원의 거짓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윤일병 후송 시 또 다른 군의관 한 명을 앰뷸런스에 동승시켜 의정부 성모병원 응급실 의사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전하게 했다. 이 두 가지의 거짓말이 부검의에 의해 부검감정서의 사인 판단근거로 제시되어 있다. 부검의는 장기의 창백성 정도로 장기간의 폭행이 있었고 근육관 출혈로 혈액에 독성물질이 스며들어 장기손상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음에도, 윤일병의 기도에서 사후 역류한 음식물이 있었다는 이유로 사인을 기도폐쇄성 질식사(추정)로 부검감정서에 기재하였다.

그들에겐 사인 조작이 상식이고 일상이겠지만, 유족에게는 기가 막힌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심지어 28사단 인사참모처 내부 보고문건을 보면 기도폐쇄성 뇌손상이 아니라는 증거들까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2014. 4. 6. 밤, 부대 본부행정보급관과 인사담당관이 응급실 상황을 보고한 부분을 보면 뇌손상은 없고(2014. 4. 6. 20:10) 신장 기능 이상으로 장기손상이 우려되어 인공신장이식을 고려(2014. 4. 7. 02:00)하고 있다고 정확히 기록돼있다. 이 인사참모처 문건은 28사 사단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건이었다. 사단장은 이걸 보고 뭘 했단 말인가? 사단장의 지시 없이는 사인 조작이 절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

▲ 인사참모처 보고문건 1
▲ 인사참모처 보고문건 2

이 사건은 또 하나의 의문사로 기록될 뻔한 사건이었다.
이제는 유족이 살인죄를 입증해야만 하는 비극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누군가 또 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 망자를 위한 최소한의 예의이니 용기를 가지고 끝까지 싸워보라고 전하고 싶다. 그렇게 나에게 남은 마지막 용기를 그에게 보태고 싶다.
포기하면 안 된다. 그들이 웃기 때문이다. 힘들겠지만 그들은 더 힘들어야만 한다. 유족은 언제나 그들보다 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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