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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71 / 공시가격 결정 시즌
이용훈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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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16  11: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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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감정평가업계의 가을 풍경. 부동산 시장 환경에 따라 감정평가 수요의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관리처분 목적의 감정평가 업무가 몰린 적이 있다. 신도시 개발, 도로개설, 산업단지 조성 등 전국 곳곳이 공사현장일 땐, 보상평가 업무가 끊이질 않는다. 추수도 한 철이고 연애도 한 때 듯이, 이 업무도 요맘때 해야 한다. 10월부터 12월, 감정평가사는 2019년도 표준지 공시가격을 결정하는 일을 한다. 

2018년 11월 14일, 증선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 재평가를 위한 회계기준 변경을 분식회계로 판단했다. 과거 상장 폐지되는 종목을 사 본 주식투자자 중 이 종목에 돈이 들어 있는 사람은 얼마나 놀랄 일인가? 안 봐도 불 보듯 한 향후 일정이다. 회계법인, 회사와 금감원과 검찰 간 치열한 법리 싸움이 법정에서 벌어질 것이다. 기업의 가치를 다루는 부분과 부동산의 가치를 다루는 부분의 실질은 ‘valuation’이다. 가치 평가의 문제는 결국 무게를 재는 것이다. 어떤 체중계를 써도 무게는 같아야 하는데, 과적 차량 가변 축 사용처럼 누구는 무게를 속이고 싶어 한다. 성경에서는 ‘공평한 추’를 사용하도록 강제했다. 상인의 탐심만을 경계한 것이 아니다. 무게, 가격에 대한 속임은 경제를 망친다. 자유롭게 거래하기보다 물건의 진위를 파악하는 데 시간과 돈을 퍼부어야 한다면, 이로 인해 사회적 후생 손실은 막대해진다. 

우리는 가격을 결정하는 문제를 대한다. 일단 잠정적으로 정해진 가격을 흔들려는 시도도 큰 부담 안 느끼고 한다. 토요일마다 가락시장 장보기에 동참해본 경험 상, 한 곳에 모여 있는 생선 좌판을 한 바퀴 도는 이유는 저 쪽에서 부른 가격에서 다만 얼마라도 내려 부르는 곳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됐다. 그렇게 해서 수요자의 마음이 정해지면 생선이 식탁에 오르는 것. 부동산 매매계약서도, 달리 말하면, 양 쪽이 합의한 가격을 흔들려면 계약금을 포기하든지, 계약금 정도를 위로금으로 줘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것에 비하면, 이 가을 날 정하려는 공시가격은 쌍방 합의한 가격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정한 가격이다. 

한 공공기관 책임자의 기고 중에 이런 글이 눈에 들어왔다. ‘공시가격은 정밀평가가 아닌, 연 1회 일정 기준 시점의 가격을 조사해서 공공행정에 시용하는 대량평가가격이다. 전 국민이 매년 심장이나 뇌수술 하는데 필요한 정밀검진을 할 필요가 없듯이, 공공행정에 사용하기 위해 매 시점별 가격을 정밀 평가하는 것은 타당성도 낮고 실익도 거의 없다.’ 여기서 말하는 공시가격은 감정평가사가 아닌 공공기관에서 정하는 가격일 텐데, 감정평가사의 입장에서, 이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 1. 공시가격은 공공행정을 위해 결정한다. 2. 대량으로 평가해야 해서, 정밀한 가격까지는 보장 못한다. 

‘공공행정을 위한 결정’은 행정집행자 입장에서 ‘당신들 의사와는 아무 관계없이 우리가 주도적으로 정하니 그렇게 아세요’라는 말이다. 행정집행을 당하는 자가 지나친 부담을 주장해봤자, 권한 하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하향식 결정인 점을 수용해 달라는 통보다. ‘정밀한 가격을 보장 못한다’는 말은, 상대적 불균형, 역차별이 발생해도 예산과 시간을 고려할 때 그 정도 불합리함은 불가피하다는 변명이다. ‘그렇게 자신 없으면, 민간에 업무를 넘기지 그래요’ 약간의 농을 섞어 말해 주고 싶다. 

회사 곳곳에서 2019년 표준지의 가격을 정하기 위해 야근하는 동료 감정평가사를 보며, 이들을 위해 소박한 건의 하나 내고 싶다. 전문직 이기주의로 몰아가도 변명 않겠다. 강남 역 코너에 있는 삼성생명 본사 부지가 있다. 이 땅이 표준지라면 2019년 1월 1일 시점의 가격을 결정하는 일 얼마나 조심스럽나. 행정소송, 무수한 언론의 십자포화 대상이다. 부동산 소유자의 항의 전화에 항시 노출된다. 지자체와 정부의 눈총도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 하고 받는 새경(삯)이 5만 원도 안 된다. 

내년에는 대폭 올려주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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