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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5) / 두 고법부장의 글
신종범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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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2  11:4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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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가천대 겸임교수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코트넷(scourtnet). 판사들을 포함한 법원 직원들이 이용하는 내부통신망이다. 법원(court)과 네트워크(networt)를 합성하고 거기에 최상위(supreme)를 뜻하는 ‘s’를 붙였다. 다른 국가기관이나 사기업의 내부통신망과 같이 조직 내부 구성원들만이 글을 쓸 수 있고, 볼 수가 있는 폐쇄 네트워크다. 그런데, 언론을 통해 그곳에 올라온 글들을 접할 때가 있다. 아주 가끔씩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정치적 논란이 되거나 자극적인 글들이 올라왔을 때 말이다. 최근에 공교롭게도 두 명의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코트넷에 올린 글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다. 물론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글이었다. 법원의 뜨거운 감자인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한 내용이니 말이다.

K부장판사는 코트넷에 ‘밤샘수사, 논스톱 재판에 대한 단상’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면서 검찰의 밤샘수사에 대한 위법성과 그 수사결과의 증거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인간의 필수 욕구 중 하나가 수면인데 잠을 재우지 않고 밤새워 묻고 또 묻고 하는 것은 근대 이전 ‘네가 네 죄를 알렸다’라고 고문하는 것과 진배없는 것이다”, “밤샘수사 결과물이라 피의자 신문조서가 증명력이 없다고 무죄 선고하면 그 다음날부터 한국의 수사관행이 바뀔 것이다” 좀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요즘에도 강제로 밤샘수사하는 관행이 있어 경종을 울리기 위해 글을 올린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조사시작과 종료시간은 조서에 기재되고, 심야나 새벽까지 이어지는 조사는 피의자가 여러번 불려 오는 것보다 한번에 조사 받기를 원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사법농단 수사 관련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검찰수사가 있은 직후 코트넷에 올라왔다. K부장판사는 임종헌 전 차장의 고등학교, 대학교 선배다. 누가 보더라도 임종헌 전 차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기 위하여 쓴 글임을 알 수가 있고, 그러한 내용으로 폐쇄 공간을 떠나 언론에 공개되었다.

또 다른 K부장 판사는 사법농단 의혹 관련하여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검찰이 대법원 전산정보센터에 보관된 자신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한 직후 코트넷에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 관하여’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1만 4천여자에 이르는 장문의 글을 통해 ‘집행이 종료된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 ‘별건 압수수색’ 등 법리적 주장을 하면서 검찰 압수수색의 위법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검찰은 “통상적인 이메일 압수수색 과정이었고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반박했다. 사법농단 사건 관련 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찰을 당했던 P 판사는 코트넷에 K부장판사의 글을 반박하며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두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글이 일반 국민들이 겪고 있는 위법한 수사 관행에 대한 잘못을 지적한 글이라면, 이미 재판이 확정된 특정 사안에 대한 법리적 비판을 한 글이라면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랫동안 판사 생활을 해 오면서 밤샘수사, 강압수사 등 위법한 수사관행이 존재하던 시절에는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고, ‘판사는 판결로만 말한다’라고 하면서 개별 사건에 대한 언급을 극히 자제하던 분들이 갑자기 위법한 수사를 지적하면서 아직 재판이 시작되지도 않은 특정 사건에 대해 언급을 하니 많은 말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욱이 그 사건 당사자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거나 그 자신이 사건 당사자이니 말이다. 두 고법부장의 글은 향후 이어질 사법농단 재판의 신뢰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법부장은 ‘법관의 꽃’이라 불리면서 항소심을 담당하는 재판부의 장으로 법원 내부에서 영향력이 크다. 그런 분들이 재판이 시작될 사건에 대해 수사의 위법성을 지적하고, 증거를 배척해야 한다고 하니 재판을 담당할 판사는 선입견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고, 그 재판의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지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사법농단 의혹 사건은 법원 내부 조사 절차에서부터 수사가 진행 중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법원의 은폐, 제식구 감싸기, 영장 무더기 기각 등 법원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들었고, 이제는 법원의 재판 결과에 대한 신뢰성까지 의문이 들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과연, 사법농단 사건을 담당할 재판부가 ‘헌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심판’ 할 수 있을까? 반세기가 지나서 다시 ‘특별재판부’ 설치가 논의되는 이유를 법원 스스로가 제공해 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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