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JUSTICE] 화제의 미국판례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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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화제의 미국판례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4)
  • 전윤성
  • 승인 2018.11.12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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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성 변호사
사단법인 크레도

※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In Re: Jared Woodfill et al., Relators 미국 텍사스주 대법원 판례를 통해서 본 주민투표권

휴스턴시 평등권 조례,
일명 “화장실 조례”

2014년에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시 시의회는 ‘휴스턴시 평등권 조례’를 제정하였는데, 이 조례는 성별, 인종, 종교, 성적 지향 그리고 성정체성을 포함하는 15개 사유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였다. 그런데, 이 조례는 성정체성을 “남성 또는 여성으로서의 개인의 내심의 정체성, 외모, 표현 또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개인의 신체 또는 출생시에 부여된 젠더(성)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정의하였다. 또한, 이 조례는 공공편의시설 사용에 있어 차별을 금지하는데, 성정체성을 이유로 한 공공편의시설 사용 차별금지의 경우, 생물학적 성별과 상관없이 자신을 반대의 젠더(성)로 인식하는 남성과 여성이 이성(異性)의 공중 화장실과 탈의실을 이용하도록 허용하게 된다. 즉, 남성이 여성이라고 주장하면서 여성 화장실과 탈의실에 들어가더라도 처벌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조례는 ‘화장실 조례’라는 별칭이 붙여졌고,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자, 몇몇 목사들을 포함한 휴스턴시 주민들은 시의회가 평등권 조례를 폐지하거나 주민투표에 회부하도록 요구하는 조례폐지청구 서명운동을 시작하였다. 주민들은 휴스턴시 조례로 정하는 수 이상의 서명으로 3차례나 적법한 청구서를 제출하였고, 시의 사무총장은 이 청구가 법적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동성애자인 애니스 파커 휴스턴시 시장과 시의 담당 변호사는 조례폐지청구가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며 이행을 거부하였고, 주민들은 시장을 상대로 직무집행청구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설교문 강제제출 명령 논란

이에 맞서, 시의 담당 변호사는 평등권 조례에 반대하거나 시의회의 행위를 비판하는 자를 파악하기 위해, 휴스턴시의 목사들에게 예배 설교문과 교인들에게 보낸 이메일, 문자 메시지, 기타 대화 내역을 모두 제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러한 명령을 받은 목사들 중에는 조례폐지청구와 관련되지 않은 자들도 있었다. 이 문서제출명령서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문구는 “당신이 준비했거나, 운반했거나, 수정했거나, 승인했거나 또는 가지고 있는 휴스턴시 평등권 조례, 애니스 파커 시장, 동성애 또는 성정체성과 관련된 모든 언급, 발표 또는 설교문” 부분이었다.

설교가 유권자를 설득하는 선거운동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소송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동성애와 성정체성에 대한 모든 설교문을 제출하라고 한 이 명령은 적법한 범위를 일탈하였고 목사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시도였다. 특히, 시 공무원들이 설교가 정치적으로 용납 가능한 한도 내에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설교를 검열할 권한이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은 매우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또한, 동성애와 같은 주제에 대해 언급하지 못하도록 목사들을 위협하기 위해 공권력을 사용했다는 점도 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설교문 강제 제출명령에 대해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 침해로 논란이 일었으나, 파커 시장은 명령을 철회하지 않았고, 급기야 미국 연방민권위원회 위원장까지 시장에게 설교문 제출명령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였다. 큰 파문이 일자, 결국 시장은 명령을 철회하였다.

5만명의 폐지 청구 무시했으나
결국 주민투표 통해 조례 폐지

계속 진행된 직무집행청구 소송에서, 텍사스주 대법원은 7-0 전원일치 판결로 휴스턴시 시의회에게 평등권 조례를 폐지할 것과 만약 2015년 8월 24일까지 폐지하지 않을 경우, 주민투표에 회부하라는 직무집행명령을 내렸다. 대법원은 주민들의 조례폐지청구는 법이 정하는 청구권자 수 이상의 유효한 서명으로 적법하게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의 공무원들이 불법적으로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결하였다.

휴스턴시 조례에 따르면 조례폐지청구를 위해서는 최소 17,296명의 유효한 유권자들의 서명이 필요하고, 이러한 청구가 이루어지면 시의회는 스스로 조례를 폐지하거나 주민투표에 회부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실제로 약 50,000명의 유효한 서명이 제출되었는데, 시의 변호사는 청구를 무효화하기 위해, 청구서를 수거한 자가 유권자가 아니고, 청구서에 청구서를 수거한 자의 서명이 없다는 등의 기술적인 문제를 제기하여, 필요한 17,269명의 서명에서 2,022명의 서명이 부족하다는 주장을 하였다.

텍사스주 대법원은 휴스턴시 시의회는 사무총장의 심사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사무총장이 주민들의 청구가 적법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시의회에게는 재심의를 통해 조례를 폐지하거나 주민투표에 회부하여야 할 법적 의무가 발생하였다. 휴스턴시 주민들의 입법권이 침해 되었다.”고 판결하였다. 결국, 2015년 11월 3일에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61%의 찬성으로 평등권 조례는 폐지되었다.

주민투표권 보장 위한
법 개정 시급하다

현행 우리나라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일정 주민 수 이상의 연서로 조례의 개정·폐지를 청구할 수는 있으나,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지방의회가 이를 부결할 수 있다. 주민에 의한 주민투표 청구도 가능은 하지만, 주민투표법 제7조 제1항에 의해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항으로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에 대해서만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게 되어 있어 한계가 있다. 휴스턴시 평등권 조례와 같이 주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조례가 제정될 경우,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그러한 조례를 직접 폐지할 수 있도록, 주민투표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법 개정이 시급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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