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87)-킹메이커와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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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87)-킹메이커와 킹
  • 강신업
  • 승인 2018.11.1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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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킹메이커(Kingmaker)라는 말은 1455년부터 30년 동안 영국의 왕권을 두고 치러진 장미전쟁에서 리처드 네빌(Richard Neville)이 헨리 6세를 폐위시키고 요크 왕가의 에드워드 4세를 왕위에 올린 데서 유래했다, 이 말은 처음에는 글자 그대로 왕을 바꾼 정치 권력자를 의미하다가 오늘날은 보통 대통령 후보자를 도와 당선시킨 실세 정치인을 일컫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한반도에서 역사상 가장 눈에 띄는 킹메이커는 단연 정도전이다. 조선건국의 최고 씽크탱크인 그는 왕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었다. 그는 중국과 조선의 역사를 공부하며 여러 왕조, 군주 그리고 신하들이 남긴 교훈을 바탕으로 새로운 개념의 나라, 왕이 통치하되 신하가 견제하는 나라를 설계했다. 비록 그의 꿈은 절대 권력을 꿈꾸는 태종 이방언에 의해 좌절되고 말았지만, 그가 꿈꾼 민본주의 이상은 세종을 거치며 조선의 통치 이념이 되었다. 대한민국에서는 5.16의 설계자로서 박정희 정권을 탄생시키고, 이후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을 당선시킨 김종필이 대표적인 킹메이커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자신을 킹메이커로 칭하는 인물이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다. 그는 사실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나름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는데, 최근에는 민주당 20년 집권을 내세우며 자신이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을 대내외에 공표하고 있다.

그런 이 대표의 최근 행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소통이다. 이재명 지사가 자신을 수사한 분당경찰서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나섰다가 포기한 이면에는 이해찬 대표의 만류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히 이 대표가 만류하고 이재명 지사가 수용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친문계가 은연중 이재명 지사를 공격하고 이재명 지사가 일전도 불사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상호 소통에 성공했다는 것은 이해찬 대표가 이재명 지사에게 소위 큰 꿈에 대한 일정한 사인을 보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대표의 최근 킹메이커 역할 중 눈에 띄는 또 하나는 13대 국회 때 자신의 보좌관이었던 유시민 작가에게 노무현 재단 이사장직을 맡긴 일이다. 이것은 향후 여차하면 유시민 작가를 정치권으로 끌어들여 킹으로 밀겠다는 일단의 구상을 드러낸 것이다.

그밖에도 이 대표는 이낙연 국무총리, 김부겸 행안부 장관 등과도 소통하며 소위 잠룡 관리를 하고 있는데, 이는 아직 주자가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택의 폭을 넓혀 킹을 만들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려는 시도다.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국무총리는 1952년생 동갑내기인데, 원래부터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최근 두 사람은 매주 비공개 회동을 하며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혔다고 한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 대표의 비망록에 올라있다. 이 대표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1980년대 민통련과 국본(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을 함께한 동지적 관계다. 김부겸 행안부장관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출마 의사를 접은 후에야 이 대표가 출마를 굳힌 것은 그만큼 두 사람의 관계가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밖에 이 대표의 비망록에는 김경수 경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이 킹 후보로 올라 있고, 이 대표는 이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잠룡 관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이해찬 대표는 2중 3중의 대안까지 마련하며 차기 대권의 킹메이커로서 민주당 대권 필승 전략을 짜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에 비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킹메이커는 아직 크게 눈에 띄는 인물이 없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실력 있는 킹메이커가 될지는 아직 의문이다. 전원책 자유한국당 조강특위 위원장은 나름 킹메이커를 꿈꾸었던 것으로 보이나 최근 위원장에서 해촉됨으로써 날개가 꺾였다. 실력과 경륜을 갖추지 못한 채 너무 일찍 야망을 드러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바른미래당에는 아직 눈에 띄는 킹메이커가 없다. 손학규 대표가 킹이 되려 할지, 킹메이커로서 역할에 충실할지도 미지수다. 안철수가 킹에 도전할지, 도전한다면 누가 그의 장자방 역할을 할지도 아직 안개 속이다.

킹은 어쩌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킹메이커가 중요하다. 과연 차기 대선에선 누가 누구를 킹으로 만들어 승리한 킹메이커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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