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짐은 관심법으로 보아 다 알고 있느니라.”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태조왕건’의 대사로 당시 주인공 왕건보다 인기가 높았던 궁예가 미륵불을 자처하며 ‘사람의 마음을 읽는 신통력’을 과시하는 내용이다.
궁예가 자랑하던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바로 ‘관심법’이라고 하는데 지금까지도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회자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한참 오래전 역사 이야기, 혹은 드라마 이야기를 새삼스레 꺼내는 이유는 면접시험의 무용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취업, 공무원시험, 입시, 아르바이트 등 각종 채용시험에서 최종관문의 역할을 하는 면접은 응시자가 그 직무를 수행하기에 적절한 사람인지를 객관적 검증이 아닌 주관적 인식에 의해 판단하는 시험이다.
물론 면접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다양한 기법이 개발, 사용되고 있고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블라인드 면접 등 여러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면접시험을 ‘현대의 관심법’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면접 기술이 발달하고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된다고 해도 한 인간을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며칠의 시간으로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면접관이 관심법이라도 구사하지 않는 한 결국 외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을 평가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으며 평가 자체도 평가자의 주관에 의해 좌우되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대답을 하더라도 어떤 이가 봤을 때는 당당함이나 자신감으로 보이고 또 어떤 이에게는 건방지거나 교만한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반대로 겸손함도 어떤 이의 눈에는 지나치게 내성적이거나 소극적인 태도로 평가될 수 있다.
연줄이나 배경이 개입하는 불공정 요소는 배제된다는 전제하에 사기업에서 고용주가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뽑겠다고 하는 것까지는 납득하더라도 공무원시험이나 자격시험 등에서 는 그런 형태의 주관적 평가가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병우는 시험성적으로만, 실력으로만 선발하는 사법시험 제도의 폐단이 만들어 낸 괴물이 아니다. 만약 사법시험에 강화된 면접시험이 있었다면 우병우가 불합격했을까? 그렇다면 정성적 평가가 강조된 로스쿨 입시에서는 바른 인성과 법조인으로서의 소양이 갖춰진 이들만 뽑히고 있나? 로스쿨 출신의 부정행위 등이 종종 보도되는 것을 보면 그렇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면접시험을 철저히 준비하는 자세로 성실성을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려운 시험에 합격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성실성은 충분히 담보된다. 또 성실성도 마냥 긍정적이기만 한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 진짜 사기꾼 치고 성실하지 않고 인상 좋지 않은 사람이 없다지 않나. 몇 분, 몇 시간의 면접으로 그런 진짜 사기꾼을 걸러낼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이다. 궁예조차 자신이 평범한 인간이 아닌 미륵불이라는 전제하에 관심법을 쓸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같은 이유들로 기자는 면접시험은 없애거나 누가 보더라도 눈에 띄는 큰 하자가 있는 지원자를 걸러내는 정도로 최소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객관적으로 검증된 역량이 있는 한 기회를 주고 향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정도에 따라 직위나 자격을 박탈하는 정도로 엄단하는 방식이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먼저 전문자격사시험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공인노무사 면접시험이 하루 빨리 폐지돼야 한다. 노동 운동을 탄압하던 시절의 잔재이자 제대로 기능하지도 못하고 있는 불필요한 면접시험으로 인해 수험생들의 소중한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 면접시험을 도저히 폐지할 수 없다면 수험생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제시돼야 할 것이다. 아니면 진짜 관심법을 구사할 수 있는 미륵불을 면접관으로 모셔오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