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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장창국 판사의 가사재판 이야기- 가정법원 역할의 재고
장창국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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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5  18: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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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국 부장판사
제주지방법원

※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가정법원은 일반 민사‧형사법원과 역할이 다르다. 민사‧형사법원은 과거의 사실을 밝혀 그 사실에 법률을 적용하여 법에서 정한 결과, 즉 법이 선언한 정의를 밝히려 한다. 그래서 과거 지향적이고 과거의 사실을 밝히기 위해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 물론 그 증거가 조작될 가능성도 많고, 당사자가 서로 다른 생각(같은 계약서도 서로 다른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으로 일을 처리하다 보니 분쟁이 생기고, 재판 절차에서도 판사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증거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법원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야 하므로, 한정된 증거로 명백히 밝혀진 사실 몇 개만으로 추론에 추론을 거듭하여 판단하여야 하는 심리적 압박감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밝혀진 몇 가지 사실만으로 사건의 전모를 명확히 밝히는 것은 무리이다. 더구나 재판 내용이 언론에 알려져 기자들의 추론과 상상까지 더해져 흥미 위주로 일반 국민에게 잘못 알려지면 국민들의 생각과 다른 결론이 내려진 법원 판결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가정법원은 일반 민사나 형사법원과 달리 과거 사실관계 파악뿐만 아니라 판결로 발생할 장래의 상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가사재판이나 가정보호, 소년재판 내용은 법에 따라 외부 누설이 금지되기 때문에 기자들이 접근하기도 힘들다. 간혹 기자들이 법원을 통하지 않고 당사자들로부터 제보를 받아 한쪽에 치우친 엉뚱한 기사를 싣는 경우도 있었지만, 요즈음은 그런 경우가 많지 않다.

또 가족 사이의 갈등은 장기적으로 점점 심화될 뿐만 아니라 가족의 기억마저 피해의식 등으로 오류에 빠지기 때문에 법원의 입장에서는 누구의 기억이 맞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과거 문제에 집착하여 누가 더 잘못했는지 가리며 분쟁을 장기화하거나 그 과정에서 이혼 소송 전보다 더 갈등이 깊어진다면 그 가족은 법원에서 상처만 가득 받고 결국 이혼할 뿐이다.

그래서 근래 가정법원 재판은 과거 지향적이기보다는 가족 문제 해결이라는 미래 지향적인 접근을 한다. 즉 소년 사건에서는 그 소년을 처벌한다는 개념보다는 그 소년에게 어떤 처분을 하여야 재비행을 저지르지 않고 건전하게 성장할까?를 고민하게 되고, 이혼 사건에서는 두 사람이 이혼할 경우 부부가 어떻게 해야 건강한 이혼이 되고, 누가 주양육하고 어떻게 면접교섭해야 자녀의 정서가 흔들리지 않을까?라는 관점에서 접근을 한다.

가정보호 사건에서도 가정폭력 행위에 대한 단죄보다는 부부의 부정적 상호작용 감소를 통해 가정폭력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고, 심각한 가정폭력이 계속 재발될 경우에는 모두의 행복을 위해 이혼을 강력히 권유하기도 한다. 아동보호 사건에서도 부모나 보호자에게 ‘아동학대자’라는 멍에를 씌워 자녀를 부모로부터 영원히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로 하여금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행동임을 인식시켜 양육 환경 개선을 통해 자녀가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도록 한다. 또 자녀의 친권자·주양육자, 양육비 액수, 면접교섭 내용은 영원히 고정되어 기판력처럼 불변의 것이 아니라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언제든지 변경이 가능하다는 중요한 특징이 있다. 그래서 부모는 이혼을 하였더라도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친권자‧주양육자나 양육비, 면접교섭 등에 관하여 새로운 내용으로 계속 합의를 하여야 하고, 그 합의를 하지 못해 가정법원에 심판이 청구되면 법원은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 방법을 가족의 특성에 맞게 가족과 함께 찾아야 한다.

가족 갈등의 장기화는 사람을 지치게 하고, 간혹 성격 장애자로 만들기도 한다. 계속된 가족 갈등 속에서 자녀와 부모 모두 피해의식과 열등감, 우울감을 키우는 것만큼이나 안타까운 것은 없다. 특히 주양육자에게 이런 정서 불안 상태가 지속되면 자녀에 대한 학대가 발생하기 십상이다. 어떤 사람은 이혼과 재혼을 반복하는 자신의 문제가 이름이 좋지 않아서 그렇다며 이름 탓을 하여 여러 번 이름을 바꾸기도 하지만,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정서적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름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고 친구들이 놀린다며 멀쩡한 이름을 변경해달라고 하기도 하는데, 개명이라는 외현 변화를 통해 환경적응을 높이려는 시도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이처럼 가정법원의 역할은 민사·형사법원과 다르기 때문에 그 안에서 근무하는 판사와 일반 직원들의 사고나 업무 처리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일단 개방적인 사고를 가져야 하고, 자신의 업무 처리가 가족에게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항상 심사숙고해야 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심리 정서 상태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 즉, 심리학 분야의 공부도 하여야 한다.

그래서 가정법원은 꼭 필요함에도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에 가정법원은 그리 많지 않다. 대표적인 법원이라는 서울가정법원은 서울 1,000만 인구를 관할하며 서울 강남에 달랑 1곳만 있어서 밀려드는 사건처리에 벅차 가족의 미래까지 깊게 생각할 여유가 없고, 강북 사람들은 가사 소년 재판을 받기 위해 가까운 곳의 동서남북 법원을 두고 멀리 강남까지 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 이외에 인천, 수원, 대전, 대구, 울산, 부산, 광주에 가정법원이 있지만, 그 외 지역인 의정부, 춘천, 청주, 창원뿐만 아니라 필자가 근무하는 제주에도 가정법원이 없다. 그래서 일반 법원 업무와 겸직하며 일하다보니 전문성도 떨어지고, 가사나 소년 사건 업무는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가정법원 하나를 만들려면 법을 개정해야 하고, 많은 직원과 판사를 채용해야 해서 많은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서, 일반 법원 안에 가정법원 역할을 하는 부서를 만들 필요가 있다. 법원에는 크게 민사과, 형사과가 있다. 대부분 법원은 가사 재판은 민사과 업무로, 가정보호와 소년 재판은 형사과 업무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본 바와 같이 민사 재판과 가사 재판, 형사 재판과 가정보호·소년보호 재판은 완전 이질적인 업무이다. 그래서 필자는 가정법원 대안으로 각 법원의 민사과‧형사과와 분리된 가사소년과 신설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가사소년과가 가정법원의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가사와 가정보호·소년 재판은 민사 재판이나 형사 재판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분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제주지방법원은 2018년 하반기부터 민사과 안에 가사소년 업무만 전담할 분실을 따로 만들었다. 가사소년과를 신설하려면 대법원 규칙을 개정해야 하므로 우선 이렇게 하였다.

잘 살펴보면 가족 내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것이 결국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민사와 형사 사건 접근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재판을 하면 할수록 느끼게 된다. 모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들의 편의는 결국 재판부와 일반 직원들과의 호흡이 얼마나 잘 맞는지와도 연관이 깊다. 재판시스템은 일반 직원들의 노고 없이는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판사와 일반 직원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법원을 찾는 당사자들의 가족 문제를 나의 문제처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통, 배려가 필수이다. 내부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며 그 소통의 힘이 외부와도 연결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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