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85)-대통령과 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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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85)-대통령과 참모
  • 강신업
  • 승인 2018.11.0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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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현대 대통령제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증진은 대통령의 정치적 성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 때문에 대통령의 실패는 나라의 실패, 국민의 실패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내정과 외교가 모두 대통령에 좌우되고 권력이 지나치게 대통령에게 집중된 탓이다.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다.

사실 지구상에 대통령제가 성공한 나라는 미국 등 몇몇 나라에 그치고, 대통령제를 탄생시킨 미국마저 오늘날 대통령 권력의 비대화가 문제 될 만큼 대통령제는 자칫 권력의 집중과 권력의 방종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제도다. 영국이나 독일 등 서구 선진국들이 정치체제로 의원내각제를 택하고 의회민주주의를 발전시킨 이유도 과거 왕정이나 독재 권력의 폐해를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의 가장 큰 폐해는 측근들의 권력남용이다. 대통령은 막강하고 큰 권력을 혼자서 행사할 수 없는 까닭에 참모들과 측근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바로 여기서 폐단이 생긴다. 대통령제하에서 대통령 측근들이 호가호위하며 권력을 남용할 경우 사실상 이를 제어할 다른 마땅한 수단이 없다. 오로지 대통령만이 측근들의 호가호위를 막을 수 있는데, 대통령은 오히려 이들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쉽게 유지하며 다른 권력자의 부상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권력 행사를 상당 부분 용인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패는 비선 실세를 통제하지 못한 때문이다. 비선 실세는 그가 무슨 일을 했느냐에 관계없이 그 존재 자체로 민주주의를 해치기 때문에 국민들은 이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갖는다. 대통령은 국민의 선택에 의해 나라의 운영을 잠시 책임진 공복에 불과한 것인데, 그가 마치 제왕처럼 굴 경우 국민들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법과 제도에 따른 권력 행사를 위임했을 뿐 그가 비민주적, 비법치적 방법으로 권력을 나누거나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민심을 잃고 결국 구속까지 된 것도 결국은 이명박의 형인 이상득이나 영포라인의 핵심 왕차관 박영준이 비선 실세로 권력을 남용한 데서 국민들이 정권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국민은 무심한듯 하지만 정권의 일거수일투족을 기억해뒀다가 때가 되면 반드시 이를 심판한다.

2017년 촛불혁명의 의미는 단지 정권을 바꾸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하고 시민민주주의를 완성하라는 주권자의 정언명령이다. 국정에서 비밀주의를 타파하고 몇몇 측근에 의해 정책이 결정되고 집행되는 소위 측근 정치를 끝장내라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국정의 중심이 청와대가 아닌 내각이 되어야 하고 국회가 대통령의 중요한 정치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대통령은 수시로 의회 지도자들과 만나 국정 현안을 논의하고 국회의 협조를 바탕으로 국정을 수행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유럽순방 중인 2018. 10. 17. 대통령의 비서실장인 임종석이 선글라스를 쓴 채 국방부 장·차관, 국정원장과 안보실장, 많은 군사지휘관을 이끌고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다. 그리고 비무장지대를 시찰한 일에 대해 청와대 홈페이지 첫 장에 임 실장의 화살고지 방문 영상을 임 실장의 내레이션과 함께 올려 유튜브에 방영되도록 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이런 임 실장을 향해 “비서실장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쓴소리를 한 데 이어 “국민들은 또 다른 차지철, 또 다른 최순실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까지 일갈했다. 임 실장의 행보에 극도의 반감을 표시한 것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왕실장 정치”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임종석 실장이 어떤 생각으로 대통령 부재중에 선글라스를 끼고 전방부대를 시찰했는지 그 속마음까지 알 수는 없으나 대통령이 없는 틈을 타 비서실장이 군대 시찰을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례적인 일은 한 번으로 끝나야 한다. 이례적인 일이 자꾸 생기면 이미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을 교훈 삼아 청와대 참모들이 비선 실세로 나서는 것을 특히 경계해야 한다. 나만은, 우리만은 예외라는 오만이 자칫 화를 부를 수 있다. 역사를 보아도 권력자의 실패는 늘 측근의 전횡과 부패에서 시작되었다. 문재인 정부도 이 점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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