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짜 양심’과 ‘가짜 양심’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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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짜 양심’과 ‘가짜 양심’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 법률저널
  • 승인 2018.11.0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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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집총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대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므로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죄를 선고한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14년 3개월 만에 변경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34)씨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9(무죄) 대 4(유죄) 의견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창원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일률적으로 병역의무를 강제하고 불이행에 대한 형사처벌 등으로 제재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에 반한다”며 “종교·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에서 규정한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무분별한 병역거부가 이뤄지지 않도록 구체적인 사건에서 종교·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하고,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신념이어야 하며,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은 신념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소영·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 등은 “기존 법리를 변경해야 할 명백한 규범적, 현실적 변화가 없음에도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혼란을 초래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특히 김소영·이기택 대법관은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해결해야 할 국가 정책의 문제”라며 “이 사건은 헌재 결정으로 사실상 위헌성을 띠게 된 현행 병역법을 적용해 서둘러 판단할 것이 아니라 대체복무제에 대한 국회입법을 기다리는 것이 마땅하다”며 다수의견을 반박했다. 조희대·박상옥 대법관도 “심사판단 기준으로 고집하면 여호와 증인신도와 같은 특정 종교에 특혜가 될 수 있다”며 “이는 양심 자유의 한계를 벗어나고 정교분리원칙에도 위배돼 중대한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종교적 병역거부 문제는 끊임없는 논란거리였다. 1969년 처음으로 대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이 판례는 이날 판결까지 49년 동안 이어졌다. 당시 재판부는 양심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았고 이후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이 문제를 다뤘지만 기존 판례를 유지했다. 종교적 병역거부자에 첫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은 지난 2004년이었다. 물론 대법원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이후 하급심에서는 모두 118건의 무죄판결이 나왔다.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종교·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227건도 모두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앞으로 ‘양심의 진정성’을 어떻게 판별할 것인가이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할 경우, 그 양심이 과연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 심사해야 한다”며 “피고인이 소명자료를 제시하면 검사는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진정한 양심의 부(不)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병역을 거부하는 개개인의 양심을 검사·판사가 평가해서 기소·불기소나 유죄·무죄를 판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 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삶의 모습 전반을 살펴보는 식으로 인간 내면에 있는 양심을 간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준을 두고도 피고인이 진정으로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자인지, 종교나 양심의 가면을 쓴 병역기피자인지 가려내는 일은 쉽지 않다. 개인의 사생활이나 성향을 낱낱이 검증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특히 여호와의 증인처럼 특정 종교 신자가 아니라 반전주의자 등 독자적인 신념을 근거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의 경우, 그 양심의 진정성을 어떻게 가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유한한 인간이 진정한 양심의 존재를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형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실체적 진실을 ‘관심법’으로 찾겠다는 꼴이다. 더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국가의 수사·재판권이 개인 양심의 자유를 재단하는 상황이 빚어지게 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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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탄정권헌 2018-11-02 14:56:26
아니 이건 다른거 떠나서 대법원이 헌재역할까지 하려는게 아닌가? 대법원이 위헌판단까지 내린거 아니냐고.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한건, 대체복무제도를 만들지 않은거에 대한 헌법불합치인거고, 병역거부에 대한 처벌조항은 헌법불합치를 내리지 않았어.

근데 대법원은 지들이 헌재 재판관인양, 선제적으로 법률조항을 위헌으로 해석하고 무죄판결을 내렸다고. 이거 상당히 문제가 있고, 법학자들도 비판할거 같은데? 목적이 옳다고 생각하면 논리는 이제 건너뛰어도 좋은건가?

내가 이해를 못하는건가? 대법관 나으리들의 그 고매한 논리회로를?

군필자 2018-11-01 21:01:46
무죄판결이라니 정말 군복무를 한 내자신이 자괴감 든다.
아마 거짓말 탐지기 피하는 방법가르치는 브로커들 나올꺼다. 민변 우리법 연구회는 벌레보다 못한 존재들이다. 이스라엘도 과거 종교가지고 구라친 여자가 이스라엘 병무청한테 걸린 전례가 있다. 우리나라는 분단국이다. 왜 민변과 우리법연구회 회원들은 북한을 위한 대변인 같나 북한을 대변하고 싶으면 간단하다 북한으로 건너가라 거기선 너네들을 환영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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