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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달콤하고 말랑한 재판 상식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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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달콤하고 말랑한 재판 상식 (4)
  • 임수희
  • 승인 2018.11.14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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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희 부장판사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청구취지, 대체 어떻게 고치라는 거냐고요?! (1)

※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으이구~ 속 탄다, 속 타!’
아무리 벨을 누르고 문을 쾅쾅쾅 두드려 보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벌써 세 달째 이 모양입니다. 한숨을 푹푹 쉬며 돌아서는 장씨.
장씨는 이 건물, 그러니까 4층짜리 원룸 빌라의 건물주입니다.

남들은 건물주인 장씨가 엄청나게 부자인 줄 알고, 어떤 이는 부러워하고 어떤 이는 시기를 합니다만, 정작 장씨 속은 요즘 새카맣게 타들어 갑니다.

201호 사는 청년이 월세를 안 내더니 급기야 잠적해 버렸기 때문이지요. 월세 안 낸지는 이미 7개월째 접어들었는데, 처음 두세 달은 이런 저런 사정을 늘어놓으며 차일피일 미루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연락을 받지 않았어요. 201호에 찾아가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는지가 벌써 세 달째 된 것이고요.

장씨는 노후에 월세나 좀 받으며 살아볼까 하고, 이 4층짜리 원룸 빌라를 거의 대부분 대출을 끼고서 인수했습니다. 임대차보증금 받은 것은 전부 매수대금에 투입했고, 월세 받은 것으로 은행이자를 내고 남은 돈을 생활비에 보태려고 했던 것이지요.

201호는 임대차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으로 세를 놓았던 것이었어요. 그 월세를 받아서 사실 대부분을 은행이자로 넣어 왔었는데, 지금 일곱 달째 세를 못 받았으니 은행이자 넣는 것이 곤란해지고 덩달아 생활도 쪼들리게 되었지요.

그나마도 앞으로 세달 후면 임대차보증금 500만 원도 다 까먹게 되고 월세 액수만큼 따박 따박 순손해가 생기게 되었으니, 장씨 속이 타들어 갈 밖에요.

대출이자를 제때 못 내서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이르자 장씨는 마음이 다급해 졌습니다. 201호 청년을 백방으로 수소문해 보았습니다.

그 청년을 소개해 주었던 부동산 중개인에게 물어도 보고, 위, 아랫집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알만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지만, 모두들 못 본지 몇 달째 되었다고들 했습니다. 지방 어디로 갔다는 소문도 들리고, 아무튼 그냥 어디론가 장씨를 피해 잠적해 버린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장씨가 발을 동동 구르며 여기저기 알아보니, 결국 민사소송을 할 수 밖에 없다고들 하였습니다. ‘인도소송’이란 걸 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아무리 집주인이라도 그냥 열쇠로 따고 임차인 집에 들어가거나 임차인 짐을 들어내면 안 되고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는 거라며, 꼭 민사소송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 까짓거, 소송이 뭐 대수냐? 내가 죽게 생겼는데! 어디 한번 해 보자!’ 하고 마음을 먹은 장씨.
직접 대법원 사이트에서 양식을 다운받아 소장을 작성해서 주소지 관할 법원에 제출을 했습니다.

얼마 후 장씨에게는 ‘보정명령’이라는 서류가 법원에서 날아 왔습니다.
“청구취지를 적법한 형식으로 재작성하여 청구취지 변경신청서를 제출하기 바랍니다.”

‘이게 무슨 말이지? 내가 적법하지 않단 말이야?’ 한시가 급한 장씨는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대체 장씨가 무어라고 소장의 청구취지에 기재하였길래, 위와 같은 보정명령이 온 것일까요? 같이 한번 보실까요?

“1. 피고는 원고에게 평안시 행복구 화평동 200-1 철근콘크리트조 4층 건물 희망빌라 201호를 원래대로 원상복구하여 인도하라.
2. 피고는 원고에게 2018. 1. 1.부터 연체한 월세 350만 원과 밀린 수도요금 8만 원, 전기요금 10만 원, 관리비 등 7만 원을 지급하고, 2018. 8. 1.부터 건물인도시까지 월 50만 원 비율로 지급하고 건물인도시까지 발생할 공과금 및 관리비 일체를 지급하라.“

장씨 생각에는, 201호를 인도받아야 하니 201호를 인도하라는 내용이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했고, 다만 201호 청년이 마음대로 창문에 설치한 방범창은 떼어 내고 원래 상태로 원상복구를 받아야 할 것 같아서 그 내용을 포함시킨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못 받은 월세, 밀린 수도요금, 전기요금, 매달 1만 원씩 관리비, 청소비 조로 받기로 했던 돈을 다 받아야 마땅했지요. 일단 2018. 1.부터 7.까지는 연체된 돈을 계산해서 지급하라고 써 넣은 것입니다. 또한 201호를 넘겨받을 때까지 발생하는 월세와 공과금 등도 계산에 넣었어야 했기에 포함시켰던 것이고요.
그런데, 왜! 보정명령이 날라 온 것일까요.

‘무슨 놈의 법이 이따위야?’
아무리 생각해도 장씨는 왜 법원이 자기를 적법하지 않다고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자, 법원에서는 왜 장씨가 쓴 청구취지를 고치라고 하는 것일까요? 대체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 것일까요?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짚어 보며 말씀드려 보기로 하겠습니다.

소송은 법원에 소장을 제출함으로써 제기하는 것입니다(민사소송법 제248조).
소장에는 당사자와 법정대리인,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을 기재해야 합니다(민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여기서 ‘청구취지’란, 예컨대, 부동산의 인도를 구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을 인도하라.’라고 쓰고, 금전의 지급을 구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500만 원을 지급하라.’라고 쓰는 식으로, 구하는 재판이 무엇인지를 기재하는 부분을 말합니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장의 ‘청구취지’는 판결의 ‘주문’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즉 최종적으로 판결의 ‘주문’으로 받고 싶은 재판 내용을 그대로 소장의 ‘청구취지’로 기재하여, 법원에 그러한 판결을 구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소장의 ‘청구취지’는 판결의 ‘주문’이 갖추어야 할 속성과 형식을 취하여야 한다는 것도 자연스레 아실 수 있겠지요.

자, 그러면, 판결의 ‘주문’은 어떤 속성과 형식을 갖추어야 할까요.

판결이라는 것은 당사자 간의 권리의무를 확인해서 선언해 주는 문서로 강제집행의 권원이 되기 때문에, ‘주문’은 그 의미가 다의적으로 이해될 여지가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즉 누가 보든 간에 객관적으로 한 가지 의미로만 명확하게 이해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최대한 간결하고 구체적이어야 하며 명확히 특정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강제집행도 가능합니다.

이 정도 설명으로도 벌써 장씨의 청구취지 중 잘못 되어 있는 부분이 마구 눈에 띄시지요?

우선 “원래대로”라든가, “원상복구하여”라든가 하는 단어들은, “원래”가 어떠한 상태였던 것을 말하는 것인지, 장씨 혼자나 알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3자는 물론 201호 임차인인 청년조차도 대체 장씨가 무엇을 염두에 두고 “원상”이라고 하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는 말이라는 것을 여러분도 쉽게 눈치 채셨을 겁니다.

그러한 표현이 판결의 ‘주문’에 들어갈 수 없으니 소장의 ‘청구취지’에도 포함되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자, 이를 비롯하여 저 장씨의 청구취지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고쳐야 하는 것인지, 여러분! 우리 다음 회에서 다시 만나서 본격적으로 하나씩 얘기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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